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8년 만의 계열사 IPO…4세 '승계경쟁' 신호탄?
입력 2019.10.24 07:00|수정 2019.10.25 09:31
    GS건설이 대주주인 자이S&D 기업공개 추진
    "자금조달" 설명 불구, 시장에선 "상장이유 모호"
    허창수 회장 장남 허윤홍 GS건설 부사장 성과로
    회장 임기는 2022년 3월…4세 경쟁 본격화 예정
    • GS그룹 내 GS건설의 자회사인 자이S&D가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8년 만에 IPO시장에 등장하는 GS 계열사인지라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 거래를 허창수 GS그룹 회장 이후 4세들의 '승계경쟁'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아 더욱 관심을 받는 형국이다.

      홈네트워크 시스템ㆍ주택관리업 및 전자경비업 등을 영위하는 자이S&D는 GS건설이 지분 91.1%를 보유한 회사다. 2000년 설립됐고, 3년 전 GS건설의 다른 자회사 자이서비스 등을 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다.

      이 회사는 신주 880만주 모집을 목표로 오는 28일부터 공모청약을 진행하는 등 상장 준비에 분주하다. 공모 예정금액은 370억~450억원 사이로 그리 크지 않다. 희망 공모가 범위를 기준으로 할인률을 적용할 때 예상 시가총액은 최대 1400억원 수준. 공모추진 배경과 관련해 김환열 자이S&D 대표는 “주택개발 사업 본격화 등 종합부동산서비스 기업으로의 제2의 도약을 위한 시도”라며 “성장성이 높은 중소규모 주택 공략, 고부가가치 사업 강화 등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상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신규 주택 사업 및 임대 운영을 위한 펀드 구성 등으로 사용될 것으로 알려진다.

      GS그룹 계열사가 공모시장에 등장하는 것은 오랜만의 일이다. 2011년 GS리테일 상장 이후 움직임이 없었다.

      하지만 계열사 가운데 비상장사 비중이 특히 많아 '상장을 꺼린다'고 평가받던 GS그룹이 8년 만에 등장한 거래치고는 규모도 작고 중요성도 높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정확히는 상장의 목적이나 필요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자이S&D의 상장이 처음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GS건설의 올해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부터였다. 다수의 증권사들이 사업구조와 소액의 매출규모를 보고 커버리지 후보군에서 제외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GS건설 입장에서는 지금 상장시켜도 재무적으로 그렇게 이득 볼 게 없다”며 “상장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대규모 자금 소요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 시기에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시장에서는 이번 상장을 단순한 계열사 IPO가 아닌, '안갯속'에 가려진 그룹 4세 승계경쟁의 일환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른바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의 '승계 적격성'과 '성과'를 높이기 위한 목적도 포함 됐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GS그룹은 허창수 회장의 임기 만료가 오는 2022년 3월이다. 과거 LG그룹 시절부터 철저히 적용돼왔던 ‘70세 룰’은 이미 깨졌다. 1948년생인 허창수 회장은 올해 72세로, 시장에서는 사실상 마지막 총수 임기를 보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 이후를 맞이할 그룹 4세 후보로는 크게 4명이 거론돼 왔다.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1969년생)ㆍ허준홍 GS칼텍스 부사장(1975년생)ㆍ허서홍 GS에너지 전무(1977년생)ㆍ허윤홍 GS건설 부사장(1979년생)이다.

      일단 지주회사 지분율로만 보면 뚜렷한 우위를 지닌 쪽이 없다. 3세 계열로 구분해도 크게 고(故) 허정구 삼양통상 계열 총수 지분 12.06%, 허완구 승산 계열 8.42%, 고 허준구 총수일가(허창수 회장 포함) 지분이 15.45%로 어느 하나 확실한 우위라 보기 어렵다. 4세들만 비교할 경우 허준홍 부사장이 2.08% (2019.6.30기준)을 보유해 가장 많고, 허윤홍 부사장이 0.53%로 가장 적지만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들 각각이 내세울 수 있는 명분과 장점도 각각 다르다. 허준홍 부사장은 어쨌든 오너 일가의 '장손'이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다. 허세홍 사장은 현재 GS칼텍스를 직접 이끄는 등 회사 운영 경험이 더 있다. 허윤홍 부사장은 현재 총수인 허창수 회장의 장남이란 점을 무시하기 어렵다.

