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개선과 신사업 발굴 사이…신세계의 딜레마
입력 2020.01.08 07:00|수정 2020.01.07 19:00
    정용진 부회장, 수익성과 신규사업 발굴 강조
    SSG닷컴·스타필드 등 신사업들 수익성 부진 겪어
    이외 신규사업들, 모방에 가까운 것은 한계란 지적
    • 신세계그룹은 지난 한 해 SSG닷컴, 스타필드, 테마파크, 레스케이프호텔 등 새로운 사업을 확장하는 데 집중했다. 이들 사업에 막대한 투자금이 투입된 만큼 수익성은 나오지 않아 답답한 한 해이기도 했다. 수익성 개선과 신규사업 발굴을 사이에 둔 정용진 부회장의 딜레마가 이번 신년사에서 드러났다는 평가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수익성 있는 사업구조 ▲고객에 대한 광적인 집중 ▲신규사업 발굴 등 세 가지를 강조했다. 특히 신규사업 발굴 언급에선 수익성에 대한 고민이 엿보였다. 정 부회장은 “기존 핵심사업의 강화를 통해 지속적인 수익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신성장 동력 발굴도 멈춰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신세계가 신규사업을 늘리면서 수익성이란 장벽에 부딪힌 상황에서 이번 신년사는 회사의 고민이 반영됐다고 유통업계는 보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3분기에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3% 하락했다. 수익성 부진의 근본적인 문제는 ①온라인 최저가 전략으로 마진 하락과 ②오프라인 사업의 높은 고정자산성 비중으로 정리된다.

      그룹 전체가 유통망을 온라인(SSG닷컴) 위주로 강화했지만 막대한 투자금 대비 수익은 답보 상태다. SSG닷컴은 저가 상품으로 소비자를 유인해 매출을 최대한 늘리고 마진을 남기는 구조지만, 영업손실은 지난해 1분기 108억원에서 2분기 113억원, 3분기 23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을 키워왔다. 2023년까지 총매출(GMV) 10조원 달성이란 목표와 비교해 GMV도 지난해 약 3조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된다.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1조원을 투자 받는 대가로 2023년까지 약정한 GMV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데다 엑시트 여부 등 미공개 풋옵션 조건에 따라 부채 부담이 늘어날 여지도 남아 있다.

      오프라인 사업은 마진율이 비교적 높지만 고정비 부담과 함께 본질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들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기존 사업인 마트와 함께 일명 ‘정용진의 야심작’들이라 불리는 호텔, 스타필드 등 신규사업 모두 여의치 않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첫 독자브랜드인 레스케이프호텔의 부진으로 지난해 3분기 기준 총차입금은 3513억원으로 2018년말(1099억원)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객실가동률은 3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5개 이상의 호텔 브랜드 추가 건립까지 남아 있다.

      “신세계그룹의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선포한 경기 화성 테마파크엔 4조6000억원이 투입된다. 대형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는 지점 대부분 투자금 절반을 차입을 통해 조달했는데 추가로 출점 예정인 점포는 여전히 4곳이 더 남았다. 야심차게 추진한 주류사업(제주소주)에서도 성과는 미미하다. 인수 시점인 2016년부터 2018년까지 5회에 걸쳐 유증을 통해 총 570억원을 투입했지만 제주소주는 높은 매출원가와 마케팅 비용으로 2016년 19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이 2018년 127억원까지 불었다.

      이들 사업 모두 이미 막대한 투자금이 투입됐거나 예정돼 있지만 수익 실현 방안엔 묘수가 없다는 평가다. 사업들 대부분 초기 단계인 만큼 신세계그룹의 보유자산을 활용한 재무구조 관리가 절실하지만 그룹 차원에서도 이미 재무건전성이 악화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해 이마트의 영업현금흐름 감소와 투자확대를 우려하며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회사가 내놓은 돌파구는 고정비 부담 해소를 위한 오프라인 사업 구조조정이었다. 이마트 적자점포 13곳을 세일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약 1조원의 자금을 확보했고, 실적 부진을 겪던 H&B스토어 부츠와 ‘한국판 돈키호테’ 삐에로쇼핑도 순차적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의 구조조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유통 연구원은 “전문점 구조조정으로 회사는 연간 900억원 수준을 상쇄한다는 입장이지만 일회성 비용을 감안하면 실제론 600억~700억원 수준”이라면서 “잠재부채가 8조원까지 육박하는 상황에서 마트 부문의 추가적인 자산매각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며 마트 구조조정에 주목했다.

      정 부회장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각각의 쇼핑목적부터 잘 충족해야 하지만 이 또한 본연의 사업경쟁력과 차별화 역량을 갖춘 후에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출액만 늘려 고정비를 커버하겠다는 외형 매출 치중 전략으로는 차별화를 갖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국민가격’이라는 최저가 전략을 내건 이마트는 규모의 경제를 위해 매입물량을 늘렸지만 재고 리스크까지 함께 떠안았다.

      수익성은 아쉽지만 대신 신성장 동력을 선도해왔다는 식의 명분도 더이상 통하기 어렵다. 유통업계는 정 부회장의 적극적인 사업 의지는 높게 평가하지만 이들 사업이 대부분 모방에 가까운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노브랜드는 캐나다의 노네임, 삐에로쇼핑은 일본의 돈키호테,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미국의 코스트코, JAJU는 일본의 무인양품, 스타필드는 영국의 웨스트필드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결과적으로 정 부회장은 손댄 사업마다 실패를 반복했다는 책임론에 앞서 트렌드를 선도해왔다는 이미지마저 시장에서 다시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