정부 기대 높은데 입지는 불안…부담 커지는 차기 국책은행 수장들
위상호 기자 | wish@chosun.com | 2019.10.17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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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기업銀 수장 하마평 분분…산은도 1년 앞으로
정책 부응하며 숙제도 풀어야 하지만…수장 입지는 의문
“누구든 목소리 내기 어려울 것”…부실 위험도 차기 이전

수출입은행과 IBK기업은행의 차기 수장을 둘러싼 하마평이 무성하다. 각 은행마다 정부의 정책적 요구에 부응하면서 당면 과제도 처리해야 하지만 다음 행장이 주도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수출입은행은 산업은행과 통합론은 우선 가라앉은 모양새지만 그만큼 존립 정체성을 더 뚜렷이 보일 필요가 커졌다. IBK기업은행은 다음 행장 이후에도 '현상 유지'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아울러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차기 행선지에도 벌써부터 관심이 모인다. 체질 개선을 독려해온 이 회장이 자리를 비우면 산업은행은 또 한번 정체성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국책은행 중 수출입은행장 자리는 비어 있고,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올해 임기가 만료된다. 수출입은행장은 민간 금융사 출신 인사를 비롯해 정부 출신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기업은행도 언제나처럼 내부 승진과 외부 선임 예상이 엇갈리고 있다.

국책은행들은 저마다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처지다. 이번 정부는 국책은행에 이전보다 훨씬 강한 역할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하고 신성장 산업을 키워야 한다. 자본 확충, 지주사 전환 등 각기 고려해야 할 문제도 있다.

어느 것이든 강력한 수장이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현재 역학 구도에선 누가 수장으로 와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수출입은행은 최종구, 은성수 두 명의 금융위원장을 연속으로 배출하며 금융권 핵심 요직으로 떠올랐다. 그만큼 자리 다툼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집권 여당 내 계파간 힘겨루기가 이뤄졌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수출입은행 내부에선 역량은 출중하다면서도 맞지 않는 옷이 아니냐는 등 의견이 엇갈린다. 한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윤 전 수석의 역량이 출중하다는 점은 익히 알고 있지만 생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정부의 뜻에 따라 무리하게 기업 지원을 늘린다면 부실 위험이 높아지고 내부 반발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엉뚱하게 불거졌던 산은 통합론이 수출입은행의 존립 근거 증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다.

기업은행도 수출입은행과 처지가 비슷하다. 정부 정책에 맞춰 중소기업 지원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설립 목적대로 중소기업 금융시장에서 ‘리딩뱅크’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지만, 경제 침체 시 타격이 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부실 위험성이 차기 수장에 이어질 수 있다.

김도진 행장의 연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앞서 대부분 행장이 3년 단임으로 물러났고, 스스로도 연임할 뜻이 없다고 밝혀온 것으로 전해진다. 자회사 IBK투자증권의 채용비리 문제도 뼈아프다. 임기 초부터 거론한 지주사 전환이 이뤄졌다면 회장직도 노려볼만 했지만, 이 문제는 김도진 행장이 14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밝힌 대로 각계의 공감대와 법률 개정이 따라야 하는 문제다.

기업은행은 과거 관료 출신이 행장으로 온 사례가 많았다. 최근엔 조준희 전 행장부터 권선주 전 행장, 김도진 현 행장까지 3연속 내부 인사가 수장에 올랐다. 다만 현재로선 내부에 유력한 인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부 영입과 내부 승진 가능성이 모두 거론되고 있다.

한 금융당국 자문위원은 “기업은행은 내부 승진 관행이 굳어졌고, 최근 행장들도 소위 ‘색깔’이 뚜렷했다”며 “최근 부행장급 인사들은 실무 능력은 뛰어난 반면 정무적인 감각이 떨어지는 상황이라 외부 영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역시 이런 상황에선 누가 수장으로 와도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내부 인사라면 정부와 다른 생각을 내기 어렵고, 외부 인사라면 성과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책은행 수장 격인 산업은행은 아직 입지가 공고하다. 구조조정, 혁신성장 지원, 자체 경쟁력 강화 등 굵직한 과제를 강력하게 밀어 붙였고 앞으로도 기조를 이어갈 태세다.

그러나 1년 안으로 다가온 이동걸 회장의 임기 만료 이후에도 힘을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 회장은 제도화, 관습화를 강조하지만 그 제도와 관습을 주입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산업은행의 미래보다는 금융지주, 금융협회장 등 이 회장의 차기 행선지에 관심이 모이는 형국이다.

남은 임기 중 정책금융 조율 문제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러 차례 논의가 있었지만 정부 부처간 이해 관계 등 이유 때문에 오랜 기간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민간 금융사는 물론, 정책금융 기관 사이에서도 산업은행의 부상을 부담스러워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국정감사를 통해서도 이에 대한 지적들이 이어지기도 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0월 14일 18:5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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