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브랜드가 이럴수가…신금투 라임사태로 은행 평판도 바닥에
입력 2020.01.07 07:00|수정 2020.01.06 18:42
    금투 넘어 신한은행 등 그룹 평판 이슈로까지 번져
    '단순 PBS 사업'이라지만 선량한 관리자 의무 위반 소지
    "PBS는 어드바이저ㆍ위험관리까지가 사업영역" 비판도
    실제 배상책임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규제 미비'
    •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 손실 위기가 제2의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비화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에서 보기 드문 금융상품 사고가 터지며, 사태는 신한은행 등 그룹의 평판 이슈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세부적인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금융권에서는 기획자이자 주요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금융업계에서는 평가 받고 있다. 물론 이런 과실이 실제 배상책임이나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지는 별개 문제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헤지펀드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의 등록을 취소하고 관련 펀드 자산을 동결하면서 시작됐다. 라임운용은 '플루토TF1호'를 통해 IIG의 무역금융펀드(IIG STFF)에 2400억원을 투자하고 있었다. 전체 펀드 자산 6000억원의 40%에 달하는 금액이다.

      IIG STFF의 자산이 동결되며 플루토TF1호 역시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투자업계에서는 최악의 경우 전액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라임운용의 과실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라임운용은 지난 2018년 11월 IIG에서 자산 손실을 통보받았음에도 이후 투자자를 계속 모집했다. 지난해 1월 현지 실사를 통해 손실 가능성을 확인하고도 이를 투자자에게 고지하지 않았다. 이어 지난해 6월 해당 지분 일부를 싱가포르 투자사에 매각하는 등 투자 구조를 변경하면서도 이 역시 투자자에게 고지하지 않았다.

      금융권의 이목은 라임운용을 넘어 신한금융투자로 향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 펀드의 핵심 판매사 중 한 곳이자, 기획자인 까닭이다.

      신한금융투자는 2017년 설정된 이 펀드의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담당하고 있다. 라임운용과 함께 펀드를 기획했고, 6000억원의 설정액 중 3600억원을 대출해줬다. 라임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도 체결했다. 2400억여원의 개인투자금 중 800억여원을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하기도 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펀드의 실사 및 운용은 라임운용이 전담했고, 자신들은 프라임브로커로서의 업무만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신한금융투자 PBS 사업의 특수성이다.

      신한금융투자가 PBS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건 2016년말의 일이다. 경쟁사보다 3년 이상 늦었다. 이미 시장을 5개 대형사가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한금융투자는 주문자상표부착(OEM)식 헤지펀드에 집중했다. 특정 컨셉의 상품을 미리 기획한 후 운용사와 손을 잡고 함께 출시를 진행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에서 신한금융투자는 종잣돈(seed money;시드머니) 및 대출(leverage;레버리지)을 제공했다. 상품을 창구에서 판매하고 판매수수료도 받았다. 라임운용은 TRS를 적극 활용했기 때문에 TRS수수료까지 챙길 수 있었다.

      플루토TF1호 역시 이런 구조의 펀드였다. 신한금융투자는 부인하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문제가 불거지기 전 라임운용과 신한금융투자 사이에 손실 가능성에 대한 의사교류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출신 인사들이 현재 라임운용에서 일부 직책을 맡고 있기도 하다. 금감원이 신한금융투자에 수사를 의뢰키로 한 점 역시 이런 정황을 확인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자산운용사 본부장급 인사는 "프라임브로커이자 판매사로 이중 삼중 수수료를 받아놓고 문제가 생기니 모두 운용사 탓이라고 주장하는 건 염치가 없는 일"이라며 "단순한 대차ㆍ레버리지는 물론 리서치ㆍ어드바이스, 나아가 위험관리까지가 PBS의 업무 영역이다"라고 말했다.

      문제를 인식한 이후에도 상품 판매를 계속한 부분에 대해 신한금융투자는 "PBS부서와 판매 부서 사이의 차이니스월(chinese wall;정보차단벽)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 해명에 대해서도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보차단은 둘째치고, 지난해 1월 라임운용의 현지 실사 이후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했다면 최고경영진 단에서 응당 판매중지나 설명 등 후속 조치가 따랐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여기에 더해 증권가에서는 신한금융투자의 PBS사업을 책임지고 있던 임일우 전 PBS본부장이 상황을 축소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임 전 본부장은 2016년말 관련부서 신설 이후 지금까지 계속 실무책임자로 일해왔다. 임 전 본부장은 지난 2018년 연간 20억원, 지난해 상반기 12억원의 보수를 받으며 '신한금융투자 연봉킹'으로 통했다. 문제를 축소할만한 충분한 유인이 있었던 셈이다.

      임 전 본부장은 라임운용과 상부상조하는 관계였다는 게 증권가 복수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2017년 라임운용 상품 판매잔고가 4400억여원에 달하는 최대 판매사였다. 임 전 본부장과 라임운용이 내놓은 무역금융펀드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 금감원 역시 잠적한 이종필 전 라임운용 부사장과 임 전 본부장간의 관계에 대해 검사의 초점을 맞췄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번 사태가 표면화한 이후 신한금융투자는 물론, 신한금융지주 역시 당황하는 모습이다. '

      금융권의 삼성'이라는 별명처럼 철저한 관리를 통해 금융상품 사고가 극히 드물었던 신한금융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사고가 터진 까닭이다.

      심지어 이번에 문제가 된 펀드 중 신한금융투자 판매잔고의 상당부분은 신한금융그룹 복합점포인 PWM(Private Wealth Management)를 통해 팔렸다. 이번 사태의 피해자 중 신한은행 고객자산가들이 상당수 포진해있는 배경이다. 신한금융투자가 불 붙인 이슈가 은행은 물론 그룹 전반까지 퍼지는 모양새가 됐다.

      이번 사태는 여러모로 신한금융투자의 2014년 주식연계증권(ELS) 과잉 판매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신한금융투자는 1년간 자기자본의 3배가 넘는 ELS를 판매했고, 이로 인해 당시 레버리지비율이 규제기준(1100%)까지 치솟았다. 수익에 눈 먼 일부 실무진과, 과잉판매가 불러올 결과에 둔감한 비전문가 최고경영진의 합작품이었다. 이후 신한금융투자는 지주로부터 증자를 받아 급한 불을 껐지만, 신한금융그룹이 신한금융투자를 신뢰하지 않는 원인 중 하나가 됐다.

      물론 신한금융투자가 실제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법적인 배상 책임을 지게 될 지는 현 시점에서 예단하기 어렵다.

      원론적으로는 라임운용과 신한금융투자 모두 잘못이 있지만, 과실비율을 산정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실사와 투자를 담당한 건 라임운용이고, 현행 법규상 불완전판매 등 판매사에 중대 과실이 없다면 책임을 묻기 어려운 까닭이다.

      한 연기금 투자 담당자는 "DLF사태도 결국 증권사와 운용사는 면죄부를 받았고 판매사인 은행만 불완전판매 여부로 배상을 하게 됐다"며 "향후 판매사 및 OEM 펀드의 PBS사업자 책임 등과 관련해 규정이 좀 더 확실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이슈에 대해 신한금융투자의 최고경영진의 판단이 아직도 안이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병철 현 대표의 책임여부 등은 불확실하지만 금감원 조사 및 검찰 수사 의뢰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고객들에 대한 최소한의 유감 표명은 있었어야 하지 않겠느냐다는 것이다. 특히 DLF 사태를 거치며 금융권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실추한데다, 은행 PWM 고객까지 연루된 상황에서 대처가 늦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투자는 "문제를 인식하고도 계속 판매를 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금감원 검사 때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