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 '호황' 내년엔 멈출까…투자 늘리는 현대차·GS 주목
입력 2019.11.08 07:00|수정 2019.11.08 11:25
    지난해 이어 올해도 '회사채 호황' 이어져
    저금리 기조 영향, 우량기업 위주로 순발행↑
    내년 신용도 위험 등...순발행 규모는 감소 예상
    투자 등 자금수요는 여전할듯...현대차·GS 주목
    • 작년과 올해 이어진 회사채 시장 열기가 내년에는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저금리 기조 등 우호적인 발행 환경이 이어졌지만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부상하며 지금까지의 ‘과열’이 식을 것이란 전망이다. 신규 투자 등 기업들의 자금수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기업 ‘빅이슈어(Big Issuer)’ 중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과 GS그룹이 주목 받고 있다.

      올해 역대 최대 규모 회사채 발행이 예상되고 있다. 10월 현재 회사채 발행 규모는 이미 60조원을 넘어섰다. 유난히 회사채 발행이 감소했던 2016년을 제외하고 2014~2017년 50조원 가까운 규모 정도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부쩍 늘어난 수치다. 저금리 기조 등 우호적인 발행여건으로 기업들이 선제적 운영자금 조달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통상 비수기인 7~8월에도 순발행 기조를 이어갔다.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한  회사채 호황은 지난해부터 이어져왔다. 2017년엔 2곳에 불과했던 1조원 이상 회사채 발행 기업이 2018년엔 5곳에 달했다. SK그룹은 7조원, LG그룹과 롯데그룹이 각각 3조원과 2조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 내년에는 이 열기가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순발행 기조는 유지되지만 신용위험 우려가 부상하면서 순발행 규모 자체는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내년 기업들의 일반 회사채 만기는 약 44조원 규모다. 여기에 순발행규모는 10조원 내외로 올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AA급 위주의 총 55조원 규모 발행이 예상된다.

      특히 올해 대기업의 신용도 리스크가 증가한 점이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정기 신용평가 결과에 따르면 올해 신용등급이 하락하거나, 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된 국내 대기업이 개선된 기업보다 많았다. 2015년 이후 국내 기업 신용도는 꾸준히 상향 기조를 보였지만, 올해 하향 기조로 돌아섰다는 평가다.

      국내외 경기 둔화로 인한 실적 둔화, 이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가 크다는 분석이다. 그룹 내 신용도를 지지하던 우량등급 기업들까지 등급 하방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신세계그룹의 이마트(AA+), CJ그룹의 CJ제일제당(AA)의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됐다. 현대차그룹, LG그룹 등도 실적 둔화로 인한 계열사들의 신용도 하향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다만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순발행 기조는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어닝 쇼크’를 보인 기업들이 증가하는 등 기업들이 실적 감소세를 보이면서 자금 수요는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 증권사 크레딧 연구원은 “작년과 올해 회사채 발행이 기형적일 만큼 많았고, 수요도 좋아 증액 발행도 많았지만 내년에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긴 힘들 것”이라며 “다만 신용등급 하락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금 수요가 있는 기업 입장에서 조달 비용이 낮아지면 그만큼 채권시장이 강세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일 그룹으로 현대차그룹과 GS그룹을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후부터는 AI(인공지능)·스마트카 등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적극적 투자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오는 2025년까지 미래 모빌리티 기술 및 전략 투자에 41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9월 20억달러(약 2조3900억원)를 투자해 미국의 자동차 부품 및 SW 기업인 앱티브와 자율주행 관련 합작회사를 세운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수적 경영을 보여 온 GS그룹은 계열사들의 수익성 하락 등 환경이 변하면서 외형 확장과 신규 투자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올해 GS그룹은 2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공모채 시장에 드물게 등장했던 계열사도 발행에 나섰다. 지난 7월 GS건설은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2016년 이후 3년만이다. 최근에는 GS엔텍이 최근 창사 처음으로 5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발행 준비에 돌입했다.

      최대 큰 손인 SK그룹은 내년에도 역시나 빅이슈어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 내년 만기도래하는 SK그룹 회사채는 4조6000억원 규모다. SK그룹은 지난해 7조원이 넘는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올해 들어서는 이미 9조원 이상을 발행했다. 올해 세 차례나 공모채를 발행한 SK㈜는 현재 연말 추가 공모채 발행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년 시장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가운데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크게 늘지도, 줄지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존 발행시장 빅이슈어인 SK그룹, 롯데그룹, LG그룹 등 외에도 내년에는 AI 등 신규 투자 계획을 적극 밝히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동향에 주목하고 있고, GS그룹은 회사채 발행이 드물던 계열사들도 발행에 나서는 등 향후 2~3년간 발행 시장에 자주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