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래성과 가시화하겠다는 현대차…우려와 기대 공존
입력 2020.01.07 07:00|수정 2020.01.06 18:46
    정의선 "미래차 시장 리더십 확보 원년"
    전동화, 'E-GMP' 수익성·점유율 확보 관건
    자율주행 '데이터'·모빌리티 플랫폼 '협업'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2020년 미래 시장의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며 "올해부터 미래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게임체인저로 도약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올해부터는 성과 측면에서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그간 진행해온 미래 분야 성과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커질 전망이다.

      정 부회장 이후 현대차그룹은 대대적인 인사교체와 함께 신설조직을 내세워 혁신에 앞장서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시에 자율주행·모빌리티 플랫폼 등 미래차 시장에서 항상 후발주자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붙은 것이 사실이다. 시장에서는 현대차의 확고한 미래비전에 대한 기대감과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데 대한 우려가 상존하는 상황이다.

      정 부회장은 전동화 시장에서 리더십 확보 의지를 가장 전면에 내세웠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2월 이후 기아차를 포함해 전기차(EV)·하이브리드차(PHEV)·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44종을 출시하겠다고 밝혀왔다. 한 달 전 '2025 전략'에서는 투자규모도 기존 3조3000억원에서 9조7000억원으로 세 배가량 늘렸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2025년까지 친환경차 167만대를 판매해 전동화 시장에서 3위 안에 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전동화 부문에서 현대차그룹이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통해 시장점유율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E-GMP는 내년부터 본격화 할 글로벌 시장의 전동화 경쟁의 기수로 꼽힌다. E-GMP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2024년부터 전체 차종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획기적 수준으로 원가절감을 이뤄내 수익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사 전기차 담당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원가절감에 포인트를 맞춰 시장개화에 대비해온 편"이라며 "경쟁사에 비해 배터리 수급에 있어 LG화학 등 선두업체와 협상력이 높은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전기차는 배터리 가격이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내연기관(ICE)에 비해 수익성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자국 내 입찰경쟁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완성차업체 전반이 전동화에 사활을 건 만큼 수익성 악화가 예상을 웃돌 거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현대차 담당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차 측에서 E-GMP 수익전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현재 판매가를 기준으로도 수익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있다"며 "유럽지역 완성차업체가 내연기관보다 싼 가격의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라 현대차도 출혈경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업체는 내년부터 유럽발 완성차 탄소배출 규제가 시행되며 수천억원 이상 벌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수준의 점유율을 유지하면 벌금을 면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익성이 추가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율주행부문에서는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비우호적인 국내 규제환경 속에서 어떻게 데이터를 확보할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을 가속화해 운전자 개입 없이 운행 가능한 레벨 4, 5 수준 자율주행차를 조기에 내놓고 기술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미래차 시장 핵심기술인 자율주행 분야에서 후발주자로 분류된다. 지난해 9월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공동출자해 미국 앱티브테크놀로지스(Aptiv Technologies Limited)와 40억달러 규모 자율주행 합작사(JV)를 설립하며 추격에 나섰지만 유의미한 운행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남은 과제로 꼽힌다.

      한 자동차 연구원은 "현대차가 국내 렌터카 업체를 상대로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신사업을 벌이는 이유도 데이터 확보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며 "국내 규제환경 때문에 현대차가 경쟁사 대비 순수한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의 경우 자사 볼륨차종에 오토파일럿 기능을 장착해 1억8000만마일(약 2억9000만km) 정도의 운행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원은 "렌터카 업체를 이용한 것은 영리한 전략"이라며 자율주행을 위한 유의미한 데이터가 불특정 다수가 준거지역 없이 돌아다니는 데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시기적으로는 경쟁사에 비해 여전히 지체된 편에 속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차원에서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의지를 피력한 만큼 수혜를 볼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부는 올해부터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를 지정하고 레벨3 자율주행차의 고속도로 운항을 허용하는 지원책을 검토 중이다.

      모빌리티 플랫폼 부문에서는 경쟁자인 IT기업, 스타트업에 비해 완성차업체인 현대차그룹만의 장점을 살리고 협업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라고 말하는 게 결국은 MaaS(Mobility as a Service)로 수익을 내겠다는 것"이라며 "관건은 현대차 혼자 하는지, 누구와 함께 하는지"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의 플랫폼 성패도 M&A나 얼라이언스 등을 통해 파트너를 확보하는 데 달렸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현재 전략기술본부 내 오픈이노베이션사업부를 운영하며 벤처 투자와 발굴을 계속하고 있다.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이 직접 플랫폼을 키우는 것보다 네이버·카카오처럼 이용자 수천만명을 확보한 플랫폼과 협업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모빌리티 플랫폼에서 완성차 OEM이 IT기업과 차별화하거나 장점을 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다임러·BMW·포드·GM 등 글로벌 완성차 OEM이 플랫폼 시장에서 철수한 이유도 같은 이유다.

      컨설팅업계 한 관계자는 "MaaS 안에도 여러 모델이 있어 어디서 수익성이 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며 "완성차업체가 수익성이 날 때까지 본업이 아닌 부분에서 지속적으로 투자를 이어가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했다.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때까지 검색·추천알고리즘부터 통합결제시스템 기술 등을 OEM이 스스로 확보하는 게 비효율적일 수 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결제기능에 있어서는 현대차그룹이 경쟁사보다 진입이 수월할 수 있다"며 "대부분 OEM이 캐피탈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캐피탈사와 더불어 카드사도 있어 비교적 수월하게 결제 시스템을 맡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모빌리티 플랫폼 부문에서 거점별 차별화 전략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일부 경쟁사가 철수하거나 중단하더라도 후발주자의 장점을 살려 수익화 모델을 찾아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밖에 현대차그룹의 미래사업에선 퍼스트무버로 통하는 영역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기반의 혁신과 함께 로봇, 개인용 비행체(PAV)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고 수소연료전지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룹차원 투자액도 연간 20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향후 5년간 1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스스로 너무 많은 과제를 설정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 상대적으로 투자재원이 풍부하며, 정부 차원의 지원의지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강점을 잘 살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