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올해도 전략ㆍ재무통 중용...차기 리더군 '경쟁 격화'
입력 2020.01.03 07:00|수정 2020.01.06 09:26
    계열사 대표 전원 유임 가운데 임원급 큰 폭 인사
    '포스트 윤종규' 준비하는 가운데 3연임 염두 해석도
    지주 사장직 부활 전망도...'내년엔 더 큰 인사'
    • KB금융그룹이 연임을 일찌감치 확정지은 은행장을 비롯해 임기 만료를 맞은 7개 계열사 대표가 전원 유임된 가운데, 지주ㆍ은행 임원급에서는 큰 폭의 세대교체 및 승진 인사가 이뤄졌다.

      임기 2기의 만료를 눈 앞에 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이번에도 전략ㆍ재무 출신을 중용하는 인사 기조를 유지했다. 차기 리더군의 경쟁 강도를 높여 '포스트 윤종규'에도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KB금융지주는 지난 27일 전략총괄(CSO) 이창권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이 부사장은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2016년말 상무로 승진하며 임원이 된지 불과 3년만에 부사장으로 발탁됐다.

      같은 날 조남훈 글로벌전략총괄(CGSO)도 전무로 승진했다. 그는 KB투자증권 전략기획담당을 거쳐 통합 KB증권 글로벌사업본부장을 역임한 전략통이다. 베트남 마리타임증권 인수ㆍKB증권 홍콩법인 증자 등의 공적을 세우고 2017년말 지주 글로벌전략담당으로 발탁됐다. 비은행 계열사 출신 임원이 그룹의 글로벌사업을 총괄하는 자리에 오른 흔치 않은 사례로 꼽힌다.

      이 부사장은 1965년생, 조 전무는 1968년생으로 대표적인 신진 리더 그룹으로 꼽힌다. 1963년생 김기환 재무총괄(CFO) 부사장, 1964년생 임필규 HR총괄 부사장도 1년 연임됐다.

    • 은행에서도 비슷한 기조의 인사가 진행됐다. 김남일 영업그룹 부행장, 오보열 CIB고객그룹 부행장 등 1962년생 부행장을 비롯해 부행장 4명이 전원 교체됐다. 빈 자리는 1964~1966년생 신임 부행장들이 채웠다.

      이사 부행장으로 발탁된 이재근 영업그룹 총괄 부행장은 어윤대 전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지주 재무기획 담당 상무를 역임한 재무통으로 꼽힌다. 이우열 부행장ㆍ한동환 부행장은 은행 전략기획부장을 거쳤다. 윤종규 회장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성채현 부행장은 지난해 전무로 승진한지 1년만에 부행장으로 발탁되며 개인고객그룹을 총괄하게 됐다.

      이번 인사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윤종규 회장이 내년 11월 3연임을 염두에 두고 진행한 인사가 아니겠느냐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KB금융그룹의 지배구조는 윤 회장이 정점에 서 있고, 허인 국민은행장ㆍ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ㆍ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등 윤 회장의 첫 임기(2014~2017년)를 함께한 인사들이 회장을 지원하는 형태로 구성돼있다.

      올해 임원인사에서는 윤종규 회장의 두번째 임기(2017~2020년)때 두각을 나타낸 신진 인사들이 대거 승진했다. 차기 리더군이 그만큼 두터워진 것이다. 윤 회장의 지배력이 공고한 가운데 차기 리더군의 경쟁은 치열해진 모양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2선 리더군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가운데 윤 회장이 내년 11월 물러난다면 KB금융 내부에선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윤 회장이 시간을 들여 차기 리더를 확실히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KB금융지주 사장직의 부활을 점치기도 한다. KB금융지주 사장직은 2014년 KB사태 이후 폐지됐다가, 지난 2016년 김옥찬 사장이 부임하며 잠시 부활했다. 다만 이는 윤종규 회장이 KB국민은행장을 겸임하며 업무 부담이 과중해 만든 실무적 자리였다. 2017년 허인 국민은행장을 선임하며 윤 회장은 다시 지주 사장직을 없앴다.

      차기 회장 핵심 후보군인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들은 대부분 지주 부사장직을 거치거나 겸임하고 있다. 계열사에서 경영 수업을 마친 차기 리더들이 임기 만료 후 지주사에 돌아올 자리가 없다는 뜻이다.

      계열사 대표이사직 역시 기본적으로는 2년+1년, 총 3년 임기가 주어지는만큼 차기 리더를 계속 계열사에 둘 수만도 없다. 회장 후보로 양성한 리더의 중간 기착지로 지주 사장직이 필요해졌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나금융지주가 지주 부회장직을 두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KB금융 역시 내년 말 더 큰 폭의 인사가 불가피할거란 전망이다. 우선 내년 11월 임기가 만료되는 윤종규 회장의 3연임 여부가 관건이다. 게다가 올해 연임된 은행ㆍ손해보험ㆍ카드 등 8개 계열사 대표를 비롯해 KB증권 등 대부분의 계열사 대표이사 임기가 내년 만료된다. 2014년 이후 윤 회장을 보좌해 KB금융을 국내 1등 금융그룹으로 만든 '윤종규의 사람들' 중 일부가 교체될 수 있다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