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기록적 저금리…대기업 회사채 발행 ‘러시’ 대기
입력 2020.01.06 07:00|수정 2020.01.07 09:38
    낮은 조달금리에 차환자금 확보 등 발행 활발
    SKT·한화솔루션·LG헬로·CJ프레시웨이 등
    우량기업 수요 꾸준,비우량 투심 회복 미지수
    • 2020년초 회사채 발행 시장은 뜨거울 전망이다. 회사채 시장 '큰 손'인 SK텔레콤을 필두로 1월부터 A급 이상 대기업 계열사의 공모채 조달이 이어진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우량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BBB급 이하 비우량 기업의 투자 매력 회복 등은 금리 변동 등 시장 분위기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저금리 기조에 2019년 회사채 시장은 '역대 최고' 호황을 누렸다. 한국은행은 7월과 10월 기준금리를 각각 25bp씩 두 차례 인하했고, 기준금리는 현재 1.25%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월31일 발표한 2020년 신년사에서 통화 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30일 기준 3년 만기 회사채 'AA-'등급 금리는 1.937% 정도다.

      시장에선 2020년에는 회사채 발행 물량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워낙 전해 순발행 규모가 많다보니 만기 대응 여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또 경기가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기업들이 긴축재정에 들어가고, 투자를 줄이면서 '몸을 사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계속되는 저금리에 오히려 올해 발행이 더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산업 패러다임이 격변하면서 기업들의 투자 수요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실적 저하로 인한 크레딧 하향 등 조달 비용 상승 우려가 있지만, 어쨌거나 차환과 투자를 이어가는 기업들의 현금 확보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회사채 시장 포문을 열 기업은 명실상부 ‘빅 이슈어’ SKT다. SKT는 1월 초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수요예측에서 오버부킹이 되면 발행규모를 두배 수준으로 증액할 가능성도 전해진다. SKT는 지난해 회사채 시장에서1조2000억원 규모를 조달했다.

      SKT를 필두로 이동통신사의 활발한 회사채 발행은 계속될 전망이다. 본격적인 ‘5G 시대’ 준비와 더불어 통신사들이 ‘종합 ICT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면서 M&A(인수합병) 등 자금 수요가 높다는 분석이다. KT, LG유플러스 등도 이르면 1분기, 혹은 상반기 내 공모채 조달이 예상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초 회사채 시장 분위기는 SKT의 발행이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지난해만큼은 아니겠지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보니 일부 우량 기업들은 이대로면 올해에 거의 ‘제로금리’에 가까운 비용으로 조달이 가능하지 않나 전망도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한화, LG, CJ, 현대자동차 등 굵직한 대기업의 계열사들도 발행 예정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계열사 통합 법인 출범 이후, 인수합병(M&A) 이후 처음 공모채 시장에 나서는 기업들이 눈에 띈다. 꾸준히 안정적인 투심을 확보했지만 최근 실적 저하와 그룹 ‘맏형’ 현대차의 신용등급 하락 등 이슈가 생긴 현대제철도 주목된다.

      한화그룹의 통합 법인인 ‘한화 솔루션’이 새해 공모채 발행을 준비중이다. 한화솔루션은 1월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큐셀,첨단소재 부문)의 합병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통합 후 한화케미칼의 만기도래 채권 등에 대한 차환 의무는 한화솔루션에 있다. 이에 이번 발행 규모는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한화케미칼의 회사채 차환 물량인 3000억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LG유플러스에 인수된 CJ헬로도 ‘LG헬로비전’이란 새 이름을 달고 공모채 발행에 나선다. AA급으로는 첫번째 발행이 될 전망이다. CJ헬로가 공모에 나선 것은 2017년 총 3300억원 규모 발행에 나선 이후 처음이다. 15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만기가 곧 돌아오기 때문에 이번 발행으로 리파이낸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의 식자재유통 계열사 CJ프레시웨이도 1월 중후반 500억~1000억원대 규모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조달 자금은 차입금 상환재원 등으로 쓰일 전망이다. CJ프레시웨이는 설비투자와 더불어 M&A를 통한 HMR(외식 및 가정간편식) 사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외형 확장을 꾀하면서 총차입금은 지난해 9월말 4557억원으로 뛰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1월 말 7개 물류센터 유동화로 14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올해 1조원 규모의 리파이낸싱이 필요한 현대차그룹의 현대제철도 연초부터 시장 조달에 나선다. 현대제철은 1월에 3500억원 수준의 회사채 발행에 나설 계획이다. 기관투자가 수요예측 결과가 좋으면 발행금액을 늘릴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국내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요를 보여온 기업이다. 다만 최근 실적 저하에 따른 재무부담 증가, 그룹 주력사인 현대차의 신용등급 하향으로 인한 조달 비용 상승 우려 등은 변수로 꼽힌다.

      이처럼 대기업 계열사 등 우량 기업들은 활발한 조달이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금리 변동성 확대 등으로 비우량 채권은 발행이 감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하반기 급랭한 BBB급 비우량 회사채의 투심이 살아날 지가 주목된다. BBB급 이하 회사채는 지난해 초 저금리 기조에서 고금리 매력으로 발행이 급증했다. 유동성 증가로 우량 회사채 수요가 증가하고, 우량 회사채 금리가 하락(가격 상승)하면서 비교적 고금리인 BBB급 회사채도 덩달아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후 계속된 금리 하락, 하이일드펀드 혜택 소멸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BBB급 회사채에 대한 불안도 높아졌다. 단적인 예로 BBB급에서 꾸준한 인기를 보여온 대한항공이 절대금리 매력 하락, 차입금 증가 우려 등이 겹치면서 미매각을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량 기업들을 향한 수요는 올해에도 계속되겠지만 BBB급 이하 비우량 기업 투심은 금리 등 시장 분위기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미매각이 이어진 대한항공은 올해에도 조달은 계속 해야할텐데,  최근 경영권 분쟁으로 운영 리스크가 커지는 등 기관들 뿐만 아니라 리테일 쪽에서 투심이 다시 살아나는 지가 관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