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Invest]
점점 무르익는 쿠팡의 美 나스닥 상장 추진설
하지은 기자 | hazzys@chosun.com | 2020.01.13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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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 "쿠팡, 2021 나스닥 상장"
기업구조상 미국계 기업, 외국인 경영진 영입도 힘 실어
적자 큰 쿠팡 대신 자회사로의 상장 시나리오도 제기
독일 기업에 매각된 우아한형제들과의 비교도 언급돼

본문용

쿠팡의 나스닥 상장 추진 얘기가 다시 불거졌다. 이번엔 외신에서다. 쿠팡 측은 부인했지만 정황상 나스닥 상장 개연성은 점점 무르익어 가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독일 기업에 매각된 배달의민족과 함께 국내 ‘유니콘 1호’ 기업의 미국 상장설에 스타트업 업계의 속내도 복잡하다.

블룸버그통신은 8일(현지시각) 쿠팡이 2021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준비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상장시기뿐 아니라 투자자들과의 접촉 정황도 언급되는 등 내용도 꽤 구체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쿠팡은 내년 상장을 앞두고 ‘세금구조개편’ 작업(“tax structuring among other changes as it eyes a public listing next year”)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미국 회계기준인 GAAP에 맞춘 보고서를 작성 중이라는 의미일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쿠팡 측은 “적절한 시기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은 변함이 없지만 상장시기나 나스닥 상장 여부는 현재로선 확정된 것이 전혀 없다”며 블룸버그 보도를 사실상 반박했다. 증권업계에선 쿠팡이 최근 카카오 IR 담당자를 스카우트해 IR팀을 새로 꾸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여러 정황상 쿠팡이 본격 상장 준비에 들어갔다는 해석에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쿠팡의 나스닥 상장 추진 가능성이 큰 근거로는 ▲기업구조 차원에서 사실상 미국계 기업에 가까운 점 ▲잇따른 외국인 경영진 영입 등이 꼽힌다.

쿠팡 지분 100%를 들고 있는 쿠팡LLC는 김범석 대표가 대주주로 있는 미국법인이며 김 대표의 국적도 미국이다. 핵심 투자자인 소프트뱅크의 주요 포트폴리오 기업들도 나스닥에 상장(우버)했거나 시도(위워크)한 바 있다. 이외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 미국 벤처캐피탈(VC) 세콰이어캐피탈도 투자자로 있다.

외국인 경영진들도 계속 영입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나이키에서 거버넌스 및 외부보고 통제 부문 부사장을 지낸 마이클 파커를 최고회계책임자(CAO)로 영입했고, 12월엔 10년 가까이 일한 송경찬 CFO가 떠나고 알베르토 포나로가 영입됐다. 지난 9일 단행한 임원인사에서도 HL 로저스 경영관리총괄 수석부사장을 새로 선임했다.

국내 투자은행(IB)업계는 쿠팡에 국내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시장 상장을 제의했지만 쿠팡 측이 국내 상장엔 관심이 없는 점을 지속적으로 드러냈다. 애초 블랙록 및 세쿼이어 등 글로벌 투자자들과의 약정 중에 2021년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 단위에 육박하는 적자 탓에 애초 국내 상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언급된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3년간 이익을 낸 기업을 기준으로 상장요건을 까다롭게 심사하고 있다. 기술특례 및 테슬라 요건 상장도 방법이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특혜 의혹으로 진입장벽도 꽤 높아졌다.

감독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사정도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 쿠팡이 전자금융업자의 자기자본 기준이 미달된다며 유상증자 등 경영개선 계획을 마련해 주기적으로 보고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전자금융업자는 자기자본과 미상환잔액 대비 자기자본 비율이 20% 이상 돼야 하지만 쿠팡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엔 위워크와 우버 사례를 겪으며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성장성은 더 이상 밸류에이션을 인정해주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투자업계도 현재 10조원 수준으로 평가되는 기업가치만큼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쿠팡도 최근 수익관리 총력전에 들어갔지만 수익성 개선까지는 요원하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쿠팡은 기존 500만개 이상이었던 로켓배송 SKU(제품품목수)를 최근 420만개 수준으로 감축하는 등 재고부담을 줄이고 있다”면서도 “바잉파워(Buying Power) 부족과 로켓배송 유지비용 탓에 수익성 개선이 극적으로 나타나기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적자규모가 큰 쿠팡 대신 100% 자회사인 ‘쿠팡 풀필먼트서비스 유한회사’가 상장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물류센터 관리법인인 해당 자회사는 내부거래로 실적이 상계처리되는데 직매입 비용 부담은 쿠팡이 지고 수익은 자회사가 가져가는 구조다. 쿠팡의 영업비용 대부분은 직매입과 관련 있는 ‘재고자산 변동과매입’ 항목이다. 2018년 기준 영업비용 총액 5조5221억원 중 67%(3조6727억원) 수준으로 항목들 중 가장 비중이 높았다.

쿠팡이 상장을 시도하는 이유에 대해선 부족한 유동성을 고려한 자금조달 목적도 있겠지만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블랙록 등 주요투자자들이 투자금 회수에 본격 나선 시그널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독일 기업에 매각된 배민 사례와의 비교도 언급된다. 기업가치 약 4조원대 수준으로 매각된 배민에 비해 쿠팡은 10조원에 달한다. 덩치가 너무 커져 인수 의지는 있지만 여력을 갖춘 국내 기업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스타트업 업계는 국내 1, 3위 유니콘 기업 두 곳이 해외에서 높은 몸값을 인정받는 것엔 긍정적이면서도 이들 기업이 국내가 아닌 해외 상장 혹은 해외기업에 인수되는 것에 대해선 복잡한 속내가 엿보인다. 특히 국내 1호 유니콘인데다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비상장회사 쿠팡의 나스닥 상장설로 투자자와 오너, 국내 일반투자자들 간 밸류에이션 눈높이 격차 한계를 또 한번 드러냈다는 평이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1월 10일 14:18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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