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C 소송 부채, 장부에 미반영…두산그룹 패소 땐 재무부담 급증 부담
입력 2019.11.08 07:00|수정 2019.11.11 09:20
    두산그룹, 로펌 진용 재정비…대법원 소송 총력전
    대법관 출신 영입한 한누리 소송대리인 선임
    회계상 충당부채 반영 거의 안돼
    두산 패소 확정 땐 ‘부채 급증·신용도 하락’ 불가피
    • 지배구조 개편으로 바쁜 한 해를 보낸 두산그룹엔 여전히 ‘뇌관’이 남아있다.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송전이다. 핵심 계열사들이 전반적인 실적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내년쯤 결론이 날 DICC 소송 결과에 따라 그룹의 재무 부담이 지금보다 크게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두산그룹은 물 밑에서 소송전을 대비하고 있는데, ‘패소’할 경우에 대비한 재무적 안전 장치는 아직 마련하지 않았다. 소송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현재의 신용등급과 주가에 미치는 여파도 상당할 것이란 지적이다.

      DICC의 재무적 투자자들(IMM PE·하나금융투자 PE·미래에셋자산운용 PE)은 2011년 DICC 지분 20%를 인수했다. 두산과 FI 측이 합의했던 투자 후 3년 내 기업공개(IPO)는 불발됐고, 2015년부터 공개매각에 돌입했으나 역시 실패했다. 결국 FI 측은 두산그룹이 협조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2017년 1심에선 두산그룹이, 지난해 2심에선 FI 측이 승소했다.

      두산그룹은 2심의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고, 현재는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당초 이르면 올해 말쯤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양 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대법원의 판단이 다소 길어지고 있다.

      최근 두산그룹은 소송 대리인 진용을 재정비하면서 대법원 소송에 대비하고 있다. 당초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기현을 소송 대리인으로 선임해 대응 해왔고, 지난 9월 법무법인 한누리를 추가로 선임했다. 한누리는 지난 5월 이인복 전 대법관을 고문변호사로 영입했다. 이인복 변호사는 현재 한누리의 변호사 9명과 함께 현재는 두산그룹 소송 대리인을 맡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를 영입한 한누리를 선임하면서 대법원 소송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모습이다”며 “해당 소송이 외부에 부각되진 않았으나 내부적으론 굉장히 민감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이 로펌 진용을 확대하며 대응하는 것은 막대한 소송가액 때문으로 풀이된다. FI 측의 손을 들어준 고등법원의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두산그룹은 소송가액에 해당하는 약 8000억원을 FI 측에 돌려줘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당초 FI 측이 두산그룹에 청구한 금액은 7093억원(2015년 11월 기준, 투자원금 3800억원+연 이자 15%)이었다. 여기에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1심 후 2심까지는 상사 이자율 6%가, 2심 판결 후부턴 소송 촉진법상 이자율인 15%가 가산됐다. 판결 기일이 늦어질수록 두산그룹 측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기존의 판례들을 고려해 대법원 판결이 2심의 결과를 완전히 뒤엎을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법원 판결 이후 두산그룹의 재무적 부담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산그룹은 아직까지 소송에 패소할 경우에 대비한 회계적인 준비는 하지 않았다. 소송의 주체인 두산인프라코어가 반기보고서를 통해 ‘우발부채’에 관한 사안 정도만 명시해 둔 상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우발 부채에 관해 “향후 대법원에서 외부투자자가 주장하는 소송가액을 지급하고 대상 주식을 취득하라는 판결이 내려진다고 하더라도, 취득 거래와 관련해 장래에 발생할 수 있는 손익을 현재로서는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 두산그룹의 감사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은 충당부채를 비롯한 회계처리 문제에 관해 “통상적으로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우발채무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따르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회계처리 문제만 본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추후 소송과 관련한 우발채무가 현실화 할 경우엔 상황이 다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개별 기준 보유 현금은 18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회사는 사업적으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해외 사업의 꾸준한 호황을 기대했으나, 올 하반기부터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의 수요가 둔화하면서 기존과 같은 성장세를 기대하긴 어렵게 됐다. 실제로 올 3분기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가량 감소했다.  시장에선 두산인프라코어가 연간 1500억~2000억원 수준의 영업현금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자체적인 현금만으론 소송가액을 감당하긴 어려운 상황인데, 핵심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을 고려하면 그룹 차원의 지원도 기대하긴 힘들다.

      만약 두산인프라코어가 소송에서 패소해 차입금을 통해 갚아 나갈 경우, 부채비율 상승과 이에 따른 신용도에 미칠 부담도 상당할 것이란 평가다.

      소송가액에 준하는 차입금 규모가 회계에 반영되면 현재의 개별 기준 부채비율(245%)은 300% 이상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등급은 BBB로 투자 적격 등급 최하단에 걸쳐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소송중인 사안과 관련한 우발채무를 부채로 계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에서 두산인프라코어의 현재의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의 부채비율이 같은 등급을 보유한 기업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며 “두산인프라코어의 소송 결과에 예의 주시하고, 판결이 회사의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파악해 추후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