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설 계속되는 이스타항공, 대주주 구주가격 걸림돌은 여전
입력 2019.10.30 07:00|수정 2019.10.31 09:33
    경영악화 속 매각설 이어져…회사 “사실무근”
    수차례 손바뀜 속 이상직 전 의원과 관계 눈길
    증자 필요한데 구주도 매각?…시장선 부정적
    수년 전엔 감자 반발하기도…구주 가치 의문
    • 이스타항공은 수년간 손이 바뀌고 매각설이 계속되며 미래가 불투명하다. 저가항공사(LCC)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새로 자금을 투입해줄 주인을 맞아야 하지만 대주주의 지분 가치가 걸림돌이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선 구주를 비싸게 사주는 것보다는 증자 규모를 늘려야한다. 그러나 시장에선 유력 인사와 관련있는 대주주가 구주 가치를 내려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과거 사모펀드(PEF)로부터 투자유치 협상을 할 때도 감자에 대해선 난색을 표했다. 대주주가 구주 가치에 욕심을 낼 경우 새 주인을 맞더라도 경영 불안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이스타항공의 작년말 자본총계는 253억원에 불과하다. 올해 LCC 업계가 한일 갈등, 항공기 사고 등으로 최악의 불황을 겪은 점을 감안하면 연말 자본잠식이 악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회사는 지난달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이스타항공의 매각설이 부상했다. 회사는 부인하고 있지만 매각 추진은 시기의 문제일 뿐 기정사실이었다는 예상이 많았다. 최대주주 보유 지분을 매각하거나, 새로운 주인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매각이 본격화하더라도 마땅한 인수자를 찾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신규 자금이 필요한데 LCC 중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스타항공에 돈을 넣으려 할 곳이 있을지 미지수다. 우리나라엔 땅이 넓은 호주(제트스타), 캐나다(포터항공, 웨스트젯 등)보다 훨씬 많은 LCC가 난립해 경쟁이 치열하다.

      대주주의 지분도 부담요소다. 자금을 오롯이 회사에 투입해도 성과가 있을까 말까인데, 대주주 보유지분까지 사줘야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수년간 여러 차례 대주주가 바뀌었다.

      2012년엔 새만금관광개발이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였는데, 새만금관광개발은 케이아이씨, 케이아이씨는 에이스이공이공이 각각 최대주주였다. 에이스이공이공은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전 국회의원)의 개인회사였다. 이 이사장은 19대 국회에 입성하면서 에이스이공이공 지분을 가족에게 양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나라에이스홀딩스가 케이아이씨를 인수했고, 2014년 IBK투자증권의 사모펀드(PEF)에 이스타항공 매각을 고려했지만 무산됐다. 2015년 이스타홀딩스가 다시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스타홀딩스(지분율 39.6%)는 이상직 이사장의 자녀들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몇 차례 손바뀜 과정이 불투명하지만 이스타항공이 꾸준히 이상직 이사장의 직간접적 영향력 아래 있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스타항공은 2016년 미래전략실을 설립하면서 이상직 이사장을 국회의원 시절 보좌했던 김유상 씨를 실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이스타항공 매각이 추진된다면 구주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 IBK투자증권 PE는 500억원 규모 유상증자와 더불어 8대 1 감자도 추진하려 했지만 대주주가 반발했다. 투자 관계자들이 이상직 국회의원실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기업인 IBK기업은행도 부담을 느꼈고, 투자는 없던 일이 됐다.

      최근 불거진 매각설에선 구주 가격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구체적인 가치가 거론됐다보니 의사를 타진했지만 결실을 얻지 못했을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한 증권사 항공담당 연구원은 “최근 거론된 구주 가격을 감안하면 회사 지분 100% 가치가 2000억원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이는 비행기가 많고 현금성자산도 1500억원을 쌓아둔 티웨이항공 시가총액과 비슷한 가격”이라며 “정말로 이 값을 원한다면 조롱거리가 될 수밖에 없고, 설령 팔리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고 발을 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항공업계에 관심이 많은 PEF와 최대주주 지분 중 30% 매각 방안을 협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스타항공을 살리기 위해선 PEF보다는 동종업계가 인수해 비효율을 줄이는 것이 유리하다는 평가다.

      제 코가 석자인  다른 LCC가 이스타항공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인수가 필요하다 판단해도 대주주가 유력 인사와 관계가 있음을 감안하면 구주 가치를 완전히 외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구주값까지 쳐줬다간 회사 정상화는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상직 이사장은 전주 출신으로 같은 전주 출신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 캠프에도 참여한 바 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저가항공사는 대부분 운용리스라 자산이 있는 것이 아니고 파산하더라도 노선은 국토교통부가 배분해주기 때문에 경쟁사들이 구태여 지금 이스타항공을 탐내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