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인사, 안정 중시? '수면 밑'은 격변…내년엔 '더 큰 인사'
입력 2019.12.31 07:00|수정 2020.01.02 15:13
    계열사 CEOㆍ주요 부문장 대부분 유임됐지만
    차기 젊은 임원들 대약진…조직 지각변동 이미 시작
    세대교체ㆍ실무인재 중용ㆍ매트릭스 인사 체계 확립
    • 국내 1위 금융그룹의 올해 계열사 대표 및 주요 임원 인사는 겉보기엔 '안정 중시' 체제로 매듭이 지어졌다. 다만 조직 내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번 인사는 내년의 큰 인사를 위한 마중물로, 이미 조직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번 신한금융 임원 인사의 키워드는 1963~1966년생 인재 발탁을 통한 세대 교체 준비, 실무형 인재 중용, 조용병식(式) 매트릭스 인사 체계 확립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주와 은행의 엇박자를 해소하기 위한 쇄신 인사에 힘이 실렸다는 지적이다.

      지난 19일 진행된 신한금융그룹의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 결과, 핵심 임원이자 차기 리더 후보군인 지주 부사장ㆍ상무와 은행 부행장ㆍ부행장보 자리엔 1963~1966년생들이 포진하게 됐다. 이들은 차기 행장ㆍ회장이 될 유력 후보군으로 꼽힌다. 조용병 회장이 1957년생,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1961년생이다.

      신한은행의 서춘석ㆍ주철수 부쟁장 등 1960년생들과 고윤주ㆍ윤상돈ㆍ이내훈 등 1962년생 임원들은 모두 올해 말 임기만료를 끝으로 자리를 내려놓는다.

      특히 그룹 퇴직연금사업부문을 맡게 된 안효열 부사장보는 지난 2017년말 부장에서 상무로 승진한지 2년만에 부사장보로 승진하게 됐다. 안 부사장은 1965년생으로 신한은행 임원 중 가장 젊다. 지난 7월 신한은행 임시 이사회에서 전략기획과 재무관리 담당 임원으로 발탁되는 등 조용병 회장과 진옥동 행장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평가다.

      지주 최고리스크책임자(CRO)로 선임된 방동권 상무도 1966년생으로 젊다. 신한은행 안산지점장, 개포남지점장을 거쳐 리스크공학부장, 리스크총괄부장을 거쳤다. 리스크총괄부장을 맡은지 6개월만에 지주 CRO로 선임됐다는 점에서 안효열 부사장보와 함께 깜짝 발탁 인사로 꼽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초 1961년생 진옥동 행장이 선임되며 세대교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보면 된다"며 "이번에 새로 발탁된 지주ㆍ은행 임원들이 향후 신한금융의 키맨(key-man;핵심 관계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 부문의 실무 책임자들이 중용된 것도 특징이다. 신임 CFO인 노용훈 부사장은 대부분의 경력을 자금부ㆍ해외법인 및 글로벌사업부에서 쌓아 외화자금 조달에 상당한 전문성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확장을 강조하고 있는 조용병 회장이 직접 발탁했다는 후문이다.

      전산ㆍIT부문 전문가들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1982년 조흥은행 입행 이래 전산 부문 한 길만 걸어온 이명구 부행장보가 부행장으로 승진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 부행장은 사내에서 'IT 천연기념물'로 불린다. 개발총괄부 팀장, IT개발본부 팀장, 금융개발부장을 거친 배시형 신한은행 ICT본부장도 이번 인사에서 부행장보로 발탁됐다.

      최상열 부행장보는 소매(리테일)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영업전문가이며, 박현준 부행장보는 대기업ㆍ기관영업 전문가로 꼽힌다. 특히 대기업2본부장ㆍ강남본부장 등을 거친 신연식 부행장보는 올해 6월 출범한 그룹 퇴직연금사업부문의 초대 부문장을 맡기도 했다. 신 부행장보는 조용병 회장이 인사부 차장ㆍ부장 시절 인사부 후배로 근무한 조 회장의 측근 중 하나로 꼽힌다.

      외부 수혈도 있었다. 신한지주는 미래전략연구소를 그룹 마켓인텔리전스 부문으로 개편하고, 초대 부문장에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조사관ㆍJP모건 아시아 수석이코노미스트ㆍ삼성전자 미래전략커뮤니케이션 부사장 출신의 이건혁 김앤장 고문을 내정했다. 이건혁 신임 부문장이 그룹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차후 신한금융의 외부인사 영입에 이정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사 이후 신한금융 안팎에선 조용병 회장의 색깔이 훨씬 진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 재임 시절 보였던 지주와 은행 사이의 전략 엇박자가 이번 인사 이후로 완화될 전망이다.

      지주 최고전략책임자(CSO) 박우혁 부사장이 신한은행 부행장으로 전보된 건 이런 의미로 읽힌다는 평가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앞서 지난 7월 임시 이사회를 통해 주철수 부행장이 담당하던 은행 전략기획ㆍ재무관리 업무를 안효상 당시 상무에게 넘긴 바 있다. 주철수 부행장은 위성호 전 행장과 고락을 함께해 온 최측근으로 서울시 1금고 입찰의 책임자이기도 했다. 서울시금고는 현재 신한은행에 상당한 재무적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 지주 전략을 담당하게 된 박성현 상무는 오렌지라이프 인수 후속 작업을 위해 지주에서 발탁한 인사다. 지난해 전략기획팀 본부장으로 선임된 지 1년만에 CSO로 임명됐다.  내부에서 전략통으로 통하며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 인수 및 통합 작업에서 활약한 인물이라는 평가다.

      다만 지주 일각에서는 신한은행 부장 재임시절 위성호 행장을 도와 서울시 1금고 유치에 공헌한 부분에 흠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조용병 회장은 일단 오렌지라이프 및 아시아신탁 인수에서 세운 공(功)을 더 높게 산 것으로 해석된다.

      지주 부사장이나 은행 부행장이 곧바로 계열사 대표이사에 내정되는 경우도 사라졌다. 조용병 회장은 그룹 매트릭스 조직을 강화하며 매트릭스 부문장을 리더십의 시험대로 삼고 있다. 지난해 김병철 CMS부문장을 신한금융투자 사장으로, 이창구 WM사업부문장을 신한BNP파리바운용 사장으로, 허영택 글로벌사업부문장을 신한캐피탈 사장으로 임명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계열사 CEO 교체가 최소화로 진행된 것도 각 부문장들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16년 본격 출범한 매트릭스 조직이 만 4년째를 맞이하는 내년에 대규모 인사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주 부사장ㆍ은행 부행장→매트릭스 부문장→계열사 CEO→행장ㆍ회장'으로 이어지는 체계적 리더 양성 코스도 확립할 수 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신한금융 계열사ㆍ임원 인사는 젊은 임원들을 끌어올려 차기를 대비한다는 성격이 강했다"며 "내년 계열사 CEOㆍ은행 부행장 인사는 전례없는 큰 폭의 교체가 단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현재 20자리 남짓인 은행 본부장 자리가 올해 및 내년 인사를 거쳐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나눠주기식 인사를 배제하고, 업무가 있는 곳에 직위를 두겠다는 인사 방침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실무 핵심을 담당하고 있는 주요 본부장들이 내년 임기 3년차를 맞이한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존재감이 상당한 정근수 GIB본부장 겸 은행 투자금융본부장 등 상당수는 부행장 승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