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경험 못한 등급강등 눈앞…"재무·투자전략 다시 짜야"
입력 2019.10.29 07:00|수정 2019.10.30 09:38
    수익성·재무안정성 모두 하향 트리거 조건
    단기간 내 재무지표 개선 어려워
    등급 강등 현실화시 시장 신뢰도 떨어질 듯
    정 부회장, 재무·투자전략 재검토 해야 할 것
    • 이마트가 경험해보지 못한 ‘신세계’를 맞게 될까.

      이마트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우량 신용등급의 상징인 ‘AA+’를 내놔야 할 지도 모르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처했다. 처음으로 수장을 외부 수혈했지만 당초 기대했던 ‘혁신’보다 투자 및 재무 전략을 다시 짜서 시장의 신뢰를 먼저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의 부진 장기화는 충분히 예고된 상황이었다. 온라인 시장 장악을 두고 온라인 기업과 오프라인 기업의 치킨 게임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 어느 특정 유통기업만 힘들다고 보긴 어렵다.

      앞서 ‘유통공룡’ 롯데쇼핑은 2017년 하반기에 ‘부정적’ 등급전망을 받았고, 지난 5월 AA로 등급 하향됐다. 이마트는 그 기간 AA+ 등급을 유지했고, 5월이 돼서야 ‘부정적’ 전망 꼬리표를 달게 됐다. 신용평가사들은 좀 지켜보겠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마트가 현 등급을 유지하기는 어려워보인다.

    • 한국신용평가가 주요 유통업체 재무지표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대다수의 유통업체들은 한신평이 제시한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 조건을 지키고는 있다. 그런데 유독 이마트만 이 트리거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이마트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은 6%로 트리거 조건인 7.5%를 크게 밑돌고 있고 재무안정성을 의미하는 조정순차입금/EBITDA는 5%에 육박, 트리거 조건인 4.0%를 웃돌았다.

      ‘안정적’ 등급 전망을 다시 받으려면 결국 EBITDA를 올려야 한다. 이마트의 가장 큰 문제는 현재로선 수익성을 개선하기가, 또 차입금을 대폭 줄이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주요 유통업체의 수익성이 떨어진 주된 이유는 온라인 채널의 성장과 소비패턴의 변화, 심화된 경쟁 강도 등 산업구조적 측면이 강하다. 이런 상황이 단기간 내에 크게 변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경쟁 강도는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한신평은 “주요 유통업체의 2019년 상반기 실적을 살펴보면 전년 동기 대비 수익성이 대폭 낮아진 것으로 나타타고 3분기에도 실적 개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재무구조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온라인사업 강화를 위한 투자자금 소요와 약화된 영업에서의 현금창출력으로 재무안정성이 추가로 저하될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마트는 곧 1조원 규모의 점포 자산유동화 자금이 들어온다. 자산유동화에 성공하면 부채비율(개별기준)을 5~6%포인트 낮춰 지난해 수준인 72%로 되돌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유동화 자금이 온전히 재무구조 개선에 쓰일 수는 없는 게 이마트의 현실이다.

    • 이마트는 여타 유통업체들에 비해 EBITDA에서 CAPEX(시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벌어들이는 돈 대부분을 투자금으로 쓰고 있다는 얘기다. 수익성 개선이 이뤄져 EBITDA를 올리지 못한다면 결국 유동화자금 역시 상당 부분 투자금으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또 점포에 대한 장기 임차 계약으로 리스부채가 증가,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 이마트는 450억원가량을 매년 임차료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자산 매각에 따른 현금 유입 효과가 상쇄된다는 점도 있다.

      이마트의 신용등급 하향이 이뤄진다면 앞서 등급이 떨어진 롯데쇼핑보다 단기적 충격은 더 클 것이라는 게 다수의 시장 관계자 평이다.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다양한 방면으로 투자를 확대했지만 그 효과를 보지 못했고,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사업적으로나 재무적으로나 시장의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해 처음으로 맞이한 재무적투자자(FI)들의 움직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마트는 신세계와 함께 온라인 사업 부문을 따로 떼어내 통합법인 SSG.COM를 설립했고 어피니티 등 FI들로부터 7000억원의 자본을 유치했다. 추가로 3000억원을 유치하게 되면 총 외부조달 자본만 1조원이다. 2023년까지 총매출(GMV) 요건 또는 기업공개(IPO)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FI는 소유 주식 전부를 이마트에 매수 청구할 수 있다. 즉 SSG.COM이 성공하지 못하면 1조원은 그대로 빚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마트가 맷집으로 버티면 유통업계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투자 방식과 결과를 보면 맷집을 유지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유통 환경 변화에 발맞춰 다양한 업태로의 진출, 제조기업 인수 등을 추진했지만 화제성에 비해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은 구조이다보니 맷집도 점점 약해지고 있다. 금융업계에선 시장의 의구심이 더 커지기 전에 이마트가 효과적인 투자 전략, 체계적인 재무구조 개선 전략을 짜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컨설턴트 출신의 새 수장을 맞긴 했지만 신임 대표가 이를 추진하긴 사실상 어렵다. 결국 정용진 부회장의 결단이 필요하단 얘기다.

      컨설팅업계 관계자는 "회사 사정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도 유통업계 오너 혹은 경영진들은 여전히 유동성에 큰 어려움이 없었던 과거 방식으로 생각하고 투자하는데 익숙하고 이마트는 특히 신규 사업 진출에서 정 부회장이 앞장 선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정 부회장은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아닌,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그리고 지금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이를 기반으로 투자 및 재무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