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만료 앞둔 SK CEO들, 박정호·김준 사장 연임 여부에 '촉각'
입력 2019.10.30 07:00|수정 2019.10.31 09:33
    SK(주)·SK텔레콤·SK이노베이션 CEO 줄줄이 임기 만료
    SK텔레콤은, 중간지주, 이노베이션은 LG소송이 관건
    SK텔레콤 인적분할 결정시 SK하이닉스 주도권 여부에도 관심
    • SK그룹 내 주요 계열사 CEO들이 올해 줄줄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그룹 및 시장에선 벌써 그룹 중추를 담당한 '스타 CEO'들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는 그룹 내 계열사들에 큰 폭의 실적 부침이 없었던 데다, 3년 전 세대교체 차원에서 대규모로 단행된 인사였던 만큼 큰 폭의 변화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그룹 지배구조 재편 등 취임 당시 맡았던 굵직한 비전이 달성되지 못한터라 이 여파로 인한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SK그룹은 통상 임직원에 대한 성과평가(KPI)를 10월 중으로 마치고, 11월부터 본격적인 인사의 밑그림 및 내년 전략을 짜는 일정을 반복해왔다. 올해는 각 계열사들이 유독 더 긴장한 모습이다. SK(주),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그룹 중추 계열사 CEO들의 임기가 모두 만료되기 때문이다.

      그룹 내에선 CEO들의 성과평가는 조대식 수펙스 의장의 권한으로 알려져 있다. 각 계열사 CEO들이 참석한 수펙스협의회를 통해 평가 기준 등이 어느정도 논의되지만 최종 결정은 조 의장과 최태원 회장의 몫으로 전해진다. SK그룹은 ▲주주 가치 제고 ▲공유 인프라 적용 ▲경영혁신 방안 및 사회 공헌 ▲사회적 기업 육성 및 지원 성과 등을 기준으로 반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사실상 유일하게 계량적인 지표역할을 맡는 것은 계열사들의 주가상승률이다. SK그룹은 10월 말까지 KOSPI200 지수 상승률 대비 각 계열사의 상승률을 토대로 해당 지표를 평가하는 데, 대부분 계열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이다. 다만 최태원 회장이 지난 3년 전과 달리 올해부터 사회적가치를 비롯한 비계량적인 요인을 평가의 50% 반영할 정도로 비중이 커지며 예측은 더욱 어려워졌다.

    • 향후 거취에 가장 관심이 쏠린 CEO는 단연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다. 박 사장은 SK(주)와 SK C&C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기존 SK텔레콤 수장인 장동현 사장과 자리를 맞바꾸며 자리를 옮겼다. 2017년1월 부임 후 주도적으로 ADT캡스, 티브로드 등 굵직한 M&A를 단행했고 OTT 서비스 '웨이브'를 출범하며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섰다. 최근에는 카카오와 3000억원 규모 주식교환을 발표하며 미래 먹거리인 ICT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하지만 SK텔레콤에 부임한 이후 그룹의 ‘중대미션’이었던 중간지주 전환을 성공하지 못한 점은 취약점으로 꼽힌다. 그룹 내에선 최태원 회장과 조대식 수펙스 의장을 제외하곤 그룹내 주요 의사 결정권자로 꼽혀온 그의 향후 입지를 고려하더라도 중간지주 전환이 필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정호 사장이 발표한 지배구조개편안이 성사되지 못하면서 오히려 그룹에선 지주사 중심의 개편안이 부상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인적 분할을 단행한 후 지주사와 합병하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이 대표적이다. 특히 최근 SK㈜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으로 점점 더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이 방식으로 지배구조개편이 단행될 경우. 그룹 내 핵심계열사 SK하이닉스의 주도권 문제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직전까지는 SK텔레콤과 박정호 사장의 주도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SK하이닉스가 SK㈜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부상하면서 주도권이 조대식 의장이 관여하는 지주사로 이전될 수 있다는 평가다.

      그룹 일각에선 SK하이닉스와 관련한 여러 언급도 나오고 있다. 올 초만 해도 연임이 유력했던 박성욱 부회장이 갑작스레 현업에서 물러나고, 이석희 사장이 새 수장으로 부임하기도 했다. 박정호 사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며 도시바 투자를 주도했던 노종원 전무가 SK하이닉스로 이동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오히려 수펙스 내에서 ICT위원장을 역임 중인 박성욱 부회장의 영향력이 강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송현종 미래기술&성장본부 부사장을 통해 여러 의사 결정에도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도 올해 임기만료를 맞을 예정이다. 임기 중 조단위 대규모 배터리 투자를 밀어붙여 포트폴리오 재편에 공을 세웠으나 '기술 유출'을 내건 LG화학의 공세로 갈림길에 섰다. '국내 기업간 소송 문제를 해외에서 다투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논리로 여론전을 펴기도 했지만 산업자원부 등 정부 당국도 개입에 선을 그으며 합의 가능성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룹 내에서도 "LG와의 소송이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SK나이트(SK Night) 등 그룹의 주요 행사에서도 '사회적 가치(SV, Social value)' 창출 등 그룹 차원의 이슈 대신 LG화학과의 소송 문제가 화제가 됐다. 다만 일각에선 “전쟁 중에 장군을 바꿀 수 없다”는 여론을 고려할 때 오히려 연임 가능성은 커진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SK㈜의 장동현 사장도 올해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타 계열사 대비 상대적으로 부침이 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찌감치 투자전문지주사(Corporate PEF)를 표방하며 국내외 소수지분 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장 사장은 지난 4월 "SK㈜가 투자한 최근 M&A의 평균 내부수익률은 15%에 달한다"며 성과를 밝히기도 했다. 내년 초 예정된 SK바이오팜의 코스피 안착과 동시에 재무구조 개선 여부가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