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강조한 허태수 회장…GS그룹 유통업 존재감 드러낼까
입력 2020.01.10 07:00|수정 2020.01.09 17:56
    허태수 회장, 신년 인사서 '디지털' 강조
    건설 및 정유·화학 업황 정체된 GS그룹
    비중 낮았던 유통, 디지털 서비스로 '전면'
    GS만의 신기술 접목 성공 사례 쌓아야
    • 허태수 GS그룹 신임 회장이 신년을 맞아 ‘스탠딩 토크’ 모임을 진행했다. 통상 1년간의 그룹 운영 청사진을 엿볼 수 있는 자리인데다 허 회장이 취임 이후 첫 공식 석상에 나선터라 이목은 집중됐다. 허 회장은 이 자리에서 신년사를 통해 그룹을 바꿀 인력과 기술 역량이 ‘디지털’에 있다고 강조했다. IT와 데이터를 결합한 사업구조를 마련해서 ‘고객의 니즈’에 초점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주요 사업부에서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 GS그룹이 회장 교체를 기점으로 적극적인 활로 모색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시작점으로 디지털 부문의 접목이 가장 활발하고, 회장의 출신 이력(GS홈쇼핑)이 포함된 유통 부문이 주목받는다. 건설과 정유·화학 부문에 가려졌던 유통업이 정체된 경기를 뚫고 그룹의 성장을 이끌 수 있을지 관심요소다.

      GS그룹은 주요 사업군의 업황이 악화된 상황이다. 최근까지 그룹 실적을 견인했던 건설 및 정유·화학 부문의 수익성에서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정유·화학과 건설 부문의 합산 실적이 매출액 약 31조원, 영업이익 약 1조7000억원으로 전체 비중의 약 60%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정제마진과 국내 주택 사업 경기가 동시에 무너지면서 연관 회사들의 타격이 상당했다. 합산 실적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GS칼텍스와 GS건설의 지난 3분기 영업익은 전년 대비 50%, 20% 줄었다.

    • 허 회장의 남은 선택지는 ‘유통’으로 향하고 있다. 업황이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룹 차원에서 색다른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과 정유·화학의 중장기 업황이 좋지 못하지만 유통업계는 ‘디지털’을 키워드로 변화를 모색 중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디지털커머스(전자상거래)나 오프라인 점포 신기술 연계 등은 업계 화두가 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최근까지도 방향성이 없어 유의미한 수익성이 있다고 보긴 어려웠다”며 “이제는 기술이 세분화되며 회사별로 투자 대비 실현이 가능한 것들을 인식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유통은 GS그룹에서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사업이었다. 지난 2005년 LG로부터 계열분리를 진행한 이래, STX에너지(현 GS E&R)를 인수하고 GS에너지를 출범시키는 등 그룹 차원의 꾸준한 구조 재편이 있었지만 유통은 예외였다. 지난 2010년에는 GS리테일의 백화점과 마트 부문, GS홈쇼핑의 케이블 채널 등이 매각됐고 이후 2015년과 2017년 파르나스호텔과 왓슨스코리아(현 랄라블라) 지분 매입이 있었지만 수익성이 계속 하락했다. 외형은 성장했으나 지난 2014년 3.5% 수준의 유통부문 영업이익률은 매년 조금씩 줄어 2018년 2.5%를 기록했다.

      최근엔 그룹의 전략에 맞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GS리테일에 설립된 플랫폼비즈니스유닛(플랫폼BU)의 신설 목적을 두고 GS측은 허 회장의 신년사에 담겼던 ‘디지털 결합’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1만 4000여개의 계열 오프라인 점포를 온라인 생활 서비스와 연결하는 계획이 골자였다. GS홈쇼핑은 미래사업본부 산하 조직을 통해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관련 투자도 적극이다. 이는 최근 ‘쿠캣마켓’ 등 모바일 콘텐츠 공급과 택배와 와인 등 품목별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론칭하는 등 실제 서비스로도 이어지고 있다.

    • 오너 경영인들의 이력은 기조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허태수 회장은 1988년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에 입사하며 그룹 내 경영 이력을 시작했고 2002년 GS홈쇼핑으로 자리를 옮긴 후부터는 유통업계를 벗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말 회장 선임 당시 내세웠던 주요 실적 역시 모바일 쇼핑 취급액 2조원 달성과 GS홈쇼핑의 외형 성장이었다. 시장에선 허 회장이 같은 기간 사장으로 승진해 영향력을 키운 ‘4세’ 허윤홍 GS건설 사장보다는, 3세 승진자인 유통 부문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과 보폭을 맞출 것으로 내다보며 시너지를 기대하기도 한다.

      남은 과제는 기술과 현장의 괴리를 어떻게 줄여 나갈 지로 수렴된다. IT가 유통업계에서 빠른 변화상을 낳고 있지만, GS만의 뚜렷한 성공 사례가 없다는 점은 여전히 취약 요소다. 결국 제시된 청사진의 빈 공간을 채울 ‘실제 서비스’의 성패 여부가 핵심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당장 새 회장이 성과를 보일 수 있는 부분이 유통인 셈인데, 디지털을 화두로 꼽더라도 현장에서 구현해 돈을 버는 것은 다른 문제다”며 “GS는 이커머스가 유의미한 수익을 내왔던 회사도 아니고, 편의점이 핵심이지만 무인점포는 아직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기술인 만큼 어떤 IT기술을 접목시킬지 구체적인 사례 마련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