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실적잔치 이어가지만…경기침체 속 내년 실적하락 '경고등'
입력 2019.11.04 07:00|수정 2019.11.05 10:51
    경기침체 우려 커지면서 기준금리 지속 하락
    3분기까지 은행 NIM도 꾸준히 떨어져
    내년 실적 저하 우려 커져
    • 은행들의 내년 걱정이 커지고 있다. 3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사상최대 실적을 이어갔다. 하지만 뜯어서 살펴보면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숫자들이 나타났다.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고, 소호(SOHO) 대출 부실률도 올라가고 있다. 경기 부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저금리 지속 여파로 은행 실적 하향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일단 올해 3분기까지 '숫자'는 나쁘지 않았다. 신한금융은 3분기까지 2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2001년 금융지주 체제 전환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KB금융은 3분기 누적 2조7771억원, 하나금융은 2조404억원을 기록하며 금융지주 3곳이 모두 2조원이 넘는 순익을 달성했다.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우리금융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금융지주사들의 사상최대 실적은 은행들의 호실적 탓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의 3분기 누적순익 2조67억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은 1조976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나은행도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7913억원을 보였다. 사상최대 실적을 낸 지난해 수준이거나  소폭 성장한 수치다.

      이런 실적의  배경은  지난해 기준금리 상승으로 올 상반기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자수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 영향이 지속되면서 은행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좋은 실적을 이어갔다.

      하지만 올해 3분기를 기점으로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자수익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 16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25%로 낮췄다. 통상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도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은행들의 실적잔치도 이번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 은행 재무담당자는 “기준금리가 25bp(1bp=0.01%) 하락할 때 순이자마진은 3bp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난다”라며 “기준금리 하락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순이자 마진 하락 압박이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당장 3분기 NIM만 비교해봐도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르다. 지난해에는 금리 상승기조 속에 은행들의 NIM이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들어서 NIM 하락 추세가 뚜려해지고 있다.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NIM을 기록하고 있는 국민은행의 3분기 NIM은 지난해 4분기 대비 0.03%포인트 하락했다. 신한은행은 0.08%포인트, 하나은행은 0.09%포인트 하락했다. 은행 수익의 80% 이상이 이자수익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NIM 하락은 실적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소호대출 연체율 증가도 눈에 띈다. 올해 3분기 신한은행의 소호 대출 연체율은 0.26%로 지난해 대비 0.07%포인트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위기관리가 철저하다는 신한은행에서 연체율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중은행의 최고재무책임자들도 이를 눈여겨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최고재무책임자는 “소호 대출 연체율 상승은 최근 경기부진 상황에서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라며 “절대적인 수치는 낮은 수준이지만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이런 상황은 연말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간 사상최대 실적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실적만 놓고 보면 현 은행장 연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허인 국민은행장의 연임이 빠르게 결정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간의 관례를 깨고 이대훈 농협은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은행들의 사상최대 실적이 뛰어난 경영성과 때문인지 아니면 금리변화 등 시장상황에 따른 것인지는 살펴볼 만한 부분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상최대 실적 속에 은행장 연임에 힘이 쏠리고 있다”라며 “다만 내년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현 은행장의 경영능력을 신뢰할 수 있는 가는 생각해 볼 문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