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매 장세' 선택받은 유통주...주가는 '반짝' 실적은 '글쎄'
이재영 기자 | leejy@chosun.com | 2019.11.07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print인쇄 print공유하기
+ -
쓱데이 대박·중국인 귀환 등 '호재' 쌓여
외국인 매수세에 국내 기관들도 가세
지속 여부는 불투명...'단순 순환매' 분석
상승세 지속엔 실적 필수...내년 전망 부정적

이마트 최근 1년간 주가 추이

드디어 유통주에 볕이 든 것일까. 주요 유통주 주가가 급등하며 일각에선 벌써부터 '긴 조정이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의 목소리는 약간 다르다. 최근 코스피는 업종에 따라 자금 유출입이 이뤄지며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순환매 장세' 성향이 강한데, 이번엔 유통주의 차례가 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최근 은행주, 바이오주가 순환매로 상승장세를 연출했는데, 여기서 빠져나온 유동성이 유통주에 몰렸다는 것이다.

6일 국내 코스피 유통업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64% 상승 마감했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상승폭이 더 뚜렷했다. 이마트 7.3%, 신세계 6.9%, 롯데쇼핑 4.6% 현대백화점 3.8% 등 신세계그룹주를 중심으로 주요 유통주들이 대부분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유통업 강세는 외국인과 연기금이 이끌었다. 외국인이 252억원을, 국내 기관이 562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개인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시장 주체들이 유통주를 사들였다. 연기금도 137억원어치를 담았다. 장 초반 1시간동안 외국인이 200억원어치를 쓸어담자, 국내 기관들도 곧 매수세에 뛰어들었다.

올해 내내 조정을 거친 유통주에 외국인·기관 쌍끌이 매수세가 들어오자 반등이 시작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마트가 지난 2분기 창사 후 첫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이 '바닥'의 신호라는 것이다. 바닥이 나왔으니 반등이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지난 11월 2일 신세계그룹이 진행한 '쓱데이' 행사 일일 매출액이 4000억원을 넘었다는 소식도 호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600만명이 방문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는 내용이 시장에 알려지며 신세계그룹주 주가가 주로 상승한 것으로 해석된다.

단체 관광이 일부 다시 허용되며 올해 3분기 누적 중국인 관광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 증가했다는 점도 유통주에 긍정적인 신호로 비춰졌다.

다만 이번 주가 상승이 '대세 상승'으로 전환되는 신호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일시적인 수급 쏠림으로 인한 상승장이었다는 것이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2100선을 회복한 이후, 코스피 시장은 지수엔 큰 등락이 없는 상황에서 개별 종목 혹은 특정 산업의 주가가 오르는 모습을 보여왔다. 10월 중순 이후 이어진 은행주, 바이오주 상승이 대표적인 사례다. 은행주와 바이오주는 현재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며 상승폭이 제한된 상황이다.

여기서 빠져나온 유동성이 이번에 찾은 곳이 유통주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쓱데이·중국인 관광객 등 '재료'가 갖춰진 저평가 업종에 수요가 몰리며 주가가 반등했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그간 유통주가 굉장히 소외되기도 했고 호재들이 있는데 외국인 매수세가 들어오니 수급이 확 쏠린 것"이라며 "은행주와 바이오주는 10월부터 이어진 주가 상승이 마무리되고 좀 쉬어가는 분위기인데 여기서 나온 유동성이 유통주를 밀어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의 주가 상승이 대세 상승으로 이어지려면 결국 유통업황이 긍정적으로 개선되거나, 기업이 기대에 부합하는 실적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내년 유통업 전망이 생각보다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다.

유통업지수 및 소비자심리지수 추이

국내 주요 유통기업들의 실적과 주가는 소비자심리지수를 따라가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2017년 하반기를 마지막으로 줄곧 내리막 추세다. 특히 유통 업종 실적과 연관이 높은 의류비와 외식비, 문화생활비 지출 전망은 여전히 하락세다.

유통업의 업황을 뒷받침하는 가처분소득 감소세도 우려스럽다. 지난 2분기 가처분소득이 전년대비 2.7% 증가하며 16분기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이는 정부의 지원금 확대에 따른 이전소득 증가가 견인하고 있다. 경제의 중추인 30대·40대 취업자 수는 감소 추세고 비정규직 비율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KB증권에 따르면 경기침체의 여파로 인해 내년 백화점(기존점 기준)과 편의점 매출 성장률은 1%, 할인점 매출 성장률은 마이너스(-) 2%를 기록할 전망이다. 유일하게 면세점 업종만 중국인 소비자들의 수요를 바탕으로 두 자릿 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한 중견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상당수 유통주 주가가가 연초 대비 20~30% 떨어져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지금은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오른 것이라고 해석이 가능한데, 결국 상승 추세가 이어지려면 올해 3분기, 4분기 유통업체들이 확실히 호전된 실적과 수익성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1월 06일 17:17 게재]

기사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