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라이프의 '민낯'...신한금융 인수 1년만에 순익 20% 줄었다
입력 2020.01.21 07:00|수정 2020.01.22 09:17
    오렌지라이프 지난해 순이익 2600억~2700억 수준 예상
    예년에 비해 30% 감소...생사혼합 보험 실적 급감
    운용수익도 저하...남성 설계사 조직 약화 우려도
    • 오렌지라이프 지난해 예상 실적이 큰 폭으로 악화했다. 예년에 비해 연간 순이익이 20%정도 가까이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생명보험업 전반이 힘들다고는 하지만, 신한금융에 인수된 지 1년만에 실적이 하락세로 돌아서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오렌지라이프 지난해 순이익은 2500억원에서 3000억원 수준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이 내놓은 순이익 전망 컨센서스는 2600억~2700억원 사이다. 2018년 이전까진 꾸준히 3500억원의 순이익이 났지만, 신한금융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뒤 처음으로 온전한 1년을 지내자 20% 가까이 수익이 줄어든 것이다.

      실적하향은 이미 지난 3분기 예고됐다. 오렌지라이프 3분기 순이익은 644억원으로 전년동기 및 전분기 대비 각각 21%, 3.6% 감소했다. 보험료수익이 감소하면서 보험손익이 줄었고, 금리하락에 따른 투자 손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회사에선 4분기에도 더 좋아질 상황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순이익 하락은)일시납 저축성보험 판매 하락과 기존 저축상품의 만기 도래 증가에 기인한다”라고 말했다.

      3분기 실적을 뜯어보면 오렌지라이프의 실적감소 요인을 파악할 수 있다.

      수입보험료 중에서 가장 크게 감소한 부분은 생사혼합보험이다. 생사혼합보험은 연금보험, 양로보험, 달러보험 등이 속한 상품군인데, 오렌지라이프는 2015년 이후부터 외형확장에 나서면서 꾸준히 달러보험 판매를 늘렸다. 특히 매각이 이뤄진 2018년에는 이 상품 판매에 더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생사혼합보험 수입보험료는 70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18년 그 규모가 두 배 수준인 1조4000억원으로 증가한다.

      하지만 지난해 신한금융으로 인수한 이후 이 상품 판매를 크게 줄였다.  3분기까지만 놓고보면 지난해 생사혼합보험 수입보험료는 767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300억원이 줄었다. 생사혼합보험은 저축성상품의 성격이 강하다보니 보험사 입장에선 일시적으로 수입보험료 증가를 가져온다. 하지만 궁극적으론 고객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점에서 수익에는 도움이 안되는 상품으로 분류된다. 신한금융도 이런 문제점을 알고 판매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 매각 시점인 2018년 오렌지라이프가 저축성보험 판매를 늘리면서 외형성장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일시적으로 수익이 좋아질 수는 있으나 궁극적인 수익 증가에는 도움이 안되는 제살 깎아먹는 상품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오렌지라이프가 신한금융으로 인수된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보장성상품 판매 증가와 저축성 보험 판매감소다. 실적저하는 둘 간의 미스매치로 설명된다. 보장성보험 판매는 느리게 증가하는데, 저축성보험 판매 감소는 빠르게 이뤄졌다. 숫자로 살펴보면 보장성보험에 해당하는 사망보험이 지난해 3분기 전년동기 대비 500억원 증가한데 반해, 저축성보험의 성격을 띈 생사보험과 생사혼합보험의 수입보험료 감소는 2700억에 이르렀다.

    • 오렌지라이프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라 불리우는 남성 설계사 조직의 약화도 눈에띈다. 올해 3분기 기준 오렌지라이프의 설계사 숫자는 5228명이다. 이중 남성 설계사 숫자는 3452명, 여성 설계사 숫자는 1776명이다. 전체 설계사 숫자로만 보면 신한금융에 인수되기 이전인 2018년보다 30명 정도가 증가했다. 하지만 남성 설계사 숫자만 놓고 보면 오히려 300명 정도가 줄었다. 남성 설계사가 줄어든 부분을 여성 설계사가 채운 꼴이다.

      보험업계에선 오렌지라이프의 남성 설계사 이탈이 시작됐따고 평가된다. 외국계 보험사 특유의 전문직 남성 설계사 조직 문화가 사라지면서 이들의 이탈이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신한금융이 인수작업에 나설때부터 우려되는 부분으로 지적됐었다. 오렌지라이프와 달리 신한금융 산하의 신한생명의 주력 설계사 조직은 40대 이상의 여성 보험설계사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대해 회사는 인위적인 인력 조정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인수시점부터 우려됐던 남성 설계사 이탈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남성 설계사가 나간 부분을 소위 말하는 '보험아줌마'로 채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꺾인 수익성은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4만원 안팎이던 주가가 현재 2만7000원 선까지 하락했다.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 지분을 인수한 가격(4만7400원) 대비 40%나 낮다.

      일각에선 오렌지라이프 완전자회사를 위해 주가를 누르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지만, 보험업계에선 지금의 실적과 주가가 오렌지라이프의 민낯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전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경영권 매각을 앞두고 기업 가치 극대화를 위해 둔 포석이 지금 역기저효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신한금융 입장에선 기존의 강점인 설계사 조직을 어떻게 유지해 보장성보험 판매를 얼마나 늘릴 수 있는지가 인수에 대한 향후 평가를 가를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렌지라이프 관계자는 "지난해 방카슈랑스 실적 감소는 회사의 리스크관리 및 은행의 방카 축소에 기인한 것으로 몸집을 부풀리기 위해 무리하게 상품을 팔았던 것은 아니다"라며 "설계사 조직도 핵심 기업문화를 잘 지켜가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