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 이어 호텔 몸집 키우는 이부진…'신라호텔' 수익성엔 물음표
입력 2019.10.29 07:00|수정 2019.10.30 09:37
    주력사업 면세 이어 호텔로도 사업 확장 의지
    남산한옥호텔과 베트남 다낭호텔 추진 중
    투자금 3000억원 대비 수익 창출 어려운 구조
    • 호텔신라의 확장 모드가 주력사업인 면세는 물론 호텔에도 켜졌다. 내년 초 오픈 예정인 베트남 다낭 호텔사업에 이어 10년간 추진해온 남산한옥호텔이 건립 마지막 관문인 서울시 건축심의를 최근 통과했다. 그간 면세 사업에서 눈에 띄었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승부사 기질이 국내외 신규 호텔사업에서도 통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수익성에 대한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호텔신라의 주 캐시카우는 면세 사업이다. 사업부문별 영업이익 비중을 살펴보면 지난 상반기 면세 비중이 94.4%, 호텔&레저가 5.6%를 차지했다. 각각 93.8%와 6.2%였던 작년과 79.8%와 20%였던 재작년과 비교하면 호텔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 이에 이부진 사장은 최근 호텔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선 분위기다. 관련업계는 호텔신라가 주력 사업인 면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떨어지는 호텔로도 사업을 확장하려는 의도라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해외 면세사업 확장 ▲국내외 호텔사업 신규 추진이라는 컨셉으로 사업 재편에 나설 거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글로벌 1위 기내 면세업체인 쓰리식스티 지분 인수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호텔신라는 글로벌 1위 기내 면세업체인 쓰리식스티(법인명 트레블 리테일 그룹 홀딩스)의 지분 44%를 1417억원에 인수할 예정이다. 한 증권사 호텔 담당 연구원은 “이번 딜은 해외 공항 면세점 입찰과 비슷한 효과의 전략적 투자”라면서 “쓰리식스티의 주품목인 주류에 있어서 호텔신라의 매입력이 늘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경쟁업체 대비 원가 및 상품공급 면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업계 내에선 이부진 사장의 뚝심이 한 몫 했다는 평도 나온다. 이 사장은 2015년 쓰리식스티 인수를 추진한 바 있지만 세부조건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인수에 실패했다. 무산된 딜을 결국 4년 만에 성사시킨 셈이다.

      2010년 루이비통을 공항 면세점에 입점시키지 않겠다는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을 설득해 결국 입점에 성공한 사례, 2013년 세계 1위 면세업체인 DFS를 꺾고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의 시계매장 운영권을 획득한 사례 등 호텔신라의 지난 면세사업 성공엔 이 사장의 리더십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2015년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사업자 유치전에서도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HDC신라면세점’이란 합작법인을 세우는 결단과 후보기업 PT에서 임직원을 직접 찾아가 설득한 얘기가 자주 회자된다.

      이번 남산한옥호텔과 베트남 다낭 호텔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호텔 사업에서도 면세사업과 연계해 성과를 내는 등 이 사장의 승부수가 또 통할지 관심이다.

      이 사장이 10년 전부터 추진해 온 서울 장충동 남산한옥호텔 사업은 최근 서울시의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건축심의는 건축허가를 위한 마지막 관문으로 꼽힌다. 이부진 사장은 2010년 취임 직후부터 서울 도심 내 한옥호텔 건립을 역점 사업으로 꼽았다. 당초 자연경관지구인 남산 내에선 관광숙박시설 건립이 불가능하지만 2016년 3월 5번의 시도 끝에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시켰고 이후 문화재청 심의까지 거쳤다.

      지난 22일 건축심의 통과로 관할 구청인 중구청으로부터 건축허가가 최종적으로 나면 착공이 가능해진다. 호텔신라에 따르면 남산한옥호텔은 다음달 착공에 들어가 2025년 완공이 목표다. 완공 시 ‘서울 시내 최초의 도심형 한옥호텔’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이는 한진그룹도 탐냈던 타이틀이다. 한진그룹은 2008년에 송현동에 위치한 옛 주미대사관 터를 2900억원에 인수하며 '경복궁 인근 한옥호텔' 건립을 추진했지만 규제에 막혀 백지화했다.

      호텔업계 내에선 남산한옥호텔의 부가사업으로 들어갈 면세 부문은 CAPA 확장에 의미가 있지만 호텔은 수익성 측면에선 다소 의문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제기된다. 주된 근거는 ‘부족한 객실수’다. 남산한옥호텔의 예상 규모는 지하 3층~지상 2층으로 객실수는 약 43실로 예정돼 있다. 당초 지상 4층짜리 건물로 계획했지만 각종 심의와 평가 과정을 거치며 수정됐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한옥호텔에 호텔신라가 투자하는 CAPEX가 3000억원 수준인데 객실 43실로는 수익을 내기 부족하다. 객실수를 고려해 시그니엘급 이상의 럭셔리 호텔을 구상할텐데 서비스 등 기타 발생비용 커버가 가능할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 인력을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긴 하나 증축 비용 대비 효용가치는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호텔신라의 첫 해외 호텔사업인 베트남 다낭 호텔도 첫 삽을 뜨기도 전부터 수익성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호텔신라는 이르면 내년 2월 베트남 광남성 동부해안 농눅비치에 지상 9층 건물에 총 300여개 객실로 ‘신라 모노그램 베트남 다낭’ 호텔 오픈 예정에 있다. 신라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한 사업이지만 “2022년까지는 베트남 다낭 현지 공급물량이 대거 늘어 수요 확대 부담이 다소 있어 단기적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2022년 이후엔 수요가 공급을 따라잡으며 객단가가 올라 수익이 보장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호텔 사업이 향후 몇 년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기 전까지는 면세사업에 대한 의존도는 더 커질 전망이다. 올 연말 면세점 입찰경쟁이 몇 차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해당 입찰 성공여부가 관건이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내 총 12개 구역 면세점 가운데 내년 8월에 계약이 만료되는 8개 구역의 면세점 특허권 입찰이 예정돼 있다. 시내면세점 신규특허 입찰도 11월 진행된다. 올 연말이나 내년초에 결정될 싱가포르 창이공항 내 담배 및 주류사업자 입찰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