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악재' 장기화 조짐…신한금투, 발행어음 인가 '먹구름'
입력 2020.01.02 07:00|수정 2020.01.03 10:32
    '라임 악재' 불거지며 내년 단기금융업 진출 지연될 듯
    조용병 회장 '공백 가능성' 불씨도 신사업 인가에 '악재'
    발행어음 수신잔고 12조원 수준…시장 선점 열위 고민
    • 신한금융투자의 2020년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 계획에 '적신호'가 켜졌다. 대주주인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채용비리 등 '법률 리스크'에 이어 '라임 사태'에 연루되면서 '산 넘어 산' 모양새다. 양쪽 다 단기간 내 해소가 어려운 악재라 상황은 장기화할 조짐이다.

      신한금융투자는 발행어음 사업 진출을 염두에 둔 유상증자를 단행해 지난 9월말 연결기준 자본총계를 4조2000억원대로 확충했다. 유상증자가 기존 계획보다 지연되긴 했지만 초대형 투자은행(IB)의 최소 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을 충족하면서, 시장에선 신한금융투자의 발행어음 인가가 점쳐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 투자자들이 투자금 전액을 잃을 위기에 처하면서, 신한금융투자의 발행어음 인가 관련 분위기도 변화가 감지된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과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하면서 '라임 리스크'는 이제 막 시작된 형국이다. 신한금융투자의 브라임브로커리지(PBS) 사업은 '기획' 위주로 진행돼왔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부실에 대해 신한금융투자가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가 관건이 된 상황이다.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를 맺은 데다 기준가 산정 등 일부 과정에서 라임운용의 부정을 도운 정황이 일부 언급되고 있는만큼 완전한 책임 회피는 어려울 거란 지적이 나온다.

      이로 인해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규 사업에 대해선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KB증권 역시 여러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발행어음 인가에 난항을 겪은 바 있다. KB증권은 2017년 7월 금융위원회에 발행어음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현대증권 시절 자전거래로 영업정지를 받은 전력이 문제가 되면서 2018년 1월 인가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해당 제재의 효력이 해소된 지난해 5월에 발행어음 인가를 재신청했지만, 같은 해 7월 직원이 고객 돈 3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한 번 더 불발되기도 했다.

      발행어음 인가 신청의 발목을 잡았던 요인들이 해소되고도 오랜 시간을 끌다가 올해 5월에서야 최종 승인받고 발행어음업 3호 사업자가 된 사례가 있다 보니, 신한금융투자의 발행어음 인가도 난항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 역시 일련의 사태에 대한 분위기를 의식하고 있다. 초대형 IB 인가 신청을 더 미룰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당초 신한금융투자는 12월 중순 초대형 IB 인가를 신청한 후 내년 상반기에 발행어음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었다. 기본 요건 충족 단계에서부터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는 상황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신한금융투자가 발행어음 인가 시기를 고심한 가장 큰 이유로 대주주(신한금융지주)의 수장인 조용병 회장의 '거취'와 '법률 리스크'가 지목됐었다. 검찰은 앞서 열린 신한은행 채용비리 결심 공판에서 조용병 회장에게 징역 3년, 벌금 500만원을 구형하면서, '대주주 공백 가능성'이라는 불확실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라임 사태는 신사업을 계획 중인 신한금융투자뿐만 아니라 조용병 회장에게도 '무거운 짐'이라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는 손실이 나면 개인(일반)투자자가 우선적으로 떠안도록 설계가 되어 있어, 개인투자자 보호를 중시하는 금융당국 입장에서 이 사안을 생각보다 더 크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검찰 수사 이후 금융당국에서 중징계를 내릴 경우 신한금융투자의 '2020년 발행어음 사업' 계획 자체가 틀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부적인 리스크뿐만 아니라 불확실성이 확대된 발행어음 시장 여건 자체도 문제다. 선두 주자인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NH투자증권, KB증권 등이 뛰어들면서, 발행어음 수신잔고 증가뿐만 아니라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지난 11월말 기준 기존 단기금융업 사업자들의 발행어음 수신잔고가 12조원에 육박하는 데다, 이미 해당 3사가 시장의 상당 부분을 선점하며 '먹거리'가 줄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시중금리 인하로 약정 수익률이 줄어드는 상황이라 조달한 자금을 투입할 투자처 또한 마땅치 않아 출범 2년 만에 '발행어음 사업이 동력을 잃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오는 분위기"라며 "신한금융투자의 자체적인 리스크도 악재지만 시장 상황이 더욱 우호적이지 않게 변하는 것도 신경을 써야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재무제표 확정 후 내년에 초대형 IB를 신청하고 이후 상황에 따라 단기금융업에 진출할 예정"이라며 "라임 사태 관련해서 발행어음업 진출을 연기하는 건 아니고 시장금리 상황 등이 우호적일 때 발행어음 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