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놓인 LG전자 OLED TV…스마트폰 전례 vs 가전사업처럼 성공
입력 2020.02.14 07:00|수정 2020.02.17 10:39
    두 자릿수 노리던 TV 영업이익률 2019년 하락세
    삼성전자 등 경쟁사 가격공세 여파
    OLED TV '규모의 경제' 꾀하지만…LGD 부진에 발목
    75인치·8K TV 대중화가 기점…타깃 고객층 둔 고민
    • "LG전자 OLED TV, 모든 항목에서 유일한 별 다섯 개(만점)"

      OLED TV를 앞세워 삼성전자의 QLED(퀀텀닷) TV와 '화질 전쟁'을 벌이던 LG전자가 1차전에서 완승을 거뒀다. 한국소비자원은 국내서 공급되는 초고화질(UHD OLED•QLED) TV 제품들을 대상으로 영상 및 시험 평가를 진행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포함한 4개 브랜드, 6개 제품이 평가에 포함됐다. 결과는 LG전자의 제품이 유일하게 영상품질, 내구성 등 전 항목에서 ‘매우 우수’를 받으며 삼성전자에 판정승을 거뒀다.

      하지만 LG전자의 '낭보'는 다음날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당일 오후 열린 연간 실적발표에서 LG전자 TV사업을 이끄는 HE사업본부는 낙제점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다. 영업이익은 98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1조 5070억원) 대비 크게 줄었다. 지난 2017년(8.1%)과 2018년(9.2%) 두자릿수를 넘봤던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6.1%까지 하락했다. 수익성만 놓고 보면 'OLED TV 신화'에서 이제 평범한 TV 메이커 수준의 떨어진 셈이다.

    • 스마트폰 이어 TV마저 흔들…LGD 부진에 증설도 제약

      LG전자의 연간 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반복된 역사'라는 한 증권사의 리포트 제목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 사업에서 여전히 대규모 적자를 발표할 테고, 내년에는 반전을 보이겠다는 뻔한 문답이 예상됐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TV사업 부진은 만성화된 스마트폰 부진과 결이 다른 문제란 지적이다. TV사업과 가전사업을 통해 유지된 LG전자의 고급화 브랜드 전략에 균열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수익성 악화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도 HE사업본부 실적이 매출이 6000억원 정도 감소한 15조 중반대의 수준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이 5.9% 내외에 머무를 것으로 봤다. 점유율 감소(매출)와 수익성 저하가 동반하며 ‘안팔리고 못버는’ 구조가 정착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다.

      외견상 가장 큰 부진 원인으론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쟁사들의 ‘가격 공세’다.

      주요 경쟁사로 손꼽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통상 1~2년를 주기로 시장 주도권을 두고 순위 경쟁을 벌여왔다. 올해를 기점으로 삼성전자가 가격 인하를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점유율 확보에 나섰고, 단가 경쟁력에서 한계를 보인 LG전자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LG전자 담당 연구원은 “이전까진 55인치 OLED TV 가격과 65인치 삼성전자 TV 가격이 엇비슷해서 소비자들이 화질과 가격을 두고 저울질을 할 수 있었지만 경쟁사 TV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2019년 상반기부턴 55인치 OLED TV 가격이면 75인치 LCD TV를 살 수 있게 됐다"라며 "소비자 입장에선 선뜻 LG전자 TV에 손이 가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가격 격차를 줄일 해법은 OLED TV용 패널 생산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이를 통해 비용을 크게 줄이는 데 있다. 다만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넉넉치 못한 재무 여력이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OLED TV용 패널 전량은 LG디스플레이를 통해 생산된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에 8.5세대 OLED 설비 투자를 결정해 패널 추가 양산에 나선 한편, 중국 업체들은 일찌감치 LCD 10세대 설비를 통해 패널 양산에 돌입했다.  8세대 설비가 유리기판 한 장으로 77인치 2장 또는 55인치 4장를 만드는 한편 10.5세대 설비는 75인치 6장과 65인치 8장을 한 번에 생산할 수 있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양을 뽑아낼 수 있다보니 가격경쟁력을 좁히기 어려운 구조다.

      LG디스플레이도 회사의 명운을 걸고 조단위 OLED 설비 투자에 돌입했지만 당장 수율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말 양산을 자신했던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 가동은 연 초까지 지속적으로 연기됐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커졌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1조3594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영업적자를 내면서 추가 증설 투자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관계자들은 LG디스플레이 내 OLED 사업부문을 분할해 외부 투자 유치를 추진하는 등 자금수혈을 둔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이란 조언도 내놓는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지난해 170만대에서 올해 200만대 중반으로, 향후 목표로 하는 500만대까지 출하를 목표하고 있지만 LG디스플레이의 증설 여력이 뒷받침 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삼성전자가 끝내 OLED TV가 아닌 독자노선을 걷기로 확정하면서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선 추가 투자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진두지휘에 차세대 TV 공세 나선 삼성…LG, 프리미엄이냐 점유율이냐

      중장기적으로 OLED TV의 타깃 고객층을 둔 고민도 커질 전망이다. LCD TV이후 프리미엄 TV 시장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13조원 규모 QD-OLED 대규모 투자를 확정지으며 속도전에 돌입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TV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지목하면서 독려에 나섰다. LG전자 입장에선 딜레마다. OLED TV 고객군을 늘려 시장점유율을 선점하려면 기존 프리미엄 시장과 더불어 중·고가 시장까지 진입을 노려야 하지만, 이 경우 프리미엄 브랜드를 삼성전자의 QD-OLED 진영에 넘길 수 있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증권가에선 75인치·8K TV 시장이 보편화될 오는 2022년이 LG전자에 가장 큰 고비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TV사업의 미래가 뚜렷한 전략없이 시장 진입에 실기한 스마트폰 사업의 전례가 될 지, 아니면 '시그니처' 브랜드를 굳혀 수익성을 증명해 낸 가전이 될 지 갈림길에 놓였다는 평가다.

      다만 삼성전자의 QD-OLED TV가 양산능력을 증명하지 못한 만큼, 상황을 지켜보아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소재•장비를 담당하는 한 증권사 연구원은 “OLED의 진짜 경쟁자는 삼성이 지향하고 있는 ‘다음 단계’의 TV 기술인 QD-OLED와 마이크로LED로, 이 패널들이 양산성을 갖추고 마진을 맞추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LG전자도 올해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 원가를 20%가량 낮출 수 있게 돼서 시장 경쟁은 아직 진행형이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