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찾는 신규 신탁 3사, 디벨로퍼 연계 '기웃'
입력 2020.01.08 07:00|수정 2020.01.07 18:54
    본인가 난 대신·한투·신영, KODA '노크'
    MDM 문주현 회장 단체…임원 교류 활발
    신탁업 보수적 영업망 뚫기 위한 시도
    올해 책임준공형 위한 기반 마련 필요도
    • 부동산 경기 침체에 가로막힌 신탁시장에 ‘디벨로퍼 연계’ 바람이 불고 있다. 중심은 최근 정부로부터 본인가를 받아 올해 본격 출범을 앞둔 금융계열 신탁 3사들이다. 이들은 영업 인맥을 두텁게 하고 목표 사업군에서 수주량을 늘리기 위해 부동산 개발 관련사들과 접점 마련에 한창이다. 협회 등을 통한 임원 간 교류를 기점으로 보수적인 영업망을 뚫어내고 시장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을지는 업계의 관심요소다.

      지난달 23일 대신증권 계열 부동산신탁사 대신자산신탁이 한국부동산개발협회(KODA)에 가입했다. 신규 인가 신탁사 중에선 한국투자금융지주 계열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이 지난 11월 8일 진입한 이래 두 번째다. 남은 한 곳인 신영증권 계열 신영부동산신탁 역시 가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3사는 지난해 10월까지 본 인가가 마무리된 가운데 올해 본격적인 영업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05년 결성된 KODA는 국내에서 가장 큰 디벨로퍼 모임으로 ‘부동산 개발업의 관리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통해 설립된 국토교통부(국토부) 산하 법정단체다. 회원사 약 750여곳을 보유 중이며, 주로 각 사별 사업적 민원과 입장을 모아 정부에 전달하고 법령 개정 등에서 일원화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창구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주요한 기능은 ‘고위 임원 간 교류’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KODA는 설립 당시부터 지난 2013년까지 국내 1세대 디벨로퍼로 손꼽히는 정춘보 신영그룹 회장이 협회장으로 활동했다. 2014년부터는 현재 디벨로퍼 매출규모 1위인 MDM그룹 문주현 회장이 단체를 이끌고 있다. 국토부로부터 교육 프로그램 등을 위탁받은 점을 활용해, 각 사 임원들은 비정기 교육이나 최고위 과정 등 협회 주관 교육에 참여하고 반별 골프모임과 같은 동호회 활동을 통해 친분을 쌓기도 한다. 현재 협회 회원은 디벨로퍼와 건설사들을 중심 축으로 감정평가사·대학교수, 건물 철거업체까지 뻗어있다.

      신규 신탁사 입장에선 구미가 당기는 구조다. 신탁시장은 보수적 분위기 탓에 유독 신규 영업로 확장이 힘든 업계로 평가된다. 한 신탁업계 관계자는 “새로 영업을 시작하는 3사의 주된 고민거리 중 하나가 인력과 수주 문제”라며 “한번 구축된 파이프라인이 잘 깨지지 않다 보니 사람을 끌어 영업망을 뚫으려 했는데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본격적인 출범을 시작하는 현재, 신탁 3사 입장에서는 위탁을 주는 토지 소유주나 시행사와의 연결이 가장 절실한 시점이기에 교류는 필수였던 셈이다.

    • 급변하는 신탁사들의 사업 환경은 연계를 더욱 부추긴다. 현재 신탁시장의 먹거리는 크게 차입형 토지 신탁과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 신탁으로 구분된다. 양자의 차이는 결국 조달의 책임을 누가 지는지에 대한 것으로, 사업 규모가 더 크고 신탁사가 조달 책임까지 지는 차입형의 경우 통상 더 큰 리스크와 비싼 수수료(약 3.5~4%)를 얻을 수 있다.

      두 방식 모두 신탁사가 토지와 사업을 수탁(受託)받아 진행한다는 점에서 이를 위탁하는 주체인 디벨로퍼가 중요한 대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차입형의 경우 투입되는 자금 부담과 요구되는 높은 신용공여를, 감당 가능한 소수의 신탁사(한국토지신탁·한국자산신탁 등)가 자체 자본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대다수라 오히려 신탁사가 무시할 수 없는 사업 주체가 된다. 드물게 자체 조달이 어려워져 사업의 건별 조달이 발생하더라도 기본적인 규모 탓에 금융비용을 대는 대주단(채권 금융회사)의 힘이 강해지는 경우만 발생한다.

      반대로 자체 자본이나 레버리지에 대한 요구가 적은 책임준공형의 경우, 신규 신탁사들이 진입하기에 일단은 적합한 시장으로 꼽힌다. 지난 2018년부터 책임준공형이 포함된 관리형 토지 신탁의 신규수주액이 3000억원에 육박하면서 성장세 역시 가파른 상태라, KB부동산신탁이나 하나자산신탁 등 레버리지가 부담스러운 금융 계열의 점유가 두드러진다. 다만 상대적으로 사업 규모가 작은 탓에 신탁사 자체의 힘이나 대주단의 영향이 개입할 여지가 적을 수 있고, 때문에 위탁자인 디벨로퍼의 결정권이 중요한 사업으로 꼽힌다. 결국 당장의 먹거리를 해결해야 하는 신규 3사가 디벨로퍼들과의 교류로 차후 영업망을 얼마나 구축하느냐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한 부동산신탁 연구원은 “신탁시장이 호황이었던 것은 2018년까지로, 현재 힘든 시기를 지나는 중이다”며 “신규 회사들은 초기 시장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중요한 문제인데, 목표로 했던 특성화 사업을 구현하기엔 장세가 쉽지 않아 확보 가능한 고객 군을 최대한 마련하는 게 올해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