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커지는 금융사 사외이사들…”주가 올리세요”
입력 2019.11.18 07:00|수정 2019.11.20 15:27
    사외이사에 PE 등장…적극적으로 의견 표명
    인사·배당 관련 요구↑에 배당수익률 3→5%
    •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사회에 주요 주주가 파견한 사외이사들이 참여하는 데다 정부에서도 이사회의 기능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CEO 선임이 금융지주 핵심 경영사안으로 떠오르며 선임권을 가진 사외이사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내 금융사 사외이사들에게(CEO) 임기 만료 1년전부터 승계절차를 게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CEO의 ‘셀프연임’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사외이사들에게 책임을 부과하겠단 뜻이다. 사외이사들이 금융사 거버넌스 구조 확립에 적극 나서달라는 요청이다. 사외이사들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란 평가다.

      앞서 금감원은 올해 초 채용비리 사태에 연루된 함영주 전 하나은행 행장 연임에 대한 반대의사를 사외이사들에게 전달한 바 있다. 이후 함 전 행장은 사퇴 의사를 표명하며 자리를 떠났다. 정부가 이사회를 통해 해당 금융기관에 CEO 해임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사외이사들의 역할이 다시금 주목 받았다.

      여기에 금융지주의 새로운 주주로 사모펀드(PE)가 들어오면서 이들이 파견한 사외이사들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주주의견을 표명하는 기류가 생겼다는 평가다. 신한금융, 우리금융, 교보생명 등에는 PE가 파견한 사외이사들이 포진해 있다.

      신한금융지주에는 IMM PE가 추천한 경제부처 출신의 이윤재 사외이사가 있다. 이 사외이사는 1972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재정경제원 경제정책국장 등 경제, 금융 분야 요직을 거쳤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로는 2001년 기업전략 컨설팅회사인 코레이를 설립해 운영하며 민관 싱크탱크 역할을 했다. 은행, 보험사등에서 사외이사를 한 바 있다.

      우리금융에도 IMM PE가 파견한 장동우 전 IMM 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사외이사로 있다. 장 대표는 IMM 투자부문과 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역임하는 등 사모펀드에 잔뼈가 굵다. 교보생명에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서 파견한 이상훈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대표가 사외이사로 있다.

      이들은 실질적인 금융사 경영뿐 아니라 인사에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선 회사의 CEO 평가에 대해 분명한 방침을 요구하고 있다. 정성적인 평가보다는 수치로 드러날 수 있는 정량적인 평가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강조하는 점은 무엇보다도 ‘주가’다. CEO의 업적평가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로 ‘주가부양’을 내세우고 있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배당이든 실적이든 주가가 CEO의 경영능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다”며 “금융지주의 소수지분 투자는 헤지펀드 처럼 주주가치 제고를 통해 수익을 올리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 이들의 이런 목소리는 실제 배당확대로 나타나고 있다. 2016년만 하더라도 3%정도에 불과했던 금융지주의 시가배당률이 올해에는 5% 수준까지 상승했다. 배당성향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금융사의 리스크 관리에도 목소리를 높인다. 리스크 관리의 실패가 회사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탓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파생상품 불완전 판매 사태 이후 우리금융지주의 주가 추이다. 이런 문제가 터졌을 때 사외이사 측에서 이전보다 강력한 의견을 개진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교보생명의 경우 사외이사들과 경영진과의 대립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교보생명이 재무적투자자(FI)들의 투자회수를 보장해 주지 않으며 주주 측 사외이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교보생명과 FI는 현재 국제중재 절차를 밟고 있다.

      이렇게 사외이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다 보니 금융사들의 사외이사를 대하는 태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거수기’ 노릇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주요 현안에 대해 미리 상의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사외이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경영진 문책까지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회사의 개별사안까지도 논의하는 분위기다.

      한 금융사 사외이사는 “사외이사 1명이 CEO라는 생각으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라며 “이사회 참여를 위해 준비해갈 것이 많다 보니 다른 사외이사 자리보다 금융사 사외이사 자리가 업무량과 책임감이 막중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