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의 장고 끝에 '외도'…원인은 급락한 게임 경쟁력
이재영 기자 | leejy@chosun.com | 2019.10.25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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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수익 창출력 약화...상장한 2017년이 '고점'
모바일 선점 효과 사라지고 신작모멘텀 상실
내년 기대감 떨어지는데 이종산업에 대규모 지출

"(웅진코웨이 인수는) 게임사업에 대한 한계나 성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사업 다각화를 위한 것입니다. 현재 게임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사업기회로 구독경제에 진입하는 것입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 14일 컨퍼런스콜에서)

넷마블은 그 돈으로 왜 하필 다른 회사도 아닌, 웅진코웨이를 인수했을까.

금융권에서는 넷마블이 부인하는 부분, 즉 본업인 게임산업에서 경쟁력 약화와 이로 인한 수익 창출력 저하가 오히려 진짜 원인이라 보고 있다. 오랜 노력과 여러 시도에도 불구, 쌓여있던 내부현금을 쓸 곳을 끝내 찾지 못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거론된다.

2017년 실적 '피크'...모바일 경쟁력 급격히 상실

넷마블의 '게임 사업 능력'에 대한 금융시장의 시각은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기대'에서 '실망'으로 바뀌었다.

2017년 상장 당시 넷마블은 리니지2레볼루션(이하 L2R)이라는 강력한 캐시카우를 보유하고 있었다. L2R은 2017년 한 해에만 홀로 1조원의 매출을 끌어냈다. 국내 구글스토어 매출 상위 10개 게임 중 1~3위를 포함해 6개가 넷마블의 게임이던 시절이었다.

이 즈음에 해외 매출 비중이 50%를 넘어가기 시작하며 투자자들 사이에 실적 변동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믿음도 생겨났다. 세븐나이츠, 모두의마블 등 자체 IP(지적재산권) 게임이 상위권에서 버텨주는 가운데 2018년 모바일 최대 기대작인 블레이드앤소울레볼루션(이하 B&S레볼루션)이 L2R급 '대박'을 치면 30만원대 주가도 꿈이 아닐 것이란 기대감이 무르익었다.

이런 기대감은 이듬해 곧바로 무너졌다. 넷마블은 2018년 매출, 이익이 모두 역성장했다. 2012년 방준혁 이사회 의장이 복귀한 이후 처음이었다.

우선 넷마블의 시장 선점 효과가 무너졌다. 넷마블은 게임업계 '빅3' 중 가장 먼저 모바일로 체질 개선에 성공한 회사였다. 2017년까지는 경쟁력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 등 다른 회사들도 시행착오를 거쳐 모바일에 감을 잡기 시작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이 L2R을 몰아내고 왕좌를 탈환했다. L2R의 2018년 매출액은 5400억원으로 전년대비 반 토막 났다. 같은 기간 리니지M은 8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L2R의 예상 연간 매출액은 3000억원대, 리니지M은 7900억원대로 컨센서스가 형성돼있다. '오리지널 IP'와의 경쟁에서 참패한 것이다.

한 인터넷·게임 담당 연구원은 "최근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스토리·몰입감 등 게임 그 자체의 재미보다는 '유명한 게임'에 많은 돈을 투입해 '게임 내 높은 사회적 지위'를 달성하는 데 더 의미를 두는 경향이 있다"며 "엔씨소프트가 보유한 IP 오리지널리티는 그 자체로 유저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비친다"고 말했다.

비단 엔씨소프트뿐만이 아니다. 검은사막 등 온라인게임의 황금기였던 2000년대 다중접속역할수행(MMORRG) 시장을 주름잡았던 게임들이 속속 모바일화되며 경쟁 강도가 세졌다. 충성도 높은 '매니아'층을 타깃삼은 카카오게임즈나 질과 양에서 국내 게임산업을 앞서기 시작한 중국산 게임이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와 매출 상위권에 자리를 잡았다.

넷마블이 내놓을 수 있는 대항마는 사실상 B&S레볼루션 정도였다. 그러나 B&S레볼루션은 지지부진한 출시 연기 끝에 지난해 4분기에야 시장에 나왔다. '기대 이하'라는 혹평 속에 초대박의 꿈도 이루지 못했다. 2019년 1분기 760억원의 매출을 '꼭지'로 올해 상반기 1300억여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넷마블

다양한 게임 장점이지만...BTS월드 실패하고 L2R도 '한계'

넷마블의 핵심 투자 매력 중 하나는 다양한 게임 개발·퍼블리싱(공급) 라인이다. 지난해 이후 고전하는 와중에도 쿠키잼·마블 콘테스트 오브 챔피언·해리포터 호그와트미스터리·일곱개의 대죄·킹오브파이터즈 모바일 등이 '중박'을 내며 선전했다.

다만 L2R의 대성공 이후 금융시장에서는 '이를 능가하는 거대한 한 방'을 원하는 분위기가 많았다. 상장 이후 내부에 2조원 가까이 현금이 쌓여있었고, 기대작 라인업도 충실했다. 12개월 선행 기준 주가순이익비율(PER)이 39배 수준으로 동종업계 글로벌 탑 티어 기업보다도 크게 높았던 건 이런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었다.

