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M&A 독과점 심사, 대형 로펌들 머뭇거릴때 '베팅’ 나선 김앤장
입력 2020.01.30 07:00|수정 2020.01.31 10:15
    대형 로펌 공정거래담당 대부분 "성사 어렵다" 예상
    김앤장의 과감한 리소스 투입, 경쟁사들 '놀랍다'
    전관ㆍ고문들 활용한 레코드 보유…성사시 압도적 '트랙레코드'
    문제는 실패시…총선앞둔 여당 표심 자극ㆍ후폭풍 일어날수도
    • 올 한 해도 여전히 M&A 시장을 달굴 가장 큰 이슈는 4조8000억원에 달하는 ‘배달의민족’ 매각이다. 이제 협상장에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문턱 앞으로 무대는 넘어왔지만, 거래 성사까지 과제는 여전히 쌓여있다.

      회사를 도와 공정위 대응·기업결합심사 등을 조언해 줄 국내 대형 로펌에서도 성사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실제 일부 로펌에선 거래(Deal)를 따 내야하는 기업자문 영역과 공정거래부문을 조언해 줄 전문가들의 의견이 정 반대로 갈려 곤욕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알려진대로 당장 공정위가 가장 문제 삼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배달앱 회사들의 '합산 점유율'이다. 1위 사업자 배달의민족의 점유율은 50%가 넘고, 2~3위 사업자 요기요, 배달통까지 합치면 '99%'에 달한다. 1위 사업자의 점유율이 50% 이상, 3위내 사업자 점유율 합이 75% 이상이면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된다. 이 경우는 이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1~3위 사업자가 하나로 모이는 교과서 그대로의 ‘독점’이다. 1위와 2위사업자의 결합이 순탄이 종결된 사례도 희박한 데, 합산 점유율이 99%인 사업의 결합을 승인한 사례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차원에서도 희박하다는 평가다.

      대형 법률자문사들이 이처럼 속앓이를 하는 중 김앤장법률사무소가 나섰다. 이번 거래에서 인수측인 딜리버리히어로(DH)를 자문하지 않았던 김앤장법률사무소가 공정거래 기업결합신고 업무를 담당하면서 로펌업계에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김앤장은 "현재 이 건의 기업결합심사 업무는 김앤장과 다른 로펌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고, 본건 주식 매매거래는 국내 또 다른 대형로펌이 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거래를 위해 김앤장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 본사에 찾아가 M&A 후속 절차에 대한 자문을 세일즈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앤장 특유의 고문 인력풀과 대관능력 등을 통해 국내 로펌 중 유일하게 공정위 통과를 자신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로펌들 사이에서는 김앤장이 이번 거래에서 자문료와 관련한 계약구조도 파격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시간당 수임료로 계산되는 자문 업무와 달리 추후 결과에 따라 '성공 보수'를 받는 형태로 보수구조를 제시했다는 것. 대형로펌 출신 공정거래 담당 변호사는 "공정위 사건 특성상 송무와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착수금을 받고 과징금 감면액에 따라 성공보수를 받는 사례는 종종 있었다"라며 "하지만 거래(Deal)에 엮여있는 기업결합사건을 별도로 성공보수 구조로 짠 사례는 이례적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앤장은 이런 설명에 대해 "김앤장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 본사를 찾아간 사실이 없고, 고객이나 외부 고문에 김앤장의 인력풀과 대관능력 등을 내세워 승인을 예단한 의견을 준 적도 없다"고 밝혀왔다.

      어쨌든 로펌들 사이에서는 김앤장이 논란이 큰 배민 기업결합심사를 놓고 '하이리스크-하이리턴' 형태의 베팅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M&A에 성공할 경우 '99% 점유율' 회사가 공정거래위원회 문턱을 넘겼다는 상징성을 확보하게 된다. 이후 이어질 플랫폼 스타트업들의 자문은 수년간 독점할 수 있는 트랙레코드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태평양 등 경쟁사들의 약진으로 점차 빛을 잃던 김앤장 내 해외 기업들의 공정거래업무에서도 다시 한 번 타 로펌이 접근하기 어려운 압도적인 역량을 선보일 수 있다. 김앤장으로서는 수익 이외에도 얻어낼 수 있는 무형의 이익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미다.

    • 하지만 반대로 공정위 심사 통과에 실패할 경우. 김앤장이 감내해야 할 리스크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적어도 상반기는 물론 1~2년이 소요될 수 있는 프로젝트에서 빈손에 그치게 된다. 성과와 별도로 쓴 시간에 따라 보수가 정해지는 기존 자문과 달리 이번 구조에선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진다. 여기에 로펌 내 주력 변호사들이 다른 사건 대신 투입되는 만큼 '기회비용'도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배민 매각에 대한 여론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배민 측은 수수료 동결 등을 내세우며 진화에 나섰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직접적인 수수료 수취모델을 유지해온 요기요와 달리, 배달의민족은 오픈리스트, 울트라콜 등 다양한 비용의 서비스를 출시해 우회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려왔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과거 프리챌이 유료화 모델을 성급하게 도입했다 실패했고, 네이버는 직접 돈을 받는 방식 대신 검색어 상단 배치 등 광고모델로 수익화를 이룬 점을 대입할 수 있다"며 "'팁 문화'에 익숙한 해외 시장에 정착했던 딜리버리히어로는 국내에서도 직접 입점업체에 수수료를 받는 모델을 고수했고, 배민은 국내에서 반발 여론이 일어난 시기에 '한국식' 우회 모델을 도입했는데 결과적으로 수익창출은 훨씬 더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배민이 채택한 배민라이더들의 사고에 대한 위험전가 논란이 심각한데 이를 통해 배민의 수익이 증가했고 창업자들이 수천억원대 매각차익을 거두게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평판도 상당하다. 김앤장은 이런 평판리스크까지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정치권의 부정적인 기류도 만만치 읺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을지로위원회가 "소비자, 가맹점주, 배달노동자 등에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배달앱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공개적인 목소리를 냈다.

      특히 올해 기업결합심사 중 총선 기간이 겹치다보니 소상공인 등 이해관계자들의 '표'를 확보하기 위한 정치권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선거를 3개월 남짓 앞둔 상황에서 플랫폼 기업 내 배달노동자들에 대한 간접고용 문제는 여당의 표심을 위협하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김앤장은 이런 리스크를 안고서 기업결합심사를 성사시켜야 하는 상황이 됐고, 이는 김앤장에 대한 세간의 평판을 비롯해 상당한 후폭풍이 야기할 수도 있다.

      로펌업계에선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주길 기대하는 눈치지만, 조 위원장은 "(두 회사의 합병이) 혁신을 촉진하는 측면과 독과점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에게 피해가 될 수 있는 측면을 균형 있게 따져보겠다"는 모호한 답변을 남겼다. 일부 공정거래 변호사 사이에선 "조 위원장의 속내는 '뒷부분'에 더 담겨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한 대형로펌 내 공정거래 담당 변호사는 “공정위 판단을 거쳐야하는 거래 대다수가 해당하긴 하지만 이번 거래의 경우 특히 법률적 판단보다 공정위와 조성욱 위원장의 정무적 판단에 달린 거래”라고 설명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1월 28일 07:00 게재ㆍ1월30일 18: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