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본실사 없이 SPA로 직행…”의미 없는 가격 조정”
한지웅·차준호 기자 | hanjw@chosun.com | 2019.11.14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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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컨소시엄, 본실사 생략 조건에 동의
이르면 연내 SPA 체결
가격조정 금호산업 보유 ‘구주’에만 해당
구주가격 3000억원에 최대 3%내외 조정 가능
“사실상 의미없는 가격조정, 우발 채무 인수자 몫” 평가도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매각이 속도를 낸다. 다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에 본실사를 거쳐 본계약(SPA)을 체결하는 통상적인 인수합병(M&A) 절차와 달리, 이번 거래에선 본실사 과정이 아예 생략될 예정이다.

향후 발생할 손실에 대한 책임도 전적으로 인수자가 짊어지는 구조로 설계됐다. 인수 가격 조정이 금호산업이 보유한 주식에 매긴 가치에 대해서만 가능하도록 결정돼 사실상 '의미없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우협으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 매각 측은 곧 계약서 조항에 대한 세부 협의에 돌입한다. HDC컨소시엄의 배타적 협상기간은 내달 12일까지로 알려졌다. 계약서 조항에 대한 세부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한다면, 올 해를 넘기기 전에 SPA 체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입찰을 치르기 이전부터 매각측은 주요 인수후보들을 대상으로 본실사 생략 조건을 제시했고, HDC컨소시엄 및 애경그룹 컨소시엄, KCGI 모두 해당 조건을 받아들여 입찰에 참여했다.

금호 측은 향후 우발손실을 인한 가격조정한도도 3%로 정해 후보들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적으로 인수가격의 5%~15% 수준의 가격 조정한도가 책정되는 점에 비해 좁게 설정됐다. 인수 후보들이 SPA 수정을 통해 확대를 요구할 수 있지만 인수 구조상 조정을 이뤄진다 한들 큰 의미 없는 금액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 매각이 신주발행과 대주주의 구주 매각이 병행하는 구조기 때문이다. HDC컨소시엄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 즉 아시아나항공 지분 31%에 대해서만 가격 조정이 가능하다. 신주발행의 경우 거래 상대방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HDC컨소시엄이 제시한 구주의 가치는 3000억원 초반 수준이다. 결국 우발 채무가 발생하더라도 신주발행 규모 2조2000억원에 대한 가격 조정은 불가능하고, HDC컨소시엄은 3000억원에 대한 구주 가격 중 3%에 해당하는 100억원가량만 깎을 수 있다.

금호산업이 실사 절차와 추후 가격조정 문제를 최소화한 데 대해 여러 평가가 나온다. M&A절차 중 잠재적 부실이 발생해 거래 성사가 불투명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도 있다.

일단 기내식 문제가 대표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7년 당시 하이난그룹에 속한 게이트고메코리아(GGK)에 기내식 공급권을 넘겼고, 하이난그룹은 같은해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16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매입했다. 기존 기내식사업자인 LSG는 부당지원행위로 민·형사 고발은 단행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LSG가 아시아나항공에 제기한 민사소송 문제 및 기내식 문제 해결 과정에서의 비용이 모두 인수자 측으로 전가될 수 있는 구조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추후에 우발 채무가 발견된다 하더라도 신주 2조2000억원에 대해 HDC컨소시엄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상대로 손해배상과 같은 진술 보증을 받기는 불가능하다”라며 “구주 3000억원 중 극히 일부만 가격 조정이 진행되기 때문에 전체 거래 규모를 따져봤을 땐 (가격조정이) 큰 의미없는 절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HDC컨소시엄의 제시 금액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거의 포함돼 있지 않다. 최대 1조원, 최소 7000~8000억원 수준의 구주가치를 기대했던 금호산업 입장에선 다소 실망스러운 가격으로 추산된다.

우발채무에 대한 진술과 보증을 구주 제시 가격 전체로 확대할 경우, 금호산업이 손에 쥘 수 있는 현금은 더 줄어들 수 있는 탓에 금호산업 입장에선 진술과 보증 규모를 더 높이기도 애매한 상황이 마련됐다.

매각 측과 HDC컨소시엄이 연내 SPA를 체결한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남은 과제는 신주의 발행가를 어떻게 책정할 것인가로 귀결될 전망이다.

액면가 5000원, 거래 초기 4000원대에 머물렀던 주가는 현재 6000원을 넘어선 상태다. 대주주가 될 HDC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꾸준히 상승한다면, 신주의 발행가가 높아지고, 반대로 HDC의 지분율은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1월 13일 17:31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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