지난 6월 출시된 'BTS월드'가 이런 기대작 중 하나였다. '21세기 비틀즈'라고 칭송되는 대형 아이돌그룹의 IP로 개발된 첫 게임이었다. 출시 전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BTS월드의 올해 연간 매출을 3000억원 안팎으로 전망했다. 6월말 출시임을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 매 분기당 평균 15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게임으로서의 재미가 없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독점영상과 사진은 소장과 공유가 되지 않아 구매욕구를 떨어뜨렸다. 시뮬레이션 파트도 단순 패턴이 반복돼 쉽게 질렸다는 지적이다.

올해 3분기 BTS월드 매출액은 27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10월 들어선 국내 구글스토어 매출 100위권으로 밀려났다.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 100위의 평균 일 매출은 300만~400만원선으로 분석된다. 지금 순위가 계속 유지된다면 올해 4분기 BTS월드 매출액은 고작 10억원 수준도 달성이 어려운 것이다.

게다가 올해 말 엔씨소프트가 준비 중인 '리니지2M'이 정식 서비스에 들어가면 그나마 버티고 있던 L2R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리니지M은 원작에 충실한 쿼터뷰(대각선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 RPG로 세부적인 장르는 다소 다른 반면, 리니지2M은 L2R과 동일한 자유시점의 풀3D(Full 3D) MMORPG인 까닭이다.

현재 넷마블 목표 주가를 12~14만원으로 제시한 증권사들은 모두 L2R과 B&S레볼루션이 올 하반기에도 선전할 것을 기본 근거로 깔고 있다. L2R은 현재 매출 수준을 유지하고, B&S레볼루션은 하반기 매출이 반등할 것이라는 게 모든 실적 전망의 핵심이다. 심지어 B&S레볼루션의 올해 4분기 예상 매출액을 1분기의 2배인 1400억원으로 제시한 증권사도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의 생애 주기상 아무리 초대형 업데이트를 진행한다고 해도 출시 초기 3개월의 전성기 대비 매출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경우는 없다"며 "현상 유지가 되는 기간을 조금 늘려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B&S레볼루션도 머지 않은 시기에 오리지널 IP와의 경쟁에 들어간다. 엔씨소프트는 현재 블레이드앤소울2, M, S 등 블레이드앤소울 IP의 게임 3종류를 동시 개발 중이다.

"향후 게임 라인업 부실한데 지금 이종산업 진출이라니"

현재 넷마블이 출시를 예정하고 있는 게임 라인업은 자체IP MMORPG 'A3스틸얼라이브', '세븐나이츠2', 계열사에서 자체 개발한 'BTS2' 등이다. 이외 일본에 'B&S레볼루션'과 '테라 오리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하나하나 모두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긴 하지만, 경쟁사의 라인업에 비해서는 무게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인건비·마케팅 비용 부담이 줄어들며 3분기 실적이 회복되긴 했지만, 향후 본격적으로 실적을 회복시키려면 신작 모멘텀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신작모멘텀의 부재는 넷마블 저평가의 핵심 원인이다. 넷마블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6.7%, 3분기 영업이익률은 13.8%였다. 경쟁사인 엔씨소프트는 30%가 훌쩍 넘는다. L2R이 시장을 주름잡던 2017년엔 넷마블도 영업이익률이 22%에 달했다. 게임사업 수익성을 고려하면 지금은 엔씨소프트 대신 넷마블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평가다.

이런 와중에 2조원에 가까운 내부 현금 중 상당 부분을 웅진코웨이 인수에 쓰겠다고 나서자 금융권에서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다만 웅진코웨이 인수를 재무적인 관점에서만 평가하면 나쁘지 않은 판단이라는 분석은 많다. 현재 주당 배당금을 유지할 경우 지분 25%에 대한 연간 배당 수익률만 3%대 중반으로 계산된다.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보다 자산운용 측면에서 유리하다. 코웨이가 연 40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내고 있는만큼, 현 지분율 기준 넷마블에도 연간 1000억원 안팎의 장부상 순이익이 계상될 전망이다.

'구독경제 시너지'를 강조하긴 했지만, 넷마블 역시 웅진코웨이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에 주목한 것으로 시장은 이해하고 있다. 넥슨 매각 철회 이후 국내외 게임업계에 이렇다 할 매물이 사라진 점도 무시할 순 없지만, 결국 재무 안정에 방점을 둔 거래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당장 하반기 게임 라인업이 부실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마당에 기껏 쟁여놓은 현금을 엄한 곳에 쓰겠다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게임사업에 대한 한계나 불확실성 때문이 아니라고 말은 하지만, 지금까진 말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웅진코웨이 인수 발표 직전 넷마블 주가는 사상 최고점 대비 52%, 올해 연초 이후 14% 하락하고 있었다. 인수 발표 이후 주가는 4거래일간 6% 추가로 급락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0월 18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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