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대는 신한금융투자, '초대형 IB' 소화 벅찼다
입력 2020.01.13 07:00|수정 2020.01.14 15:35
    2019년에만 금융사고 3건...총 1.1조원 규모
    자산건전성은 악화일로...고위험ㆍ저수익 구조
    인사로 인한 문제 반복...2014년 ELS때와 유사
    "초대형 IB는 자본이 아니라 사람이 만드는 것"
    • "신한금융투자는 한마디로 하드웨어(외형)가 커지는 속도를 소프트웨어(운영)가 따라잡지 못한 거죠. 모든 문제는 맨파워(인력)에서 비롯됐다고 봅니다" (한 증권사 리스크담당 임원)

      지난해 한 해 동안에만 신한금융투자는 총 판매금액 기준 1조원이 넘는 금융상품 사고에 휘말렸다. 이 중 상당량이 신한금융그룹 복합점포인 PWM센터에서 팔린 상품이었다. 같은 기간 우발채무 규모는 5년전의 8배로 늘었다. 신용평가사에서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경고에 나설 정도였다.

      모두 자본확충에 발 맞춰 수익성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한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올해는 물론 최근 5년간 주요 증권사 평균 대비 30% 이상 낮은 상태다. 내실이 다져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본을 늘리다보니 무리하게 되고, 시스템이 이를 받쳐주지 못했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총평이다.

      잇딴 금융사고 신한금투...'신뢰' 먹고 사는 금융회사 최대 위기

      현재 신한금융투자가 연루돼있는 대형 금융사고는 크게 세 건이다.

      지난해 7월 문제가 처음 불거진 독일 헤리티지 재단 파생연계채권(DLS)은 지금도 이자 지급이 불투명한 상태다. 총 판매액 5280억원 가운데 신한금융투자 및 신한금융 복합점포에서만 4000억여원이 판매됐다.

      최근 대량손실 위기에 처한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2400억여원의 개인투자자 판매분 중 800억여원을 신한금융투자가 맡았다. 총 6000억원의 설정액 중 3600억원의 대출도 신한금융투자가 맡았다.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브라질 라탐호스피탈리티 펀드 연계 DLS 역시 지난해 11월 이자 지급 유예가 발생했다.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에서 판매한 금융상품이 사고를 낸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 이런 일이 한 해에 3건이나 연달아 터졌다. 신한금융 복합점포 PWM센터에서 문제 상품의 판매량의 상당부분을 담당하며 이슈가 신한은행 등 그룹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 그 사이 회사의 자산건전성 위험은 커졌다.

      2014년 4400억여원이던 신한금융투자의 우발채무액은 지난해 9월말 기준 3조6000억여원으로 불어났다. 이 중 신용공여형 우발채무의 비중이 96.5%에 달한다. 경기하강 국면에서 신용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원금비보장형 주식연계증권(ELS)의 자체헤지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다.

      전형적인 고위험 고수익 추구 영업형태를 띄고 있는 셈이다. 신용평가사들은 급격한 위험인수 확대 과정에서 안정적인 수익성 유지가 동반되지 못할 경우 자본적정성 지표가 떨어질 수 있다며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위험을 부담한만큼 이익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3분기 말 별도기준 영업이익 2363억원, 당기순이익 1862억원을 기록했다. 연환산 기준 2018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연환산 ROE는 5.9%로 주요 증권사 평균 10.5% 대비 크게 떨어진다.

      지난해 7월 증자 전 기준 자기자본 규모가 비슷했던 하나금융투자보다도 10% 이상 수익성이 뒤지는 수준이다. 하나금융투자가 반기 순이익 규모에서 신한금융투자를 앞지른 건 2010년대들어 처음이다.

      결론적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공격적인 경영에 나섰지만 수익은 늘지 않았고 문제만 불거진 셈이다.

      직원들은 성과급만 챙기면 장땡?...내부 컴플라이언스 잇딴 잡음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투자의 내부 이슈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시스템과 맨파워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익성 강화를 추구하고, 이 과정에서 내부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 체계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요소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도덕성과 내부 컴플라이언스 이슈도 제기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라임운용 펀드 사태의 핵심 관계자인 임일우 전 PBS본부장의 경우 2017년 성과급으로 19억원, 2018년 성과급으로 9억원을 책정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60%인 16억원은 이미 받았고, 현재 약 9억원의 이연성과급이 남아있는 상태다. 신한금융투자는 성과급의 40%를 3년간 3분할해 나눠 지급한다. 잔여 성과급의 지급 여부는 이사회 보상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증권가에서는 이 때문에 임 전 본부장이 상황을 파악하고도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 전 본부장 산하 실무진 등 일부 인력들이 지난해 말 타사로 이직한 것을 두고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들이 사업 외연 확장과 네트워킹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비용 부담은 물론, 사후 처리 의무까지 모두 회사에 떠넘겨진 것이다.

      2014~2015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신한금융투자는 한 해 동안에만 7조원이 넘는 ELS를 판매했다. 당시 파생상품 담당 본부장을 비롯해 주요 임직원은 판매 성과 보수로 수십억원의 성과급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나친 ELS 판매로 인해 신한금융투자의 레버리지비율은 규제 기준인 1100%까지 치솟았다. 지주는 어쩔수 없이 신한금융투자에 증자를 지원했다. 이는 2016년 신한금융투자 ROE가 4.0%로 업계 최저수준까지 떨어지는 배경이 됐다.

      인재와 관련된 구설도 끊이지 않았다. 계약 미연장 통보를 받은 임원의 친족이 대표이사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고, 자주 설화(舌禍)에 휩싸였던 전직 리서치센터장은 9년이나 근무한 뒤 지난해 교체됐다.

      올 상반기 지주와의 증자 협의 과정에서는 지주 이사회에서 신한금융투자에 수익성 강화 방안 등 증자를 위한 증빙을 요구하자, 일부 임원이 대놓고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해당 임원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회사를 떠났다.

      그럼에도 불구, 증권업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며 더 이상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증자를 미룰 수 없게되자 지주는 결국 6600억원을 지원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 지원을 바탕으로 초대형 금융투자사업자(초대형 IB) 등록과 발행어음업 진출을 추진해야 했지만, 자사가 판매한 금융상품 사고에 말려들며 신규 라이선스 통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잇딴 신한금융투자 금융상품 사고를 두고 2018년 삼성증권 배당오류 사태를 언급하기도 한다. 당시 삼성증권은 구성훈 대표이사가 사고 발생 2일만에 사과했고, 이후 피해를 본 주주들을 일일히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사태가 진정되자 구 대표는 사임했다. 취임 4개월만이었다. 지난해 DLF사태 관련 하나금융지주도 함영주 부회장이 일부 불완전판매를 시인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표하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 명의 특정 임원이 인사ㆍ총무ㆍ전략ㆍ재무ㆍ브랜드마케팅 등 여러 요직을 겸직하는 등 '신한금융투자엔 인재가 없냐'는 말이 종종 나왔던 게 사실"이라며 "초대형IB는 자본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다는 점에서 신한금융투자에 초대형IB라는 옷이 어울리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