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전쟁, 국내 로펌도 참전…김앤장·태평양 LG 자문
입력 2020.01.07 07:00|수정 2020.01.07 18:42
    글로벌 로펌간 각축전에서 국내로펌 물밑 지원
    국내 1·2위 로펌 모두 LG화학 손잡아
    김앤장 '형사'·태평양 '특허' 후방지원…전관 '활용설'도
    올해 로펌 단기 매출구도에도 영향 클 듯…SK와의 관계 '촉각'
    • LG와 SK간 배터리 전쟁에 국내 로펌들도 하나둘 뛰어들고 있다. 기존 글로벌 로펌간 각축전으로 알려져왔지만 형사·특허 등 자문영역이 넓어지며 수위권 국내 로펌들도 물밑에서 자문을 맡고 있다.

      로펌업계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국내에선 세기의 소송으로 꼽히는 만큼 수익성 측면에서 반드시 잡아야 하는 ‘대어’로 꼽혔지만, 자문 영역에선 국내에서 손꼽히는 고객 한 곳을 잃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소송결과와 더불어 자문사에 미칠 후폭풍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은 지난해 4월 LG화학의 ITC 제소를 시작으로 민사와 형사를 오가며 점차 확전되고 있다. 이어 LG화학은 한 달 후인 지난해 5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SK이노베이션 및 인사담당 직원 등을 서울지방경찰청에 형사 고소했고, 이에 SK이노베이션은 명예훼손 및 특허침해소송으로 LG화학을 맞고소 했다.

      그간 양 사의 법률대리인은 소송과정에서 대형 글로벌 로펌들 위주로 공개됐다. LG화학은 기존 선임한 덴튼스(Dentons)와 세계 1위 로펌인 미국 레이섬 앤드 왓킨스(Latham & Watkins), 피쉬앤드리차드슨(Fish&Richardson)가 자문을 맡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코빙턴앤드벌링(Covington&Burling)을 선임해 대응해왔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간 소송전인만큼 국내 대형로펌들도 물밑에서 일찌감치 자문을 제공해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현재 LG화학의 진정서 제출 및 압수수색 대응 등 형사 사건은 김앤장법률사무소가, 그 외 특허와 연관된 부분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나눠 전담하고 있다.

      김앤장은 ITC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절차에도 관여하며 SK이노베이션 측에 대한 '증거인멸' 공세에도 조력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소송 초기부터 법무법인 화우를 선임해 대응해왔다.

      양 사의 글로벌 로펌 선임여부는 ITC 제소 과정 등에서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두 회사가 국내 로펌의 수임 여부를 공개할 의무는 없다. 이러다보니 LG화학을 자문해온 태평양이 최근까지 상대방인 SK이노베이션 측에 이를 공개하지 않다가 뒤늦게 SK측이 이를 파악하게 된 해프닝도 법조계에서 회자됐다. LG화학은 “국내 로펌 선임은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 법조계에선 배터리 소송이 수위권 로펌의 올해 수익 측면에서 ‘특수’인 점은 분명하다는 평가다. 중요성과 규모 측면에서 이미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송금액으로만 소요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올만큼 이번 소송에 참여하는 게 각 펌의 수익 순위를 가를 요소로도 꼽혀왔다.

      특히 이전까지 글로벌 기업을 이끌어온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이 법무조직의 역할에 무게를 둔 점도 향후 양 로펌의 수익 측면에선 긍정적이다. 신 부회장은 3M 시절부터 "법무조직도 지원(Back-Office) 업무가 아닌 수익을 낼 수 있는 부서"라는 점을 강조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LG화학은 지난해 지주사에서 부임한 법무담당 부사장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등 조직 개편에도 속도를 냈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를 담당했던 한웅재 전 대구지검 경주지청장(법무담당 전무)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 앞으로도 특허침해 및 형사 소송, 지적재산권 침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소송 제기 가능성이 열려있는 만큼 트랙레코드 관리 차원에서도 이번 소송에서 성과를 내는 게 어느때보다 중요하다는 평가다.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상대방인 SK그룹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M&A 등 기업법무에선 가장 먼저 꼽히는 SK그룹과 외견상 대립하는 입장에 서야 한다. 이 때문에 이미 최태원 회장 형사사건에서 성과를 못 내 SK거래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온 김앤장법률사무소가 LG화학의 편에 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어느 기업은 어느 로펌만 쓴다는 글로벌 트렌드와 달리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법률자문 선임 과정에서 경쟁을 붙이거나 사안에 따라 변경하는 문화가 정착되있다보니 사안이 첨예할수록 로펌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