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등급상향' 호재 맛본 건설업계, 올해는 '버티기'가 관건
입력 2020.01.09 07:00|수정 2020.01.08 17:12
    부정적 업황에도 실적 개선·차입금 차환↑
    잇따른 강력 규제 등 '상향 기조' 멈출 듯
    • 지난해 건설사들의 신용등급 상향이 이어졌지만 올해에는 이 같은 상향 기조가 유지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양호한 실적과 개선된 재무안정성이 등급 상향을 이끌었지만 규제 강화 등 부정적 업황이 예상돼 추가 신용도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단 분석이다.

      건설업은 지난해 등급 상향이 가장 많이 나타난 업종이었다. 국내 기업의 신용도 하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홀로' 등급 상향을 이룬 셈이다. 건설업황이 좋지 않지만 회사들의 등급 상향이 이루지면서 '한 숨 돌렸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건설사에 신용등급은 특히 중요하다. 조달금리 뿐만 아니라 기업 신용등급에 따라 공사규모, 입찰시 낙찰율, 협력업체 등록 가능여부 등이 결정난다.

      지난해 등급이 오른 건설사는 총 5곳이다. 이중 주요 대형 건설사도 네 곳이나 포함됐다. 4월 GS건설(A)의 상향을 시작으로 하반기 한화건설, 롯데건설, 대림산업의 등급 상향이 이뤄졌다. 포스코건설은 기존 등급(A)을 유지하며 ‘긍정적’ 전망으로 변경됐다.

    • 이와 같은 분위기가 올해는 이어지기 힘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금융규제 및 세제 강화·분양가 상한제 도입 등 비우호적인 사업환경이 계속되고, 건설사의 영업실적은 저하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잔여 진행 공사의 기성을 바탕으로 실적 저하 수준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키워둔 재무안정성을 바탕으로 하강 국면에 대응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다. 실적변동 폭은 업체별 차별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부분의 주요 건설사들이 '긍정적' 혹은 '안정적' 전망을 달고 있다. 다만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대금 지불 및 유상증자 실시에 따라 재무적 부담이 증가할 수 있는 점, 인수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실적 개선이 지연되면 잠재적 재무적 지원 부담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 검토'에 올라있는 상태다.

      지난해 등급 정상화가 이뤄진 데에는 수익성과 재무구조 개선이 유지된 점이 크다. 해외 부문이 부진했지만 건축·주택 부문에서 견조한 실적을 내면서 영업수익성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2018년 수준을 유지했다. 주요 건설업체들은 2018년 6.1%, 2019년엔 3분기 누적 기준 6.3%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호실적을 바탕으로 자본 규모는 커지고 부채비율은 하락했다. 2016년 말 190%대였던 주요 건설업체의 부채비율은 2019년 9월말 159.2%로 떨어졌다.

      지난해 건설사들의 등급 상향은 ‘회복’에 가깝다는 평이다. 2014~2015년 당시 국내 건설사들의 등급이 무더기로 강등됐다. 2015년에만 GS건설(A+→A),대우건설(A+→A), 롯데건설(A+→A), 대림산업(AA-→A+) 등 우량 건설사를 포함한 건설사 10곳의 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지난해 말 A급으로 ‘복귀’한 한화건설도 2015년 말 A-에서 BBB+로 떨어진 바 있다.

      당시 2014년 하반기 국제유가 급락 후 중동 지역 발주 규모가 줄어든 점이 영향을 크게 미쳤다. 대형 건설사 위주로 해외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점도 하향 추세 확대에 원인을 제공했다. 2015년초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회사채 발행을 포기하는 등 자본시장 내에서 건설사를 향한 투자심리가 급랭했다.

      이후 주택경기가 살아나면서 채산성이 회복됐고 영업실적도 빠르게 나아졌다. 그러나 2018년 하반기부터 주택 경기는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 지난해에도 전반적인 국내 건설경기는 하향세가 이어졌다.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안정화 정책으로 주거용 건축 수주가 크게 감소했다.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미분양 우려도 깊어졌다. 해외 건설수주도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건설업 사업환경 전망을 ‘비우호적’으로 제시했다. NICE신용평가는 2020년 종합건설산업의 산업위험 수준을 '높은 수준'으로 판단했다. 지난해에 이어 강력한 규제 시행이 계속되고, 입주물량 누적으로 수급불균형이 심화되면 본격적인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중무역분쟁과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한 경기 불확실성도 해외수주 리스크 변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건설사가 양호한 실적과 차입금 차환을 통한 '맷집'을 키우면서 등급이 올랐는데,  건설업의 산업리스크는 지난해보다 올해 더 나빠질 수 있다"며 "이에 실적 자체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난해 '버티는 힘'이 개선됐기 때문에 '유지'한다면 다행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