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세 안보이는 사업경쟁력…존재감 안보이는 삼성물산 TF
이시은·한지웅 기자 | see@chosun.com | 2019.11.13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print인쇄 print공유하기
+ -
수주실적·주가 하락하는 가운데
'EPC 경쟁력 강화 TF' 존재감 부재
시너지 성과 보다는 리스크 사업 관리 수준

삼성내

#지난 6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물산을 찾았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전 계열사에 대한 현장경영을 이어가던 때였다.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을 앞두고 중동지역 사업을 논의한다는 목적이었다. 삼성의 건설관련 핵심 경영진이 모두 모였는데, 사장단 회의 참석자 명단 앞단에 이름을 올린 이는 김명수 삼성물산 EPC경쟁력강화TF장이었다. 삼성전자 외 계열사 사옥을 처음 방문했던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삼성’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 기회를 현실화 해야한다”고 재차 언급했다.

비(非)전자 계열사에 대한 이 부회장의 ‘당부’가 있었지만 이를 실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물산 TF가 담당하고 있는 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삼성중공업의 수주와 실적이 TF설립 이후 전반적으로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물산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21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 감소했다. 업황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국내외 수주잔고가 5년새 최저액을 기록했다. 수익성이 가장 취약한 곳으로 평가받는 삼성중공업은 올 3분기 31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8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3사 중 유일하게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3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가 11조 2000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2조4000억원가량 감소했다.

삼성표수정1

삼성물산의 주가는 3년 내 최저점에서 머무르고 있다. 삼성중공업 역시 지난 2017년 말 유상증자 추진과 5000억원대 영업손실 공시 이후 폭락한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 됐다는 말도 나오지만, 이렇다 할 성장스토리와 사업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 리스크가 커진 탓도 있지만 삼성물산 TF가 구심점이 되기엔 존재감이 부족했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물산의 주가가 10만원대에 머무르는 것은 실적이 떨어졌다는 것을 감안해도 과하다”며 “자꾸 외부 변수가 발생하니까 회사 펀더멘털을 있는 그대로 믿기 힘들고, 경영 체제가 안정화 돼있다고도 보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물산 TF는 과거 미래전략실 2팀장을 역임한 김명수 사장이 이끌고 있다. 소속 임원은 총 3명으로, 삼성엔지니어링과 미래전략실을 거친 강병일 전무와 삼성중공업 출신의 최영재, 정지창 상무가 있다. 직원 수는 30~40명 정도로 시공사업에 대한 인가 권한과 감사 권한을 갖고 건설부문 사업에 대해 집중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업 인가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이 내부적으로는 강한 의사결정권을 가진 것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업무를 현업부서와 함께 수행한다 하더라도 3사의 사업 내용을 세부적으로 분석하기엔 인원이 부족해, 재가권 활용이 당초의 ‘협력 취지’와는 달리 문제가 될 만한 사업을 걷어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표2

삼성전자 사업지원TF와 비교하면 존재감은 더 줄어든다. 담당임원이 14명에 달하는 삼성전자 TF는 전 계열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물산이 거래당사자로 나섰던 한화종합화학(옛 삼성종합화학) 지분 매각을 안중현 사업지원TF 부사장이 지휘했던 것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요 의사결정을 모회사 삼성물산이 아닌 삼성전자 TF가 관여한 점이 분식회계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삼성물산 TF는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가 되지 못하고, 경영진의 힘만 빼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 지난 8월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가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 나섰을 당시 최영원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조직쟁의부장은 “실질적 권한이 없는 경영진을 대신해 김명수 TF장 등 삼성그룹에 책임을 묻는 투쟁을 해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 또한 경영진 보다 TF를 카운터 파트너로 생각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결정된 가운데 지금의 TF 체제가 장기화할 수 있다. 각 사와의 관계 설정, 시너지 강화 등 취지에 부합하는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삼성물산 TF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1월 10일 09:00 게재]

기사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