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난기류 타는 국적항공사…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어디에 투자할까
입력 2020.01.17 07:00|수정 2020.01.20 09:50
    신용도 상승 눈앞에 둔 아시아나항공
    대주주 교체에 대한 기대감 커져
    대한항공, 수익성 높은 장거리 노선 강점
    오너일가·지배구조 아킬레스 드러내
    • 올해도 국내 대형항공사의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 여객 업계의 전반적인 침체, 유가와 환율에 대한 부담, 단거리 노선 위주로 시장점유율(M/S)을 빠르게 잠식하는 저비용항공사(LCC)와의 경쟁 구도는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새 주인을 찾은 아시아나항공은 대주주에 대한 리스크를 덜어냈고 부실한 재무구조를 빠르게 개선했다. 반면 국내 1위 항공사 대한항공은 오너 리스크의 치부를 또 한번 드러냈다. 아직 대한항공에 기대해볼 만한 점은 공고한 시장지위, 델타항공과의 협력관계, 주주들을 통한 기업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업황 부진이란 공통점을 안고 있는 두 기업의 대응 전략에 따라 투자 심리도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바닥 찍은 아시아나 vs 재무개선 목소리 거센 대한항공

      말도 탈도 많았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HDC현대산업개발이 베팅에 성공하며 다소 싱겁게 막을 내렸다. HDC는 금호그룹에 흘러가는 금액을 최소화했고 자금 대부분이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에 유입되는 구조를 짰다.

      아시아나항공은 2조원 넘는 자금이 들어오면 800%가 넘던 부채비율을 300%까지 낮출 수 있게 된다. 부채비율이 낮아진 것만으로 경영 정상화를 논하긴 이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BBB-) 상향을 검토하며 신용도 개선에 청신호가 켜졌고 이는 곧 조달비용 감소 효과로 난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아시아나항공이 그동안 낮은 신용등급으로 막대한 이자 비용을 감수했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재무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대한항공도 부채비율을 낮추라는 압박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대한항공의 현재 부채비율은 900%를 넘어선 상태다. 최대주주인 KCGI는 최초 지분 매입 단계서부터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을 지적하며 비핵심 자산을 매각할 것을 요구했다. 조원태 회장 또한 지난해 말 고강도 구조조정을 시사하며 핵심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새 주인을 맞이하기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부실을 대거 떨어내는 빅배스(Big Bath) 전략을 사용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연초 예상치 보다 4000억원가량 줄어든 5조9700억원이다.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2840억원, 5000억원 수준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일단 지난해 회계감사와 M&A 과정을 통해 잠재 부실에 대한 리스크를 상당 부분 떨어냈다”며 “재무적으로는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 없는 상황에서 기존의 영업력을 유지 또는 확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숙제다”고 말했다.

      아직 잠정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대한항공 또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난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약 14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000억원 줄었다. 순손실 규모도 크게 확대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보다 높은 신용등급(BBB+)을 유지하며 회사채 시장을 주요한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해 왔다. 대한항공은 다음달 최대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계획하고는 있지만 업황 부진에 대규모 적자까지 기록하면서 투자자 모집이 예년과 같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 장거리 노선은 대한항공이 우위…아시아나는 항공기 구조 개편 시급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탄탄한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운용하는 항공기의 상당 수를 자체보유하거나 금융리스 형식으로 운용한다는 점이다.

      반대로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의 60% 이상을 운용리스 형식으로 운용한다. 여기에 금융리스 형식으로 사들인 항공기까지 합하면 전체의 90% 수준이 리스 항공기이다. 글로벌 항공사들이 평균 절반 정도만 항공기 리스로 운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리스 비용으로 연간 약 1조2000억원을 지불해야 했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이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였다.

      아시아나항공의 남은 숙제는 현재의 노선을 유지하면서 항공기 보유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이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항공기를 정리하다보면 노선 경쟁력이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항공기와 노선은 유지하되 신용등급 상향 및 낮아진 조달금리를 활용해 저비용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핵심이다. 대한항공과 같은 항공기 보유 구조를 만들어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증권사 항공 담당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이 다소 안정화 됐지만 전반적인 경쟁력 회복이 1~2년 내 이뤄지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본다”며 “기관투자가들이 수년의 기간을 지켜만 볼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화물 운송 비중이 높고 다소 안정적인 사업이 예상되는 대한항공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의 지위를 넘보기 위해선 노선 전략도 상당히 중요하다. 이미 중국과 일본·동남아시아 등 단거리 노선은 LCC 업체들이 가세하며 가격 경쟁력을 잃은지 오래다. 대형항공기를 보유한 국적항공사들은 단거리 노선보단 장거리 노선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수익성 측면에서도 훨씬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은 지난 10년간 장거리 노선을 취항할 수 있는 항공기를 꾸준히 도입해 왔고, 수년에 한번씩 단거리 노선 항공기를 도입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국내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기본적으로 항공기와 노선 포트폴리오 모두 돈을 벌기 어려운 구조에 노출돼 있었다”며 “수익성 위주의 경영전략을 펼칠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이 올해부턴 장거리 노선에서 격하게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거리 노선의 경쟁력 확보 전략이 수립되는 과정에서 또 한가지 주목할 만한 사안은 아시아나항공 LCC 자회사의 경영방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에어서울 등 2곳의 LCC 자회사를, 대한항공은 진에어를 경영하고 있다.

      최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경영권을 사들이며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항공기 운용 대수 기준으로 예상되는 시장점유율은 40% 내외다. 인수가 완료되면 독점적인 지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리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나항공은 장거리 노선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면서, 반대로 2곳의 LCC를 활용해 단거리 노선 시장 지위를 높이는 전략을 사용할 수도 있다. 매각과 합병 등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2곳의 LCC에서 파생될 수 있는 거래도 투자은행(IB)업계 관심의 대상이다.

      지배구조가 아킬레스인 대한항공…아시아나는 범현대 시너지에 주목

      재무적·사업적 측면을 떠나서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두 기업의 지배구조이다.

      아시아나항공은 HDC를 대주주로 맞아 범(汎)현대 계열사들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여객과 화물·마일리지 등 다양한 전략적 협력 방안이 거론된다. 실제로 HDC가 인수전에 참여한 이후 본입찰 전후로 범 현대의 참여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아직까지 지분투자와 같은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대차·KCC·현대오일뱅크·현대백화점 등 항공·물류 사업과 연관 지을 수 있는 관계사들이 아시아나항공과 협력관계를 구축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지배구조는 한진그룹의 최대 취약점이다. 오너일가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고 최대주주로 올라선 KCGI의 공세도 여전히 거세다. 우군 보다는 감시자에 가까운 국민연금은 최근 대한항공의 지분율을 늘렸다. 어느 편에 섰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반도그룹도 한진칼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당장 3월에 열릴 주주총회에서 어떤 안건이 올라올지 또는 조원태 회장이 한진칼 사내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현재의 지배구조가 단기간 내 대한항공의 펀더멘털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현 상황이 장기화하면 더 큰 리스크로 부각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은 사회적가치(ESG)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기업의 지배구조 안정화와 의사 결정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기조는 앞으로도 유지된다.

      델타항공이 한진그룹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것은 눈여겨 볼 부분이다. 대한항공은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사업적인 시너지 효과는 물론이고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서도 톡톡한 효과를 봤다. 현재 상황에서는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델타항공이 추가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경우 한진칼의 핵심 이사진에 델타항공 인사가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

      전 세계 항공업체들은 서로 지분을 투자하며 기존의 얼라이언스(Alliance)보다 더 강력한 동맹 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쥔 HDC가 향후 글로벌 항공사들과 어떤 전략적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