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M&A 둔 LG-SKT 전쟁, 2라운드는 ‘소규모합병?’
입력 2019.10.25 07:00|수정 2019.10.29 09:28
    공정위 등 규제당국 심사 변수지만…"무산 가능성 크지 않을 것"
    관심은 LG유플러스의 '합병' 여부…하현회 부회장 '일정기간' 독립
    현재 주가 수준에선 '소규모 합병' 유력…합병비용 최소화 가능
    2대주주 SKT, 소액주주 연대해 방해 펼칠 가능성도
    • LG유플러스가 CJ헬로의 합병 대신 단순 지분인수로 '동거'를 선택한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최근 업계에선 양사의 주가 추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CJ헬로의 주가가 M&A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어느덧 LG유플러스가 합병 비용을 대폭 아낄 수 있는 '소규모합병'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CJ헬로 경영권 지분을 확보한 LG유플러스가 당국의 승인 이후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다시 언급되고 있다.

      변수는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다. 특히 CJ헬로의 2대주주인 SK텔레콤(8.61%)과 3대 주주인 홍콩계 PEF 엑셀시아(6.66%)가 LG유플러스에 지분 매입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점도 이런 배경에서 촉발됐다는 지적이다.

      2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CJ헬로를 인수한 LG유플러스와 티브로드와 SK브로드밴드간 합병을 결정한 SK텔레콤은 모두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규제 당국의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공정위가 LG유플러스의 M&A에 대한 승인을 한 차례 보류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공정위가 M&A를 앞두고 전향적인 자세를 드러내온 만큼 이달 말 예상된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간 합병 심사 결과와 맞춰 두 회사 모두 '조건부 승인'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4년 전 SK텔레콤의 CJ헬로(당시 CJ헬로비전) 인수 불허와 같은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이란 지적이다.

    • 이러다보니 투자자 사이에선 당국의 승인 이후 통신 업체간 공방에 대해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CJ헬로의 인수 뿐 아니라 합병절차를 통해 M&A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LG유플러스와 이를 견제하려는 SK텔레콤 간 신경전이 대표적이다.

      통신업계에선 LG유플러스가 멀지 않은 시기 CJ헬로의 합병 카드를 선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CJ헬로를 지금처럼 별개의 자회사 형태로 유지할 경우, 상호간 법인이 다르기 때문에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 비용이 중복으로 소요되는 등 경영 활동에 비효율적인 제약이 크다는 지적이다.

      제반환경이 합병에 유리하게 흐르는 점도 변수다. CJ헬로의 주가가 M&A 발표 직후 하락세를 보이는 점이 대표적이다. 인수 직전 주당 1만3000원에 육박하던 주가는 최근 6000원 대로 절반 수준까지 하락했다. 실적부진과 함께 M&A 기대감이 꺼지면서 증권가에서도 당분간 큰 폭의 주가 상승 모멘텀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다.

      이 주가 추세가 유지되면 LG유플러스와 CJ헬로간 합병비율 추산에서 LG유플러스가 유리할 수 있다. 23일 기준 LG유플러스의 시가총액은 6조원 수준인 반면 CJ헬로의 시가총액은 4700억원 수준으로 약 13배가량 벌어져 있다. 양 사가 추후 합병을 추진할 경우, 피합병법인인 CJ헬로 주주들은 주가로 추산된 비율에 따라 합병신주를 교부받게 된다. 만약 이 신주발행 규모가 합병회사 발행주식총수의 10%를 넘지 않는 경우 상법상 '소규모합병'에 해당될 수 있다. 이 경우 LG유플러스는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고도 이사회 결의만으로 합병을 진행할 수 있다.

    • 소규모합병의 경우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이 일부 생략될 수 있는 점도 LG유플러스 입장에선 호재다. 피합병법인인 CJ헬로 주주들은 합병신주를 선택하거나 주식매수청구권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회수를 고민해야 할 3대주주인 PEF 엑셀시아는 물론 2대주주 SKT가 주식매수청구권을 요청하더라도 앞으로 주가 추이에 따라 큰 폭의 투자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결정에 따라 의도치않게 경쟁사의 극소수 지분을 떠안게 될 난처한 상황에도 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합병 결정 이전 기타 소액주주들과 연대해 LG유플러스의 지분 인수를 요청하면서 여론전을 확대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CJ헬로 주주들의 반대의사통지 주식수가 발행주식총수의 20%를 넘길 경우 소규모합병이 무산될 수도 있다.

      박정호 SKT 사장도 올해 초 "양측이 원하지 않는 인수합병은 드래그얼롱이나 주식매도청구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며 "우리는 티브로드와 우선 합병을 추진하며 인수되는 주체도 행복하고 인수하는 회사와 시너지를 내는 것이 인수합병의 기본 전제라고 생각한다"고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LG 측이 인수 과정에서 지급한 시가의 100%에 달하는 인수 프리미엄이 소액주주를 제외한 최대 주주(CJENM)에게만 혜택이 가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다만 미국과 일본 등과 달리 국내에선 M&A절차상 공개매수와 관련한 절차를 의무적으로 두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무리한 주장이란 시각도 있다. 실제 지난 16일 엑셀시아 및 법률대리인 넥서스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를 심사한 공정위 전원회의에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해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과정이 소수 주주의 이익을 배제하고 있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공정위 측이 권한 밖의 문제라 일축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LG유플러스는 정확한 합병 시점에 관해선 함구하고 있다. CJ헬로 인수 발표 직후에도 향후 합병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왔지만, 하현회 부회장이 직접 "아직은 합병을 한다 안한다 말하기 어렵다"면서 "일정 기간은 각자 정체성을 유지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