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건설사 ‘리츠 진입’…분양 차익 탓 성장성은 ‘한계’
입력 2020.01.03 07:00|수정 2020.01.02 17:30
    리츠 활황 예고…건설사들 고민 심화
    대우·HDC·대림 AMC 설립, 이외는 '선 긋기'
    현 단계 '뉴스테이' 사업 용도에 그친단 평가
    "일본 시장만큼의 임대료율 수준 돼야 할 것"
    • 지난해는 대기업과 증권사들의 보유 자산을 통한 ‘리츠 활황’이 거셌다. 롯데리츠, NH프라임리츠 등 대형 공모 리츠들의 설립과 상장은 풍부한 유동성에도 경직됐던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탈출구 역할을 해냈고, 정부 역시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설립 절차 간소화와 세제 혜택 등의 기본 제도 틀을 마련했다. 이 같은 기조는 올해에도 시장 규모의 성장과 더불어 상승세를 탈 것이란 전망이 높다.

      또 다른 부동산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 건설사들은 기로에 섰다. 지금까지 ‘시공사’의 위치에서 단순 도급만 도맡던 이들은 꺾인 주택 사업 경기 속에서 리츠를 활용한 사업 확장을 고심하고 있다. 유동화 등에서 뚜렷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문제는 수익률에 대한 담보다. 리스크를 짊어지고서라도 진출을 모색하는 건설사와, 그렇지 않은 건설사들 사이의 양극화는 커지는 상황이다.

      대우건설은 국토교통부로부터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투게더투자운용㈜’의 설립 본 인가를 취득했다. 초기 자본금 70억원 상당으로 리츠를 통한 디벨로퍼 역할 수행을 예고했으며, 오는 2025년까지 AMC를 통해 ▲리츠 운영 20개 이상 ▲자산운용규모 4조원 이상 달성이 목표다. 공모 리츠 출시 역시 병행 계획 중이다.

      건설사의 리츠 진입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대림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은 각각 2016년과 2017년에 ‘대림AMC’와 ‘HDC자산운용(리츠 겸업 운용사)’를 통해 부동산 운영 및 관리를 시작했다. 양 사는 최근에도 고척동 개발사업, 부산 우암 2구역 개발사업 등에서 사업별 리츠를 설립해 AMC의 활용폭을 늘려나가고 있다.

      건설사에 리츠의 장점은 뚜렷하다. AMC를 통한 리츠 사업 툴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공사를 수주해서 건물을 올리는 방식 이외 부지 매입, 기획, 시공 이후의 운영 등 폭넓은 사업 운영이 가능하다. 리츠의 구조적 특성상 기존 PFV(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 형식 대비 자산 출입과 관리 절차가 단순해 임대 이익이나 처분 이익을 수취하기도 용이할 수 있다. 현금이 필요할 시 자산의 유동화 속도도 빠르다.

    • 문제는 수익률로 귀결된다. 모집 형태와 자산 가치 등 일원화된 기준을 내긴 어렵지만, 현재 국내 리츠들의 통상적인 평균 배당 수익률은 연 5~10% 수준으로 추산된다. 소액의 출자자들이 리스크를 지고 큰 수익을 노리는 사모형 개발리츠 역시 수익률 두 자릿수를 넘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통계 상 서울 부동산 시장의 핵심인 강남 3구의 경우 건설사 이윤이 들어가는 평당 건축비가 3.3㎡당 평균 1000만원을 뛰어넘기도 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특히 분양 위험에 대한 부담이 적은 재개발 사업은 고분양가가 곧 건설사의 수익”이라며 “민간에 분양해버리면 수천억원대 차익을 남길 수 있는 자산들을 굳이 건설사가 가져와 리츠에 편입시킬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이는 곧 편입 자산의 한계를 부르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 AMC를 운영하는 건설사의 리츠 사업은 아직까지 정부 정책의 일환인 ‘뉴스테이(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해 도입된 민간기업형 임대주택)’ 방식에 머무른단 평가다.

      한 주요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AMC들은 디벨로핑(개발·운영사업) 용도 보단 뉴스테이 사업을 위해 만들어진 법인들이었다”며 “각 사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사업을 확장하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업계 선두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AMC 설립 여부는 미지수인 상황이고, GS건설의 경우 앞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지만 회사 차원에선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올해에도 시장 변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리츠 운용사 관계자는 “우리보다 앞서 진행되는 일본의 부동산 시장과 비교했을 때, 국내는 아직까지 부동산 가격 폭락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며 “일본은 버블경제 이후 ‘집값’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며 주택 물량이 대규모로 임대 전환됐고 자연히 건설사들이 진출했었는데, 국내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 임대료율이 일정 수준을 올라오기 전까지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달려들기는 어려운 환경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