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아이콘 위워크 '휘청'에 국내 오피스시장 경고등
이시은 기자 | see@chosun.com | 2019.11.07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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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사 영향 적다지만 일부 사업 위축 가능성
'공유' 키워드 보단 '단순 전대차' 평가 지속
패스트파이브·르호봇은 수혜 보다 악재
국내 생태계 저하에 시장 냉각 '뇌관' 우려도

위워크 내부

글로벌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의 상장 무산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다. 이를 두고 국내에 미칠 파급 예측에 골몰했던 국내 오피스시장 업계는 ‘당장의 피해는 없을 것’이라 결론을 내리는 분위기다. 다만 국내에 진입한 이후 ‘공유’라는 키워드로 시장을 사로잡으며 4년간 순항만을 거듭해왔던 이 비즈니스가 마냥 ‘장밋빛 전망’만이 아님을 보여주는 단적인 경고였다는 말은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내년도 부동산 침체 기조가 중첩된다면 공유오피스 업체들이 고스란히 상업용오피스 시장 냉각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외신의 위워크 부도설을 점검하던 다수의 부동산 컨설팅사와 자산운용사들이 ‘국내 시장에서 당분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당초 서울스퀘어빌딩과 종로타워 등 위워크의 대표 건물의 임대인인 일부 기관들은 법률 검토까지도 진행했지만 이들 역시 단기적 위험성은 적을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위워크는 연내 예정했던 기업공개(IPO)가 무산되며 유동성 한계에 직면했다. 상당 기간 매출 만큼 적자를 냈던 탓에 공동창업자인 애덤 뉴먼 CEO가 물러났고, JP모건체이스를 통한 융자 추진도 난항을 겪었다. 지난 22일 또다시 구원투수로 등장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95억달러(약 11조 900억원)의 지원 계획을 밝히자마자 소프트뱅크의 주가는 3%가까이 급락했다. 위워크는 외부의 긴급 수혈과 구조조정 예고 등을 통해 급한 불을 끄는 모양새지만, 새로운 투자자를 찾지 못할 경우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워크 위

위워크의 한국지사인 위워크코리아가 이번 여파에서 다소 떨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법인의 지분 구조 때문이다. 위워크코리아는 본사와 글로벌 자본을 우회적으로 출자 받아 설립된 곳으로 미국 법인과 직접적인 지분관계는 없는 상태로 파악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오히려 한국도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꽤 가졌다는 말도 있다”며 “미국에서 위기가 생긴다 하더라도 일정 부분 절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차후 사업확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은 강해지는 추세다. 위워크의 자본 수혈 계획이 알려지고 불과 이틀 뒤인 지난달 25일, 차민근 위워크코리아 대표는 SNS를 통해 자신의 사임 소식을 밝혔다. 차 대표는 2010년 위워크 본사 설립 당시부터 일했던 초기 멤버중 하나로, 2016년 한국지사가 문을 열 때부터 지사장 역할을 수행해왔다. 후속 조치로 위워크코리아 대표직은 공석으로 남게 되고, 위워크 동남아시아 지역 책임자가 한국지사 총괄을 겸임하기로 결정됐다. 본사가 지난달 “미국과 유럽, 일본 시장에 우선순위를 두고 중국과 인도 등에서 점진적으로 철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이번 책임자 교체가 사업 위축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국내 업체의 도약 기회’라고 평가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오히려 악재”라며 입을 모은다. 위워크의 한국 철수를 가정하더라도 특유의 인테리어 비용과 임대인·전대차인 사이에서 복잡한 계약 조건을 지니는 공유오피스의 특성상 해당 물량을 이어받기가 쉽지만은 않을 뿐더러, 국내 공유오피스 업체들의 수익성 역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규모 면에서 ‘공룡’으로 수식되는 위워크와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국내에서 경쟁업체로 언급되는 곳들은 패스트파이브와 르호봇 등이 꼽힌다. 코람코자산신탁에 따르면 위워크를 포함한 이들 공유오피스 3사의 연도별 신규 공급면적 비중은 지난 2016년 40%에서 지난해 8월까지 약 81%로 치솟았을 정도로 사실상의 시장 우월 지위를 누리고 있다. 총면적 기준으로 패스트파이브와 르호봇을 합치면 위워크와 어느 정도 경쟁이 가능한 규모까지 도달한다.

위워크 아래

이들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15년 설립된 2위 업체 패스트파이브는 매년 2~3년간 매출이 증가했지만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패스트파이브는 매출 210억원을 기록했지만 10억원가량의 영업적자, 약 1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IMM인베스트먼트, 신한은행 등에서 390억원가량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투자자가 늘어남에 따라 기업공개(IPO)에 대한 압박감 역시 커져가고 있다. 내년 초로 예정된 IPO는 몸값 산정 기준이 될 위워크의 상황이 좋지 않아 성공 전망에 먹구름이 끼었다. 르호봇의 경우도 외형 성장을 위한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영세한 규모 탓에 100억원 미만의 성과만 올리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위워크의 위기는 이들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인 의구심마저 부르고 있다. 지난 2015년 이후로 공유오피스가 국내시장에 안착을 시작하며 등장한 키워드는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단어였다. 임대료를 포함해 여러 오피스가 협업을 통해 네트워킹을 만들어내고, 여기서 만들어내는 연계 비즈니스 모델이 이들의 성장 방향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한 전대차(임차인이 임차물을 제3자에게 임대하는 계약) 사업’이라는 평가가 부각되고 있다.

이는 국내 오피스 시장의 공실률에 유무형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당초 늘어나는 공실률에 골머리를 앓던 임대인들은 지난해 강남과 시청 등을 중심으로 공유오피스를 끌어왔었다. 쿠시먼&웨이크필드코리아와 CBRE 등 부동산 컨설팅사 조사에 따르면,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서울 대형 오피스 공실률이 10%대로 내려왔으며, 최근 3분기 주요 3대 권역 A급 오피스 평균 공실률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10% 미만을 기록했다. 단기 성장을 거듭한 공유오피스는 전통적으로 수요가 높았던 강남권역을 제외하고도, 지난해부터 도심권역(CBD) 순흡수면적의 절반가량(10만 3000㎡)을 차지했다는 분석이 있다. 공실 때문에 자산가치가 깎일 까봐 우선 공유오피스를 들이긴 했지만, 이는 고스란히 리스크로 바뀔 수도 있다.

부동산 컨설팅사 관계자는 “위워크는 국내에서 상징성을 지니는 사업자라, 시장 전체로 보면 후발 주자들이 영향을 받으면 받았지 좋을 게 없다”라며 “경기변동에 취약한 입주자들의 특성과 임대인들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겹치면 내년도엔 자칫 이들 생태계 자체와, 오피스 시장 전반의 문제로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1월 03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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