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證, '해외 M&A 자문 강화' 10년째 구호만...성과는 언제쯤
입력 2020.01.06 07:00|수정 2020.01.03 17:53
    에버코어와의 전략적 제휴에 대한 시장 의구심 확대
    NH證, 그간 크로스보더 M&A 강화 노력에도 성과 미미
    정 사장 연임 유력한 와중 올해도 M&A 역량 강화 주문
    • NH투자증권이 2020년에도 해외 인수합병(M&A) 자문 강화를 위한 고민에 한창이다. 특히 내년 초에 첫 임기 만료를 앞둔 정영채 사장 입장에서 해외 M&A 자문 역량은 특히나 아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란 지적이다. 정 사장이 IB 부문의 대표를 맡던 시절부터 꾸준히 투자를 해왔지만, 아직 결실을 맺고 있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부족한 해외 네트워크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글로벌 IB 에버코어(Evercore)와의 전략적 제휴에도 여전히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무용론까지 제기하는 실정이다.

      NH투자증권은 주식자본시장(ECM)과 채권자본시장(DCM) 부문에서 수년간 업계 톱티어(Top-tier) 자리를 유지하는 등 '국내 최고 투자은행(IB)'으로 인정받는 하우스다. 다만 유독 M&A 자문 부문에서는 힘을 쓰지 못해왔다. 특히 해외 M&A 자문에서는 시그니처 딜(Signature deal)로 내세울 만한 건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M&A 자문 역량 강화는 정 사장의 공공연한 '숙원'이다. 정 사장은 2009년부터 해당 부문 강화에 힘써왔다. 해당 부문에 대해 2011년엔 '희망', 2017년엔 '시대적 운명'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크로스보더 딜 역량 강화는 정 사장과 NH투자증권 IB사업부의 '10년 묵은 체증'인 셈이다.

      정 사장의 기조에 발맞춰 윤병운 IB1사업부 대표를 필두로 IB본부 상무급 임원들도 약점인 해외 네트워크 보완과 M&A 자문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신경을 쓰는 눈치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IB 내 본부 간의 협력(Co-work)을 고려한 조직개편 역시 M&A 자문 강화를 위한 조치 중 하나라는 평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NH투자증권 IB 내부적으로도 '크로스보더 딜'에 대한 갈증이 큰 만큼, 지난 11월에 내년 사업 계획을 세울 때도 M&A 자문 역량 강화 등의 이야기가 재차 논의된 것으로 안다"며 "정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정 사장 역시 원래 잘 하는 분야보단 부족한 분야에 힘을 쏟고 성과를 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의지와는 별개로 NH투자증권의 크로스보더 M&A 자문 역량 강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크지 않다.

      해외 M&A 자문은 결국 얼마나 빠르게 매물 정보를 얻고 적절한 원매자를 찾아 연결시켜주느냐가 관건이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태생적으로 해외 네트워크가 약한 NH농협금융그룹에 의지하긴 어렵다. NH농협금융의 해외 사업 비중은 이제 고작 1% 남짓이다. 그나마 최근 글로벌과 디지털을 외치며 2025년까지 해외 사업 비중을 10%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복안이 세워진 정도다.

      정부가 최대주주였던 우리금융그룹 산하 우리투자증권 시절부터 실무선에서 노력은 했지만, 전사적 역량을 쏟아야 하는 해외 네트워크 확보엔 힘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보완해줄 수 있던 게 글로벌 IB와의 제휴였다. NH투자증권은 우리투자증권 시절인 2011년 미국 에버코어와 전략적 제휴를 시작했고, NH농협그룹으로 편입된 이후인 2016년 독점 제휴를 체결했다. 실무 인력도 에버코어 본사에 매년 파견하고 있다.

      독점 제휴를 체결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라고 꼽을 만한 건은 찾기 어렵다.  NH투자증권은 수시로 딜리스트(Deal list; 거래 예정 기업 목록)를 상호 교환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매칭'이 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NH투자증권과 에버코어의 전략적 제휴의 실효성마저 의구심이 든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2016년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할 당시 에버코어가 NH투자증권과 별개로 매수자문을 맡은 바 있다. 이렇다 보니 NH투자증권이 강조하는 '에버코어 제휴 시너지'가 유효한 지 모르겠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그나마 NH투자증권의 해외 M&A 성과로 꼽히는 건은 2017년 넷마블의 카밤스튜디오 인수 정도다. 당시 NH투자증권은 넷마블에 인수금융 및 브릿지론(Bridge loan)을 제공했다. 이후 넷마블 기업공개(IPO)까지 맡아 카밤 인수로 늘어난 부채비율을 줄이는 데 일조했다. 기업 토탈솔루션(Total solution; 전사적 해법 제공)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주목할 만한 거래였지만, 막상 목 말랐던 '자문' 실적을 쌓진 못했다.

      국내 증권사 중에선 삼성증권이 그나마 해외 M&A 자문 분야에서 성과가 있는 편이다. 삼성증권은 2008년 10월 영국 로스차일드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후 대림의 파키스탄 풍력발전 자산 인수 및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자문 등을 맡은 바있다.

      다만 이런 삼성증권조차도 전략적 제휴를 통한 해외 M&A 성과는 지금까지 한 손에 꼽힐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ECM이나 DCM만 해도 증권사의 트랙레코드가 딜소싱(Deal sourcing; 투자처 발굴)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인데, M&A 자문은 특히나 트랙레코드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며 "해외 M&A는 글로벌 IB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데다 '국내 증권사 패싱(Passing; 열외)'이 공공연한 M&A 시장에서 NH투자증권이 경쟁력을 키우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