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후보 자금구조, 현금 많은 HDC vs 프로젝트 PEF 모으는 애경 컨소
입력 2019.10.23 07:00|수정 2019.10.24 14:44
    HDC 후순위 출자에, 미래에셋 중순위+인수금융
    현금 2000억 수준, 자금력 부족한 애경그룹
    스톤브릿지 블라인드+프로젝트 펀드로 만회 전략
    • 아시아나항공의 본입찰이 2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신주 인수 가격만 최소 8000억원,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진 구주 가격을 포함하면 인수후보들은 1조5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일단 1조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한 HDC현대산업개발과 조단위 자금 지출이 가능한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자금력에선 다소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애경그룹과 손잡은 재무적투자자(FI) 스톤브릿지캐피탈은 본입찰에 앞서 자금 모집에 한창이다.

      내달 7일 치러지는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에서 인수후보들은 자금조달 계획을 제출해야한다. 매각 측이 추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거치는 점을 고려하면 본입찰 이후에 추가적으로 파트너를 초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산업은행이 본입찰 안내서에 금융지원 자금 규모인 8000억원 이상의 신주를 인수해야한다고 명시했기 떄문에 인수가격 마지노선은 정해졌다. 결국 8000억원을 포함한 최종 제안가격에 추가 신주 인수 규모와 구주가격을 어떻게 매기느냐에 따라 인수자 윤곽이 드러나게 될 전망이다.

      일단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자금 모집 부담이 한층 덜하다. 올 상반기 기준 현대산업개발이 보유한 현금은 1조1700억원 수준이다. 현재까진 현대산업개발이 후순위 출자자로 참여, 미래에셋이 중순위 및 인수금융을 제공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미래에셋은 철저한 FI 입장에서 현대산업개발과 파트너쉽을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추후 원금+수익률 회수를 목적으로 일정부분의 수익 보장 및 태그얼롱(동반매도요청권) 등을 현대산업개발 측에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애경그룹은 수년전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공고가 난 이후 가장 먼저 참여 의사를 밝히고 태스크포스(TF)를 꾸릴 정도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제주항공이란 저비용항공사(LCC)를 운영한 노하우는 있지만 부족한 자금력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최상위 지주회사인 AK홀딩스의 올 상반기 보유 현금은 2000억원 수준이다. 애경그룹은 예비입찰 참여 전부터 다수의 금융기관과 거래 조건을 조율했으나 최종 합의엔 이르지 못했다. 애경그룹은 상대방인 미래에셋에도 몇차례 컨소시엄 구성 의사를 전달한 이력도 있으나 단순한 FI가 아닌 50대 50의 비율의 지분 투자(Equity)를 제안한터라 이들의 투자를 받아내지 못했다.

      결국 애경그룹은 단독으로 예비입찰에 참여한 스톤브릿지캐피탈을 최종 파트너로 선정하고 본입찰에 참여하기로 했다. 지난 2017년 스톤브릿지캐피탈은 애경산업 지분 10%를 투자한 이력이 이번 컨소시엄의 구성 배경으로 거론된다.

      당초 스톤브릿지는 SK그룹과 과거 끈끈한 인연으로 인해 FI로 나설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결과적으로 SK그룹의 투자의사가 없어지면서 애경과 연합을 구성하는 모양새가 됐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은 “제주항공 경영 노하우를 가진 애경그룹과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국내 항공산업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최고의 조합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관건은 애경그룹을 뒷받침할 스톤브릿지의 자금력 부분.

      스톤브릿지는 지난해 6월 국민연금이 최초로 출자사업을 진행한 세컨더리(Secondary)펀드의 위탁 운용사로 선정됐다. 2400억원 규모로 조성한 세컨더리펀드는 KB증권과 공동으로 운용하고 있다. 단일 거래에 전체 펀드의 25%가량 소진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600억원 안팎의 출자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또 스톤브릿지는 지난 4월 한국성장금융 미드캡(Mid-Cap) 운용사로 선정, 현재 3000억원 규모의 펀드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 펀드가 결성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투자할 가능성도 생긴다. 다만 인수후보자 윤곽이 드러나는 시기와 자금모집 시기가 맞아 떨어질 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밖에도 스톤브릿지는 블라인드펀드 외에 4000억원 내외의 프로젝트펀드 결성을 추진하는 한편,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과 자금조달을 위한 추가적인 협의를 진행 중이다. 국민연금으로부터 코인베스트먼트(Co-investment Fund) 운용사들이 이번 거래에 합류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국민연금의 투자'라는 기준에 합당한지 여부를 통과해야 한다.

      스톤브릿지캐피탈 측은 “현재 블라인드펀드 조성과 동시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프로젝트펀드 결성을 추진하고 있고, 일부 PEF 운용사들과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금융의 경우, 최근 매각측인 산업은행이 인수후보들을 대상으로 이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매각자가 인수금융 영역까지 침범한다"라는 민간 금융회사들의 비난이 만만치 않지만 워낙 '저금리'로 제공하는터라 후보들로서는 이를 활용하는 방안도 배제하기 어렵다. 게다가 매각측 눈치를 봐야 하는 터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또는 애경그룹-스톤브릿지 등 어떤 인수후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인수금융을 사용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매각측은 내달 7일 본입찰 이후 11월 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통보할 계획이다. 우협 선정 이후엔 본실사를 거쳐 최종계약을 맺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의 인허가 승인을 받는 절차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