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부랴부랴 KPI에 '고객만족도' 반영...관건은 '구체성'
이지은 기자 | itzy@chosun.com | 2019.11.15 07:00
Edited by 이재영 차장 | leejy@chosun.com
print인쇄 print공유하기
+ -
DLF사태 이후 '고객' 중심으로 내년 KPI 구상
고객만족도 등 정성평가 시도...타은행도 주목
유행처럼 번지는 '고객중심성'...구체성이 관건

주요 시중은행이 고객을 중심으로 내년 KPI(Key Performance Indicator·핵심성과지표)의 판을 새로 짜고 있다. DLF 사태로 시중은행들이 소비자보호보다는 비이자수익 등 은행의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고객 중심'이라는 방향성 자체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이 같은 흐름이 현실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선 결국 평가지표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갖추는 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인베스트조선이 주요 4대 시중은행(신한은행·KB국민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의 내년도 KPI 구성 계획을 종합한 결과, 4곳 모두 고객 만족도 및 수익률은 비중을 높이고 비이자수익 등 영업항목 비중은 낮추는 방향으로 직원 평가체계를 재검토하고 있다. 이전 3~4년간의 수익 중심 KPI 체계에서 다소 방향성이 바뀐 것이다.

KakaoTalk_20191112_100104023

DLF사태에 연루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사과와 함께 KPI 개선안을 내놓았다. 우리은행은 DLF사태가 발생한 8월 KPI 내 비이자이익 배점을 축소하고 평가지표 목표 달성률을 현행보다 최대 50% 축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월에는 올해 4분기부터 KPI 내 자산관리(WM) 상품과 관련된 평가지표를 제외하고 외형실적 위주의 평가방식을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DLF사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 2개월 만에 대응책을 내놓았다. KPI 내 고객수익률 등 고객관리 비중을 기존의 2배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그 내용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KPI를 '고객' 중심으로 개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내년 상반기부터 수수료수익보다는 고객수익률을 더 우선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도 KPI를 적극 손질하고 있다. 진옥동 신한은행 행장은 지난 7월 직접 나서 KPI에서 고객수익률이 차지하는 비중을 확대하고 펀드나 신탁 같은 개별 상품의 판매실적 기여도를 낮추겠다고 전했다. 또한 신한은행은 지난 10일 KPI를 절대평가로 전환하기 위해 '목표 달성률 평가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눈에 띄는 건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시중 은행 최초로 KPI 내 '고객만족도'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뱅크오브몬트리올과 TD뱅크 등의 시스템을 참고했다고 알려졌다. 시행은 내년부터다. 고객만족도를 평가하는 구체적 기준은 공개된 바 없다.

신한은행이 참고했다고 알려진 캐나다 은행들은 정성적 평가지표를 활용 중이다. 캐나다 뱅크오브몬트리올은 디지털화를 통해 소비자가 빠르게 은행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TD뱅크엔  '당신의 가장 최근 영업점 방문의 경험을 떠올렸을 때 친구나 동료에게 TD뱅크를 추천할만 한가' 등의 질문이 포함된 설문조사 CEI(Customer Experience Index)를 통해 고객만족도를 책정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 평가한다는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라며 "영업을 잘 하는 직원의 경우 불리하다고 느끼는 등 내부적으로 반발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1위인 신한은행이 고객만족도 중심의 KPI를 구성한다면 다른 시중은행들도 이를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단순히 겉치레로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통신사나 전자제품 서비스센터에서 서비스 만족도를 측정하며 '매우 좋았음', '10점 만점'으로 사실상 응답을 유도하는 것과 같은 개념으로 타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계량화 할 수 있는 수치로 구체적인 가이드를 잡아야 한다"며 "어떤식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고객만족도 중심의 KPI가 유지되려면 평가체제의 구체성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KPI 평가요소는 ▲ 대출 ▲ 예·적금 ▲ 비이자수익 ▲ 전략 상품 ▲ 부실여신 등을 통해 정량적으로 계산돼 왔다. 그러나 고객만족도 평가의 경우 정성적일 수밖에 없어 계량화할 수 있는 항목으로 구성요소를 포함해야 한다는 평가다.

고객만족도 평가가 유행처럼 번지더라도 DLF사태의 본질적 원인을 해결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DLF 사태는 저금리 상황에서 은행이 비이자수익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기본적인 생리에 따라 은행이 움직인 결과다. 특히나 최근 들어 주요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수익성과 주가 추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고객 만족'을 위해 '수익'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평가다.

실제로 주요 대형 은행들이 고객 만족도를 KPI에 포함한 캐나다 역시 여전히 은행들의 판매행태에 골머리를 앓고있다. 캐나다 정부기관인 금융소비자청(FCAC;Financial Consumer Agency of Canada)는 지난해 캐나다 대형은행들이 리스크 높은 상품을 판매하는 데 있어 ▲감독하고 통제할 시스템이 부재하고 ▲은행의 지배구조가 불합리하며 ▲성과관리시스템(KPI)에 여전히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에 대해 FCAC는 잘못된 판매에 대한 모니터링 등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의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1월 12일 14:45 게재]

기사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