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 Column]
'하이퍼카 딜러' 시작한 바디프랜드...동아원·참존과 닮은 꼴?
이재영 기업금융부 차장 | leejy@chosun.com | 2019.10.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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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프랜드

코닉세그.

극소수 자동차 마니아 외에는 이름조차 생소한 이 브랜드는 스웨덴의 자동차 제조사다. 프랑스의 부가티, 이탈리아의 파가니와 함께 세계 3대 '하이퍼카'(슈퍼카 이상의 성능을 보유한 초고급 초고가 자동차) 메이커 중 하나다. 대당 가격은 30억~40억원을 호가하며, 전 과정 수작업 제조로 창사 이래 26년간 총 생산대수가 250여대에 불과하다.

지난 2011년 부실로 파산한 도민저축은행 회장의 개인창고에서 코닉세그 차량 2대가 발견되며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양산차 가운데는 지난 9월까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코닉세그 아제라AS, 시속 445km) 기네스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성능을 위해 편의성을 포기했기 때문에 '돈이 있어도 운전실력이 없으면 탈 수 없는 차'다. 이른바 부(富)를 과시할 수 있는 '상징'으로 분류된다.

이런 코닉세그가 최근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된다. 딜러는 바디프랜드가 맡았다. 서울 강남 도산대로 바디프랜드 매장 바로 옆에 코닉세그 매장이 설치됐다.

고급 수입 외제차에 대한 바디프랜드의 관심은 오래된 일이다. 바디프랜드는 지난 2017년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람보로기니와 라이선스 협약을 맺고 람보르기니 안마의자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번엔 조금 방향이 다르다. 아예 자동차 총판 사업을 새로 시작했다. 바디프랜드 내에 오토사업본부를 꾸리고 20년 경력의 수입차 딜러 김지현 본부장을 영입했다. 단순한 라이선스 협약이 아니라 비용과 인력이 투입되는 '신사업'이다.

바디프랜드의 상장을 손꼽아 기다리던 증권가에선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정수기나 매트리스 등 그간의 사업 확장은 '렌탈'이라는 본업의 범주에서 이뤄졌지만, 수입차 총판은 전혀 다른 업태의 사업인 까닭이다.

바디프랜드는 럭셔리·첨단·고급의 이미지가 브랜드의 가치를 올려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안마의자 시장이 지금처럼 성장한데는 렌탈을 통해 가격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게 핵심 배경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초고가·초고급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일 지에 대해선 의문의 목소리가 많다.

당장 개당 3000만원을 호가하는 람보르기니 안마의자의 판매량은 연간 100여 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상현 바디프랜드 대표는 지난 7월 람보르기니 안마의자의 판매 목표를 '연간 2만대'로 제시했었다.

바디프랜드의 '사실상 오너'로 알려진 강웅철 이사가 수입차·슈퍼카 마니아인 건 시장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바디프랜드와 바디프랜드의 최대주주인 비에프에이치홀딩스의 등기임원을 맡고 있는데 고급 수입차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데다 개인적으로 보유한 수입차도 다량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강 이사가 직접 수입차 사업에 투자하기도 했다. 바디프랜드 대주주인 VIG파트너스가 폭스바겐 계열 수입차 딜러업체 '클라쎄오토'를 인수할 때 강 이사도 개인 자격으로 지분 10%를 투자했다. 문전박대하던 람보르기니를 삼고초려 끝에 설득해 바디프랜드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된 것도 강 이사의 의지가 강력하게 작용했다는 게 금융권에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바디프랜드의 이번 코닉세그 딜러 사업에 대해서도 강 이사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증권가는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대당 가격이 5억~10억원에 달하는 람보르기니조차 국내 시장에서 연간 40대는 팔아야 수지타산이 맞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코닉세그는 최근 직원 수를 늘리긴 했지만, 공급량 자체가 크게 부족해 매출을 끌어내기 힘든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즉 코닉세그 판매 인프라를 깔기 위해 바디프랜드가 투자한 자금을 언제 회수할 수 있을지 현 시점에선 추정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바디프랜드는 이미 '지배구조 이슈'로 인해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에서 떨어졌다. 여러 이유가 거론되지만 강웅철 이사를 비롯한 특정 경영인의 영향력을 내부통제시스템으로 조율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결국 심사 미승인 이후 바디프랜드는 내부통제시스템을 보완하고, 사외이사 추가 선임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런 시점에 뚜렷한 시너지가 보이지 않는 바디프랜드의 코닉세그 딜러 사업 진출, 그리고 특정인의 고급 수입차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불거졌다. 여전히 바디프랜드가 특정인의 영향력 안에 속해있다고 인식될 요인이다. 행여 코닉세그 딜러 사업에서 적자가 나고, 코닉세그 디자인을 차용한 안마의자의 판매량이 저조하다면 내후년 다시 시도할 예정인 상장 과정에서는 "지배구조 이슈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라는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회사 전성기에 오너가 수입차 딜러 사업에 손을 댄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샘플만 써봐도 알아요'라는 캐치프레이즈로 한때 국내 화장품 시장을 석권했던 참존. 알짜사업으로 손꼽히던 제분·사료 업체 동아원이 그랬다. 모두 오너 일가와 일부 경영진의 관심에 따른 것이었다. 본업 대신 취미에 집중한 기업들의 현 상황은 비슷하다. 결국 참존은 적자 늪에 빠져 그룹이 휘청였고, 동아원은 사조그룹에 매각됐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0월 24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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