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FT 인수에 3가지 조건 제시한 SK…먹거리 찾는 IB·PEF엔 '힌트?'
입력 2020.01.20 07:00|수정 2020.01.17 18:08
    1.5년만에 4배 차익 거둔 KCFT…KKR은 잭팟
    인수부담 거론됐지만…정작 그룹내 의사결정은 속도전
    지주 부담 최소화·기술력 확보 등 3가지 기준 거론
    타 계열사 확장될까…IB·PEF 포트폴리오 변화 관심
    • 올 초 거래가 완료된 SKC의 글로벌 1위 동박제조업체 KCFT 인수는 여러 측면에서 M&A 시장에 화제가 됐다. 매각 측 KKR이 LS그룹으부터 3000억원에 인수한 지 불과 1년 반이 된 회사를 약 4배 비싼 가격에 인수한 점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이름값 못한다' 평가받아온 KKR 한국사무소가 글로벌 본사 내에서도 크게 회자된 거래로도 꼽힌다. KKR 박정호 부사장의 '파트너' 승진으로도 이어졌다.

      국내에서 가장 M&A를 활발하게 단행해온 SK그룹이지만 밸류에이션을 둔 부담감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하지만 이번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룹 내 의사결정 과정에선 단기간 크게 증가한 '가격'은 큰 고려요소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 내에서도 조단위 거래였던만큼 수펙스협의회 검토를 거쳐 최종 단계에선 이완재 SKC사장이 최태원 회장에 인수 건을 직접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때 SK그룹에서는 3가지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태원 회장이 이를 직접 지시했다는 언급도 나온다. 이 3가지는 ▲지주사 SK㈜ 지원 없이 SKC 자체자금으로 인수를 해결할 수 있을지 ▲향후 증설 및 투자비용을 회사 스스로가 소화할 수 있는 지 ▲세계 1위 기술력을 갖출 수 있는지 여부 등으로 알려졌다.

      우선 회사의 첫 번째 과제는 비교적 순탄히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기존 사업부의 지분매각·유동화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단행해 재무부담을 최소화했다. 사내 화학사업의 지분 49%를 쿠웨이트 PIC에 매각해 KCFT 인수 대금 절반 가량(5300억원)을 확보했다. 향후 사업 확대 여부를 두고 고심했던 SKC코오롱PI 지분도 약 3000억원에 매각해 유동성을 보탰다.

      나머지 두 가지 과제는 현재진행형이다. 회사가 제시한 청사진에 따르면 KCFT의 매출은 지난 2018년 600억원 수준에서 올해 1000억원으로, 오는 2022년에는 1700억원 수준까지 증가할 것이란 전망했다. 영업이익률도 향후 5년간 20%를 넘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및 신규 진입 경쟁사가 증설에 나서고 있지만 양산 경험 및 기술력 부족으로 계획 대비 일부(50~60%) 가동에 그쳐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내비쳤다.

      SKC 투자자들의 우려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KCFT의 성장성엔 공감하지만, 매년 두자릿 수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온 화학사업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축소된 점에 대한 불만이 대표적이다. 특히 KCFT가 진행 중인 국내 공장 증설 외에도 추후 폴란드 등 해외시장 진출에 따른 증설비용을 SKC의 증자 없이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룹 내에선 이번 M&A가 정체사업을 선제적으로 정리하고 신사업에 빠르게 투자하는 ‘딥체인지’의 모범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SKC의 기업가치 올리기에 고심해온 조대식 수펙스 의장도 이완재 SKC 사장에 신뢰를 보냈다는 후문이다. 최근 그룹 내에선 SKC 내 화학사업부 뿐 아니라 순차적으로 그룹 내에서 화학·정유와 관련된 사업 비중을 줄여나갈 것이란 이야기도 회자할 정도로 성역을 두지 않는 모양새다.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한다면 계열사에 자율권을 부여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실제 그룹내에서도 주요 계열사들의 사명 변경까지 추진하는 등 '포트폴리오 전환'을 지속적으로 독려하는 분위기다.

      투자은행(IB) 업계 입장에선 SK그룹의 포트폴리오 변화 과정에서 파생될 거래들이 고스란히 한 해 먹거리로 이어진다. 벌써부터 IB는 물론 PEF 운용사들도 SK그룹 내 물밑 동향을 점검하느라 연초부터 분주한 모양새다. 계열사 간 경쟁구도가 뚜렷한 그룹 특성상 최 회장이 언급한 3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면 다른 굵직한 CEO들도 의사결정에 나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커졌다. 다만 지난해 SK텔레콤에 유비케어를 들고 찾아갔지만 일찌감치 거절의사만 확인한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사례처럼 웬만한 매물로는 높아진 그룹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글로벌 PEF 업계 관계자는 "기존 보유한 포트폴리오의 매각 가능성 뿐 아니라 그룹에서 파생될 잠재 매물에도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며 지주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SK E&S의 일부 지분 출회 가능성, 또 자회사 중 더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SK머티리얼즈와 기타 자회사 등 소재 업체들에 대한 추가 투자 혹은 매각 여부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