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선공개에 해외 NDR도…한진 '경영권 분쟁' 2라운드 대비?
입력 2019.10.24 07:00|수정 2019.10.23 16:47
    국내에서 해외로 NDR 반경 넓혀
    '주주 포섭'과 '우군 만들기'란 평가
    • 주가 관리에 인색하다 평가받았던 한진그룹이 국내는 물론, 해외 투자자들과 접촉을 확대 중이다. 주가 부양 의지도 드러내고 있다. 시장에선 강성부 펀드(KCGI)와 ‘한진칼 경영권 분쟁 2라운드’를 앞두고 우둔을 확보하는 차원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근 증권업계에선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의 때이른 실적발표가 화제가 됐다. 이달 1일 ㈜한진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08% 올랐다"며 3분기 연결기준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한진을 담당하는 한 증권사 연구원은 "통상 3분기 잠정실적 발표 기간보다 1~2주는 빠르게 실적을 발표한 점이 당황스러워 사측에 문의했더니 기업설명회(IR) 담당자도 실적 발표 전날 밤에야 알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룹 차원에서 KCGI의 조언(?)이 없어도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주주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싶었던 것 같다는 평가가 뒤를 이었다.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도 활동이 잦아졌다. 그동안 개최하지 않았던 컨퍼런스콜을 지난 2분기부터 열기 시작했다.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선 "기업설명회도 잘 하지 않고, 주가도 신경 쓰지 않기로 유명한 한진그룹이 최근 대외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며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지난 2분기부터 해외 투자자들을 찾아다니며 논딜로드쇼(NDR)를 진행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기업설명회를 개최한 주체에 대해선 "확인하기 어렵다"면서도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도 기관투자가 대상으로 NDR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선 한진그룹 NDR 주체로 지주회사 한진칼을 꼽는다. KCGI와의 경영권 분쟁을 겪은 핵심 기업인 데다 최근 외국인 지분율도 크게 증가했다. 올초 6%대였던 한진칼 외국인 지분율은 14~15%대가 됐다. 조원태 회장을 위시한 한진그룹 오너 일가 입장에선 한진칼을 두고 KCGI와의 지분 확보 경쟁이 재개할 수 있는 만큼, 국내는 물론 해외 투자자들을 미리 우군으로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강성부 KCGI 대표도 지난 7월 홍콩 등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자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진칼 주가가 오를 경우 한진그룹은 조원태 회장 체제에서 경영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음을 대내외에 입증하는 효과가 생긴다. 동시에 주식담보대출을 통한 상속세 재원 마련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겐 약 2600억~2700억원의 상속세 납부 과제가 남아 있다. 투자회수를 염두에 둬야 하는 KCGI 입장에서도 한진칼의 주가 상승은 사실 나쁠 것이 없다.

    •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진칼 5% 이상 주주들의 지분율이 확대와 축소를 거듭하며 경영권 다툼 향방은 더욱 예단하기 어려워졌다. 국민연금의 한진칼 지분율은 연초 7.34%에서 6월말 3.45%까지 줄었다. 여기에 반도건설이 기존 한진칼 지분을 4.99%에서 5.06%까지 늘리면서 관심을 모았다.

      반도건설은 "이번 지분 매입은 한진칼 기업가치에 대한 단순 투자일 뿐, 경영 참여 목적은 전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0.07%의 소수 지분을 추가 매입해 5% 이상 투자자임을 외부에 알렸다는 점에서 업계 내에선 단순 투자는 아니라고 보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 현재 반도그룹은 계열사인 대호개발과 한영개발, 반도개발이 한진칼 지분을 각각 2.46%, 1.75%, 0.85%씩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 오너 일가(28.93%), KCGI(15.98%), 델타항공(10%)에 이어 4대주주에 오르게 됐다. 반도건설의 선택에 따라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업계 내에선 "반도건설 패밀리가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친분이 있다고 알고 있고 수주 계약 인연이 있어 한진 쪽 우군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나왔다. 반도건설은 2001년 한진그룹이 낙찰 받은 부산신항 북컨테이너 터미널 배후단지 3공구 조성공사에 참여한 바 있다. 반면 "KCGI가 최근 부산 쪽 투자자들과 미팅을 가졌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번 공시 주체인 대호개발이 부산에 위치해 있는 점과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