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CEO 선임 두고 장고에 들어간 삼일회계법인
양선우 기자 | thesun@chosun.com | 2019.11.06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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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회장 선임 올해말에서 내년으로 연기
3인 경쟁구도
바뀐 환경 새로운 리더십 요구 커져

삼일회계법인이 차기 대표 선임을 두고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당초 올해말까지 차기 대표 선임을 마치려고 했으나 이 시기를 내년으로 미뤘다. 그만큼 차기 리더십에 대한 고민이 깊다.

김영식 삼일회계법인 대표 임기가 내년 6월로 다가오면서 삼일은 차기 대표 선임 일정을 조율 중이다. 상반기만 하더라도 올해말에는 차기 대표의 윤곽이 나올 것이란 예상이었으나, 이 일정이 내년 4월로 미뤄졌다. 아직까지 어떠한 방식으로 차기 대표를 선임할지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현재 거론되는 차기 대표 후보로는 윤훈수 감사부문 대표ㆍ배화주 딜 부문 대표ㆍ서동규 마켓앤그로스 대표 3인이다. 윤훈수 감사부문 대표는 1964년생으로 이 세명의 후보 중에서 가장 연장자다. 주로 국내 대기업 감사 및 미국시장 상장 업무를 맡았다. 배화주 재무자문 대표는 주요 기업의 구조조정, 인수합병 자문 업무를 담당해왔다. 서동규 마켓앤그로스 대표는 감사, 컨설팅, 딜 업무를 두루두루 관장하고 재무ㆍ감사ㆍ세무ㆍ컨설팅 통합 복합본부 대표를 역임한 이력이 있다.

삼일

이들 3인은 서울대 경영학과 선후배 사이로 각자 개성이 뚜렷하다는 평가다. 윤 대표는 조직장악력이 높은 리더형이고 배 대표가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리더십이라면 서 대표는 추진력과 친화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고경영진에선 어떠한 방식으로 대표를 뽑는 게 좋을지 고민중이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전임 CEO가 후임자를 찍어 놓고 나가는 게 삼일의 대표 선출 방식이었다. 하지만 안경태 전 회장이 급작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이런 절차에 변화가 생겼다. CEO의 급작스런 이탈로 회사의 안정성을 위해 당시 부회장을 맡고 있던 김영식 대표가 CEO로 취임했다. 당시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보니 회사가 안정된 지금 CEO 선출 방식 전반에 대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한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이전 방식으로 하자는 측과 선거를 통해서 하자는 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다”라며 “이번 CEO 선출이 앞으로 최고경영진 양성과정에서도 영향을 줄 것이란 점에서 내부적으로 고민이 깊다”라고 말했다.

회사 내부적으로 CEO 선출을 놓고 이견이 갈리다 보니 삼일회계법인의 창업자이자 첫 회장인 서태식 선대 회장의 역할론도 부각되고 있다. 삼일은 김영식 대표를 포함해 7인의 리더십 그룹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도 CEO 선임에 대해 의견이 갈리다 보니 결국 창업자인 서태식 회장의 의중이 중요해졌다는 것.

CEO 선임 시기를 4월로 늦춘 결정도 서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말에 차기 CEO를 선임하면 김영식 현 대표가 물러날 때까지 공백이 길다보니 내부적으로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CEO 선임 방식이 중요한 이유는 이에 따라 세 명의 후보의 희비가 갈리기 때문이다.

파트너간 선거를 통해 진행할 경우 파트너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감사부문이 유리하다. 그렇다고 김영식 대표가 차기 후보를 선임한다면 김 대표와 가까운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럴 경우 갑작스럽게 CEO에 올라간 김 대표가 차기 후보를 선정하는게 타당햐나는 ‘정통성’에 대한 시비가 붙을 수 있다. 이런 점등을 두루두루 따져야 하기 때문에 섣불리 선임 방식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회계법인을 둘러싸고 바뀌는 환경도 차기 CEO를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다. 지정감사제 시행으로 감사환경이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영업력을 통해서 고객을 확보하는게 회사 성장의 밑바탕이었다면, 이제는 정부에서 감사대상을 지정해 주니 이전과 같은 영업력의 중요성이 떨어졌다. 과거 환경에선 당연히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야전사령관’이 CEO의 제 1 덕목이었다면, 이제는 조직원의 신뢰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그만큼 조직원 대다수가 납득할 만한 인사를 뽑아야 한다는 중압감도 크다.

한 삼일회계법인 파트너는 “이번 인사는 삼일의 세대교체란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라며 “회계법인의 전문성에 대한 요구가 커진다는 점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열린리더에 대한 요구가 커진다는 점에서 새로운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삼일회계법인은 "CEO 선임과 관련해 경영위원 전원 또는 그밖의 인물까지 후보로 두고 검토 과정에 있다"며 "후보자 선정은 서태식 명예회장이나 김영식 CEO의 의중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파트너 위원회(Oversight board)에서 시기나 방식 및 후보자 선정에 논의하는 과정에 있으며 파트너들이 원하는 리더십에 적합한 후보군을 추천해 마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1월 05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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