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 IPO, 해외 저평가에도 국내 수요 뒷받침…'빈 집에 깃발'
입력 2019.10.30 07:00|수정 2019.10.31 09:34
    수요예측 결과와 무관하게 연내 상장 마무리 의지
    딜 로드쇼, 홍콩·싱가포르 '긍정' vs. 영국·미국 '부정'
    한화에어로·에이치솔루션 '기업가치 제고'에도 기여
    일각선 발행사보다 모회사에 더 좋은 딜이란 해석도
    • 한화시스템이 험난했던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 흔치않게 '무혈입성'할 전망이다. 글로벌 IPO 시장이 침체 국면이고, 해외 로드쇼 중 일부 보수적인 반응이 나왔음에도, 국내 기관 수요 기반이 탄탄한 까닭이다.

      대어(大魚) 부재 속 공모주 투자한도(book)를 채우지 못한 기관들이 올해 다시 나올지 모를 4000억원대 거래에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시스템은 지난주 홍콩과 싱가포르에 이어 영국과 미국에서 딜 로드쇼를 마친 상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홍콩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에선 한화시스템 IPO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오갔지만, 영국과 미국에선 소극적 반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부터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일부 해외기관이 하단에 수요를 제출하는 등 의견이 엇갈렸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만 수요예측 결과가 한화시스템 IPO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일단 국내 주요 기관들은 대부분 이번 거래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까닭이다.

      사실 이번 한화시스템 상장은 대기업 딜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에쿼티 스토리'의 매력이 떨어지는 거래로 분석된다. 상장 핵심 목적이 재무적 투자자(FI)의 투자회수(exit)에 있는 까닭이다.

      이번 한화시스템 공모 구조는 구주매출 75%에 신주발행 25%로, 구주매출 물량 모두 재무적투자자(FI)인 스틱인베스트먼트(헬리오에스앤씨)가 보유한 물량이다.신주 물량이 많지 않아 자본 유입을 통한 성장성 제고는 그만큼 기대하기 어렵다.

      승계 과정에서 '오너 후광'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승계의 핵심은 역시 에이치솔루션이다. 한화시스템 상장 후 FI는 2대주주에서 3대주주로 내려오고 대신 3대주주인 에이치솔루션(14.48%)이 2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에이치솔루션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형제(김동관·김동원·김동선)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시가평가를 통해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을 줄 순 있겠지만, 직접적인 '도구'로 쓰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 기관들이 한화시스템 상장을 눈여겨 보고 있는 건 사실상 올해 마지막 '최대 규모의 공모주 거래'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IPO 시장의 기관 투자 수요는 공고하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9월까지 국내 IPO 시장 총 공모 규모는 1조800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2010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2조3000억원 규모의 공모주펀드를 포함해 10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IPO 시장 주변 자금 규모에 비하면 매우 적은 규모다.

      이렇다 보니 9월 이후 주식시장 분위기가 반전되자 기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공모주 매수에 나섰다. 9월 이후 진행된 주요 IPO(스팩 제외) 12건의 평균 수요예측 경쟁률 690대 1(단순평균)에 이른다. 1000대 1이 넘은 거래도 2건이나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최악의 경우'에도 희망공모가 밴드 안으로 공모가가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올해 워낙 투자할 곳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공모주 관련 펀드들이 상당히 고생했다"며 "코스닥벤처펀드 등의 자금 유출을 감안해도 올해 IPO 시장이 적정 규모모다 1조원 정도 미달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남은 올해 4분기는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 내다봐도 IPO 시장에 이렇다 할 '랜드마크 딜'이 없는 상황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아람코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상장 필요성이 떨어졌고, SK루브리컨츠와 SK건설 상장은 무기한 연기됐다. 호텔롯데는 여전히 움직임이 없고, 바디프랜드·카카오게임즈 등 기대를 모았던 중량급 거래도 시점을 예측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최근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SK바이오팜 정도가 기대주로 꼽힌다. 심사 및 공모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내년 1분기 상장이 가능하지만, 바이오 분야가 워낙 부침을 많이 타기 때문에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한 공모주 담당 운용역은 "보통 11월, 늦어도 12월 첫째주에는 투자를 마무리하고(북클로징) 성과 평가를 해야 하는데 11월까지 필요한만큼 담을 수 있는 대형 거래가 한화시스템 하나 뿐"이라며 "나머지는 대부분 적자 상태에서 특례상장을 준비 중인 바이오 기업 뿐이라 한화시스템 정도라도 충분히 담을 수 있다면 감지덕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