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스튜어드십코드 활동' 멈춘 KB운용...과도한 관심 부담됐나
이지은 기자 | itzy@chosun.com | 2020.01.14 07:00
Edited by 이재영 차장 | leej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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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건 이후 공개한 주주활동 0건…소송 가능성에 부담?
비공개 주주활동하던 기관 눈치봤나...펀드 설정액은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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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적극적 스튜어드십 코드 활용'으로 주목받았던 KB자산운용(이하 KB운용)이 지난해 7월을 끝으로 공개적인 주주서한을 보내지 않고 있다. 합리적인 주주 가치 분석과 당당한 주주권리 행사로 주목받았던 만큼 6개월에 가까운 '침묵'이 어색하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일각에서는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주주관여활동이 큰 소득을 얻지 못하고 주가의 변동성만 키운 '단기 이벤트'화한 것에 대한 반작용이 아니겠느냐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국내 시장 환경상 적극적이고 공개적인 주주관여 활동이 잡음만 일으키는 데 대한 부담감도 있을거란 추측이다. 아직 주주관여 문화가 자리잡지 못한 가운데 소송 가능성도 염두에 뒀을 거란 지적이다.

지난 2018년 1월 '컴투스 미래를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주주서한을 시작으로 공개적인 수탁자 책임 이행 활동을 시작한 KB운용은 지난해 7월 SM에 '본연의 가치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주주서한을 마지막으로 공개적인 주주관여주의 활동을 중단했다.

SM은 KB운용의 주주정책 개선 제안에 대해 강력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6월 KB운용은 SM에 ▲ 이수만 회장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 합병 ▲ F&B사업의 매각 및 청산 ▲ 배당 30% 등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냈다. 이에 SM은 합병안과 F&B 사업 정리를 거부한다는 답변서를 내놓았다.

증권가에서는 SM과의 마찰이 KB운용의 공개적인 수탁자 책임 이행 활동 중지의 한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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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운용이 SM과 주주서한과 답변서를 주고받을 당시 받은 관심에 과한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SM이 KB운용의 주주정책 개선 제안을 거부할 당시 일각에서는 KB운용이 소송전까지 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쏟아졌다. 게다가 SM에 함께 투자하고 있는 한국투자신탁운용,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힘을 합쳐 SM을 압박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SM에 투자한 타 기관투자가들의 부담도 KB운용의 전략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통상 기관투자가들은 투자 대상 회사와 상호간의 이해관계로만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고 가급적이면 크게 이슈가 되지 않는 쪽으로 진행해 왔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받는 회사 입장에서도 자사의 주주정책이 미흡하다는 것이 소문나면 기분 좋을 게 없다"며 "공개적으로 소통내용을 오픈하는 건 나름의 전략이었겠지만 같은 회사에 투자하던 기관투자가들의 활동까지 같이 드러난 것은 일종의 부담이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KB운용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판단하는 배경 중 하나로 휠라코리아를 지목하기도 한다. 휠라코리아는 KB주주가치포커스펀드에서의 비중이 지난해 7월 6.19%에서 11월 7.66%로 늘어난 주요 투자종목이다.

지난해 5월부터 제기된 중국 합작법인 안타스포츠(ANTA Sports)의 회계부정 이슈로 휠라코리아의 주가가 36%나 하락했지만, KB운용은 휠라코리아의 해명이나 대책을 요구하지 않았다. 또한 미국법인의 성장이 둔화한 것이나 운동화 '디스럽터' 이후 대표 히트 아이템이 부재한 것에 대한 지적도 없는 상태다.

공개적인 주주관여주의를 지양하는 태도로 변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권 차원의 분위기 변화도 영향을 미쳤을 저란 분석이 나온다. 점점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한진가에 칼을 들이민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KCGI)도 정체성에 대한 의문에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성부 KCGI 대표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 주변과의 연락을 일절 배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KB운용은 이런 주변의 추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주주서한을 통해 공론화할만한 이슈가 없었을 뿐, 전략이나 기조가 변한 건 아니라는 것이다.  주주가치포커스펀드를 운용하는 밸류운용본부의 최웅필 본부장과 정용현 팀장 등 운용역들도 건재하다.

KB운용 관계자는 "주주서한 등 공개적 활동이 줄어든 것에 대해 특별한 이유는 없다"며 "현재도 꾸준히 (관련 활동이) 진행 중이고, 내부적으로 방침이 바뀌거나 한 것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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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주목받았던 KB운용의 주주관여주의 움직임이 둔해지며 기관투자자들은 스튜어드십 코드 기반 주주관여주의에 대한 관심을 철회하는 분위기다. 기관투자가와 의결권 자문계약을 체결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도 투자자에게 공개할 만큼 문제가 클 때만 실시간으로 주주활동을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주주서한이 대외적으로 공개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주주 활동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며 "아무런 문제가 없는 데도 공개로 인해 회사의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1월 09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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