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 살아있는 아시아나 분리 재매각…애경그룹 LCC 인수로 선회 가능?
입력 2019.10.31 07:00|수정 2019.11.04 11:58
    산은, 신주 규모는 크게 구주 가치는 낮게 희망하는 모습
    인수자 부담 덜겠다는 전략…금호 입장과는 배치
    분리매각 가능성 시사한 이동걸 회장
    본입찰선 통매각 원칙 지켜질 듯 "매각 양상 변할 수도”
    자금력 부족한 애경그룹, LCC 인수여력은 충분
    •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의 일괄매각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인수후보들 셈법에 따라 추후 아시아나항공(FSC) 저비용항공사(LCC)의 분리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단 아시아나항공의 주인이 확정되면 다른 후보들이 새로운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의 컨소시엄의 전략에 관심이 모인다.

      실질적으로 매각을 주도하고 있는 산업은행의 원칙은 ‘일괄매각’이다. 최근 산업은행은 인수후보들에 발송한 입찰 안내서에 최소 신주 인수 규모를 8000억원으로 확정했다.

      다만 후보들은 산은이 금호산업 보유 아시아나항공 구주에 대해서는 가격을 낮게 책정하기를 희망한다고 보고 있다. 거래종결 가능성을 높이고 후보들의 활발한 참여를 위해서는 딜 규모를 줄이는 게 바람직한데다 박삼구 회장 일가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는 평가도 바람직하지 않아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후보 입장에서도 금호그룹에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것보단 신주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 추후 경영에 유리하고, 전체적인 인수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본입찰(11월7일)이 2주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자금력에선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가 단연 앞선다는 평가다. HDC의 경우 상반기 기준 1조2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자기자본투자(PI)와 인수금융 제공이 가능한 미래에셋과 손잡으면서 1조원이 훌쩍 넘는 자금조달엔 큰 무리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HDC컨소시엄의 경쟁 후보로 손꼽히는 애경그룹-스톤브릿지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현재 애경그룹이 보유한 현금은 약 2000억원에 불과하다. 스톤브릿지가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6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스톤브릿지는 현재 4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펀드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성장금융으로부터 1000억원의 자금을 받아 3000억원 수준의 블라인드펀드도 모으고 있지만, 자금 모집 시점을 고려할 때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자금을 사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애경그룹과 스톤브릿지가 현재까지 만들어 낼 수 있는 자금은 7000~8000억원 수준이다. 신주 규모만 8000억원,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진 구주가격을 합하면 매각가는 최대 1조5000억원 이상까지 거론 되는데, 추가 재무적투자자(FI)를 초청하거나 인수금융 규모를 크게 늘여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IB 업계를 중심으로 이미 인수전이 HDC컨소시엄으로 기울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하지만, 애경그룹과 스톤브릿지가 막판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사실 애경그룹 입장에선 풀서비스캐리어(FSC)인 아시아나항공과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에어서울의 등 3곳의 항공사를 추가로 인수할 유인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경그룹은 매각 초기단계부터 운영중인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에어서울 등 LCC 간 시너지를 노리고 참여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LCC 분야에선 상당한 운영 노하우를 갖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후 추가적인 자금투입이 불가피 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자금조달을 통한 인수가 추후 그룹 전반에 미칠 위험성도 고려해야 한다.

      만약 애경그룹이 자금 부족으로 아시아나경영권 인수에 실패한다면, 아시아나항공에서 LCC만을 떼내 인수를 추진 할 수 있는 방안도 가능하다.

      산업은행은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하이브리드형 전환사채)를 통해 박삼구 회장의 퇴진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 매각을 이끌어 냈고, 매각 대한 전권(全權)을 쥐고 모든 과정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후보자가 됐든 이번 경영권 매각이 성사만 된다면, 산업은행은 더 이상 아시아나항공 매각 또는 경영에 관여할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

      무조건 일괄 매각 원칙을 고수했던 과거와는 산업은행의 입장이 다소 달라지기도 했다. 이동걸 회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분리매각을 검토했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검토한 뒤 시너지와 매각가치 등을 고려해 (일괄매각을) 결정했다”며 “다만 분리매각 가능성도 열어놨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본입찰 과정에서 분리 매각이 명문화되는 것은 어렵다. 다만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고 인수후보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면 최종 인수 전후로 매각의 양상이 변할 수 있다는 평가다. 애경그룹은 LCC 2곳 정도는 인수할 여력은 있고, 이미 제주항공 운영 노하우가 있기 떄문에 인허가에 대한 최종 승인 권한을 가진 국토교통부 입장에서도 분리방안을 굳이 반려할 유인은 없을 것이란 평가다. 아시아나항공의 최종 인수자 입장에서도 자회사를 매각하면, 회사에 자금이 유입돼 인수 후 초기 부담을 다소 덜어낼 수도 있다.

      실제로 애경그룹은 스톤브릿지를 파트너로 맞기 전, 국내 대기업과 협의하며 공동으로 인수전에 참여할 것을 검토하기도 했다. 협의 당시, 인수 후 몇 년 후에 아시아나항공 및 LCC 분리하는 방안이 컨소시엄 구성 조건으로 논의되기도 했다. 애경그룹은 자금력이 부족하지만 LCC 경영에 대한 노하우가 있고, 해당 대기업은 오너일가의 지분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매각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입찰 참가자에 대한 제한을 세우면서 최종 합의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수차례 통매각을 언급했기 때문에 일단 본입찰까진 현행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추후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되고, 조건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참여 후보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면 분리 매각도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