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M&A, 카자흐 승인은 호재? 각국 승인은 '별개 문제'
입력 2019.10.31 07:00|수정 2019.11.01 09:29
    카자흐서 첫 승인…中 1-2위 업체 합병 호재도
    카자흐는 애초 경쟁성 낮아 직접 비교 어려워
    자국 이익 최우선시 하는 中 당국 성향도 변수
    • 대우조선해양 M&A에 대해 카자흐스탄 경쟁당국이 처음으로 승인 결정을 냈고, 중국에선 1~2위 조선사 합병도 확정됐다. 첫 단추를 잘 뀄기 때문에 앞으로의 절차에도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만 두 나라의 결정이 다른 나라의 판단에까지 그대로 확장될 것으로 단정하긴 어렵다. 카자흐스탄은 처음부터 다른 나라들보다 경쟁 제한성이 크지 않았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중국 경쟁당국의 성향을 감안하면 대우조선해양 M&A를 전혀 다른 성격의 사건으로 볼 가능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29일 최근 카자흐스탄 경쟁당국으로부터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 승인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국내외 경쟁당국 중 첫 승인 사례로 M&A에 큰 문제가 없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런 결과를 다른 나라의 경쟁당국과의 심사 과정에서 근거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 카자흐스탄 경쟁당국의 승인이 호재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판단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많다.

      카자흐스탄엔 대우조선해양의 사업과 관련해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다. 대우조선해양이 2014년 따낸 조단위 육상 플랜트 사업이 내년까지 진행된다. 이 사업의 규모가 크지만 이 외에 별다른 경쟁제한 요소는 없어, 애초부터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플랜트는 국내 조선사들이 큰 손실을 본 후 욕심을 내지 않는 분야기도 하다. 신청부터 승인까지 채 두 달이 걸리지 않았다.

      본 경기는 지금부터다. 선주가 많은 유럽연합(EU), 직접적 경쟁 관계인 일본과 중국의 승인 여부가 핵심이다. 각 나라의 경쟁당국끼리는 ‘같은 사안에 결이 다른 결정’을 내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경향이 있다지만, 카자흐스탄과는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결론도 동일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한 증권사 조선담당 연구원은 “가장 중요한 지역은 EU인데 일단 다른 국가에서 승인이 났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며 “다만 경쟁제한 요소가 낮다는 점을 인정받아 긍정적이라기 보다는 첫 스타트를 잘 끊었다는 정도의 의미”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도 호재가 있었다.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25일 1위 조선사 중국선방공업집단(CSSC)과 2위 중국선박중공집단(CSIC)의 통합을 승인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및 효율화 정책의 일환으로 작년 초부터 추진돼 왔다.

      대우조선해양 M&A가 발표된 후부터 중국은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자기 나라에서 초대형 조선사를 탄생시키면서 똑 같은 사안에 다른 결정을 내리긴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의 CSSC-CSIC 승인 심사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상황을 살펴보면 반드시 승인이 날 것이라고 낙관하긴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은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이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 역할을 한다. 원래는 상무부 산하의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이런 역할을 맡고 있었는데, 지난해 NDRC와 상무부의 집행 기능이 SAMR로 옮겨왔다.

      독립적인 경쟁당국 기관이 설립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인적 구성은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조직만 따로 세웠을 뿐 상무부의 인력들이 그대로 예전의 업무를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무부는 중국 최고 행정기관인 국무원의 산하 부서로 중국의 경제와 무역 문제를 관할한다. 중국의 경제적 이익을 앞장서 대변하는 기관으로 대외적으로도 강한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다. 미국과 무역분쟁에서 첨병 역할을 했다. 국가간 M&A 승인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2017년 미국 퀄컴은 중국 기업결합신고 지연으로 NXP 인수가 무산된 바 있다.

      중국 정부가 어떤 생각을 가지느냐에 따라 승인 여부가 달라지는 구조다. 중앙 정부가 반대하지 않더라도 지방 정부가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많아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중국 입장에선 자국의 조선소 통합 작업이 중요하지만, 한국에 초대형 조선 기업이 탄생하는 것은 달갑지 않다. 가뜩이나 LNG운반선 시장을 둘러싼 두 나라의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 M&A에 다른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단 지적도 나온다.

      한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중국의 경쟁 법리가 과거보다 많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고, 자국내 결합도 승인했기 때문에 대우조선해양 M&A에도 득이 될 것”이라면서도 “중국의 경쟁당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대형 M&A가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느냐를 많이 따지는 편이라는 점이 걸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