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티브에 그룹 명운 건 KCC, 히든카드는 삼성그룹의 보은?
차준호 기자 | chacha@chosun.com | 2019.11.08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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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분할 앞둔 KCC, 모멘티브 자산,부채 모두 정몽진 회장 부담
파산까지 거쳤던 모멘티브…실적변동 둔 투자자 우려
정몽진·임석정 회장 과거 삼성그룹 '백기사' 역할도 맡아
삼성전자 매출 확대, 취약한 모멘티브 IT매출 이끌어낼까?

KCC·SJL파트너스·원익 컨소시엄의 모멘티브 인수 작업이 마무리됐지만, 시장의 우려도 벌써부터 만만치 않다. 모멘티브가 비상장을 유지한 탓에 실적 등 재무현황에 접근하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각 신용평가사는 ‘빚 부담’을 언급하며 경고음을 내고 있다.

일각에선 KCC의 재계 ‘인맥’을 활용한 국내 대기업 매출 확대를 반전카드로 언급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KCC가 과거 백기사로 조력한 삼성그룹으로의 납품이 활성화할 경우 기업가치도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다.

다만 이미 글로벌 단위 공급망이 공고화된 상황에서 급격한 변경은 어려울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KCC는 오는 13일 예정된 주주총회를 앞두고 인적분할 마무리 절차를 밟고 있다. 주주총회에서 원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정상영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몽진 회장이 존속회사 KCC와 약 3조5000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모멘티브의 경영을 맡는다. 차남인 정몽익 사장은 유리, 인테리어, 상재 부문을 떼어내 신설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인적분할 과정에서 모멘티브의 자산과 인수로 떠안은 모든 부채를 KCC가 부담하기로 확정하면서 정몽진 회장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이 때문에 모멘티브의 실적 안정화가 어느때보다 중요해졌지만 인수직후 실적 공개를 중단하며 투자자들의 궁금증도 커진 상황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일부 컨소시엄 내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에게 IR 등을 통해 모멘티브의 인수 이후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KCC와 삼성그룹과의 관계를 주요 관전요소로 제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모멘티브의 전체 매출 중 전자·IT(Electrical & Electronic) 연관 분야의 매출 비중은 약 20% 수준으로 알려졌다. 매출 규모상 건설, 자동차 부문에 이어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쟁사인 미국의 다우듀폰, 독일의 바커는 물론, IT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일본의 신에츠화학 등에 비해 확장이 더딘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반도체용 실리콘을 비롯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기업이 강점을 보이는 분야에서 공급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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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M&A업계에선 실리콘분야 글로벌 경쟁사 대비 모멘티브의 실적 변동성이 큰 배경으로도 해석됐다. 성장성이 담보된 IT분야보다 업황변화에 영향이 큰 건설·농업 부문 등에 여전히 매출 비중이 컸고, 신사업 발굴에도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회사는 인수 직전해인 지난해만 해도 820억원 수준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그 직전해엔 고작 12억원의 순이익을 버는 데 그쳤다. 심지어 2016년엔 1900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실제 이같은 실적 변동성 탓에 KCC에 앞서 인수를 제안받은 국내 대기업 한 곳은 일찌감치 검토를 중단했다.

오히려 일각에선 KCC와 SJL파트너스, 그리고 원익이 회사의 약한 고리를 기회로 삼았다는 관전평도 나온다.

향후 모멘티브를 이끌 정몽진 KCC 회장과 임석정 회장 간 친분의 중심에는 무엇보다 과거 ‘삼성그룹의 백기사’ 투자건이 거론된다. 2012년 KCC의 삼성에버랜드 지분 인수건과 2015년 삼성물산 자사주 인수에 모두 임석정 당시 JP모건 대표가 조력했고, 이를 통해 정 회장이 막대한 시세 차익을 본 점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KCC는 현재 삼성물산의 2대주주이기도 하다. 원익그룹도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소재사로 지금의 규모로 사세를 키웠다.

잭 보스 모멘티브 대표도 방한 당시 국내 언론을 통해 "현대자동차, 한국타이어 등 한국 기업과 접촉을 많이 못했는데, KCC를 통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자제품에서 실리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어 삼성전자와 KCC의 관계가 좋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며 명시적으로 KCC와 관계가 깊은 대기업을 지목하기도 했다.

다만 어디까지나 삼성전자의 의사결정과 오너일가간 특수관계가 별개인 점이 변수다.

KCC가 과거 이재용 부회장 개인의 승계 작업을 도왔단 이유로 삼성전자로의 공급이 급격히 확대할 경우 여러 잡음에 휘말릴 수 있다. 양 사간 특수한 사유없이 일정 물량 보장을 문서화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필수 소재분야의 경우 이미 장기간 복수의 소재업체를 통해 공급망을 확보해 놓았기 때문에 인수직후 급격한 실적상승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다.

아울러 임석정 대표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복고등학교 선후배라는 네트워크에도 불구, 임 대표가 JP모건에 재직 당시와 비교해 지금 양측 관계가 돈독하지 않다는 평가도 지배적이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1월 06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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