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 미래사업 첨병된 전기차부품...사업 정리로 애매해진 엠트론 입지
입력 2019.12.26 07:00|수정 2019.12.26 07:50
    EV코리아 시작으로 미래사업 준비 결실 기대감
    LS전선·산전 대비 준비 미흡한 LS엠트론
    구자은 회장 차기 승계과정 평가요인 될 가능성
    • LS그룹이 준비해 온 미래사업이 존재감을  속속 드러내고 있다. LS그룹은 2017년부터 주력사업인 전선, 에너지, 기계부문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 사업의 해외진출을 확대하고 전기차 부품 등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과제에 집중해왔다. 고민도 있다. 특히 자동차 관련 사업을 정리하면서 애매해진 LS엠트론의 입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LS엠트론은 그룹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구자은 회장이 맡고 있다. 사업부별 성과가 드러나는 과정에서 LS그룹 특유의 승계방식에 대한 평가도 다시 이뤄질 가능성이 관측된다.

      LS전선은 전기차 부품사인 LS EV코리아의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다. LS EV코리아는 LS전선의 사업부를 분할해 신설한 회사로 중국과 유럽 지역에서 전기차의 핵심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다. 지난 2017년 약 450억원에 지분 47%를 산은캐피탈과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하며 체결한 계약조건에 따라 상장을 준비 중이다.

      LS EV코리아의 상장 추진은 그룹의 미래사업 준비 과정으로 풀이된다.

      LS전선은 지난 3월에 전기차 배터리용 알루미늄 부품사업부인 LS알스코의 지분 49%를 케이스톤PE에 매각했다. LS EV코리아와 LS알스코 모두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 전망이 밝고 LG화학 등 우량고객을 확보하는 등 수주기반이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LS그룹은 이를 통해 성장성이 확실한 전기차 시장 밸류체인에 안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S산전은 해외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부 인수 등 에너지사업에서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했다. LS산전은 지난해말 북미 최대 ESS 기업인 파커 하니핀으로부터 에너지그리드타이(EGT) 사업부를 인수해 북미 버빈 산하 자회사인 LS에너지솔루션스를 출범시켰다.

      LS그룹은 그간 전사 실적이 원자재 가격 변동성 때문에 부침을 겪어왔다. LS전선과 LS산전의 성과를 통해 LS그룹은 성장성이 확실한 전기차 밸류체인에 합류하는 등 산업변화에 대처할 역량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사업부의 이 같은 행보에 비해 LS엠트론을 향해선 여전히 새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LS엠트론은 사업부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 이후에도 2018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LS엠트론은 지난 2017년 재무부담 완화를 위해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부인 LS오토모티브의 지분 일부와 동박/박막 사업부를 외국계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매각하기로 했다. 당시 LS그룹은 유입된 재원을 통해 핵심 사업군에 투자를 확대하고 미래 성장재원을 마련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업부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이 미래투자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평가사 한 연구원은 "LS엠트론이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부담을 한 차례 털어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LS엠트론은 매각작업이 완료한 이후에도 추가로 사업부 매각을 추진했다.

      LS엠트론은 지난해 3월 전자부품과 울트라케패서터(UC) 사업 지분 전부를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매수자 측이 해당 사업부의 실적 악화를 이유로 계약파기를 통보하며 무산됐다. 현재 LS엠트론과 스카이레이크는 계약파기와 관련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다른 사업부와 비교하면 LS엠트론은 미래준비가 미흡한 점 외 동박/박막 사업부 매각에 대한 평가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그룹이 전기차 부품을 미래로 제시한 상황에서 LS엠트론은 갖고 있던 관련 사업부마저 다 정리한 상태다. 증권사 전기차 관련 연구원은 "전기차 시장이 본격화하면 밸류체인의 앞단에 위치한 동박사업부부터 돈을 벌게 된다"며 "동박사업부 매각에 대한 후회는 내년부터가 진짜"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LS엠트론의 상대적 부진이 향후 구자은 회장의 승계과정에 미칠 영향도 거론된다.

      구자은 회장은 구자열 LS그룹 회장 이후 유력한 차기 그룹 회장 후보로 꼽힌다. 지난해엔 그룹 정점인 LS의 이사로 등재한 뒤 현재 승계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S그룹은 경영 1세대인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전 명예회장 이후 2세 경영에 들어 사촌간 경영을 이어왔다. 그간의 순번대로라면 구자열 회장을 이어 구자은 회장이 바통을 잇게 된다.

      경영시험대 격이었던 LS엠트론 사업이 악화하고 그룹 내 입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의 평가가 과거와 같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 의결권자문사 한 관계자는 "기업 거버넌스에 대한 감시 눈초리가 강화하는 상황에서 '순번대로'라는 명분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지는 의문"이라며 "승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았지만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올라간 만큼 걸맞는 명분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