      이러다보니 재계 10대 그룹 대부분이 '승계' 이슈로 골머리를 앓는 상황에서도 GS는 유독 관련 언급이 적었다. 너무 변수가 많고 의사결정 구조도 복잡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 그나마 임시방편으로 ‘허용수 GS에너지 사장' 이란 카드가 거론됐으나 이 또한 미봉책이라는 분석이 상당수다. 1968년생으로 올해 52세인 허용수 대표는 이른바 '3세' 가운데는 가장 젊지만 동시에 '4세'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은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와 불과 1살 차이다. 이미 다른 4세들까지 그룹 요직에서 활동 반경을 넓히며 세대교체 요구가 거센 가운데, 총수를 역임하더라도 단기간 내 가시화한 계열 분리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런 혼돈 상황에서 4세 총수로 낙점받으려면 결국 ▲지주사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하거나 ▲확실한 경영능력을 보여주거나 등의 방법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4세 후보들 사이에서는 수시로 지분 매입 경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까지도 허세홍 사장과 허준홍 부사장이 각각 10만주와 20만주가량을, 허서홍 전무가 33만주가량을 사들였다.

      한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는 “LG와 분리되기 이전 시절이었으면 이렇게까지 대놓고 지분을 매입하지도 못했을 텐데, 협의가 없었다면 민감한 안건들을 챙기는 가족경영 체제가 느슨해지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비춰진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GS건설 자회사 자이S&D가 갑작스레 상장을 추진하다보니 목적 자체가 허윤홍 부사장의 경영능력 그리고, 유무형의 성과 입증용으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어쨌든 상장을 통해 얻을 이익은 허윤홍 부사장의 성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실제로 자이S&D의 최근 주요한 실적으로 손꼽히는 건물 공기청정 브랜드 ‘시스클라인’의 론칭은 허윤홍 부사장이 지난해 신사업 추진실장으로 올라선 이후 앞서 사장됐던 프로젝트를 되살려내 진두지휘한 첫 성과로 인정받는다. 신사업 추진실은 지난해 7월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됐고 허윤홍 부사장은 이곳에서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아울러 여기에 여타 대형 건설사들과는 달리 주택 시장에서 버티컬 브랜드를 내지 않고 ‘자이’를 고수하던 GS건설이 자회사를 통해 이례적으로 ‘자이르네’, ‘자이엘라’ 등의 브랜드를 론칭한 점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다. 이 브랜드들은 다른 건설사들이 영위하지 않는 중소형 부동산개발업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정체된 모회사의 사업구조와는 달리, 자이S&D는 ‘신시장 개척’과 ‘종합부동산사’를 표방한 만큼 활용의 ‘묘’가 넓다는 점을 증명한 셈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허윤홍 부사장의 운신 폭이 넓어졌다는 평가, 그리고 성장이 정체된 GS그룹의 새 사업 창출을 꾀한다는 기대감으로 이어진다.

      GS건설에서 시작된 자회사 상장 움직임이 승계를 위한 '자금줄' 마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비상장사가 유독 많은 GS그룹의 특성상 4세들이 수면 아래 회사들을 활용해 경영능력을 부각시키거나 지주사 지분 매입 자금을 확보하는 데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GS그룹은 현행 기준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기업 14개사 중 비상장사가 12개인데 이들 기업에 대한 총수 일가 평균 지분율이 80.4%에 달한다.

      해당 회사들은 모두 총수 일가의 ‘활용 가능 자산’으로 분류된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오너 일가 지분이 높았던 GS ITM을 매각하는 등 실탄 마련 움직임은 시작됐다”며 “승계 후보군이 너무 많기 때문에 상장을 포함해 합병, 분할, 영업양수도 등 많은 작업이 GS그룹에서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GS그룹은 이런 시각들에 대해서는 '과도하다'며 거리를 두고 있다. 자이S&D 관계자는 이번 상장과 관련해 “자체적인 자금 마련을 위함이지 GS건설과 특별히 연관되는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또 모회사인 GS건설 측은 “상장과정은 자회사가 진행하는 개별 사안”이라며 “주택사업 부문과는 일부 연관이 있을지라도 허윤홍 부사장과는 무관한 얘기다”라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