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 잇단 악재…금융사 쥐어짜기 나선 HDC현산
입력 2020.02.17 07:00|수정 2020.02.18 10:36
    코로나 사태로 실적 저하에 결합승인도 안갯속
    공매도로 증자 규모도 변수…차입금 조달 중요
    조건 쇼핑 나서…“보긴 하겠지만 수익성은 글쎄”
    •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앞두고 잇따라 악재를 맞고 있다.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실적은 물론 기업결합승인 절차가 영향을 받게 됐고, 공매도가 늘며 증자 규모도 불투명해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여러 변수를 상쇄하기 위해 금융회사들을 경쟁시켜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려는 모습이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여러 금융회사들과 접촉하고 있다. 회사는 보유현금 5000억원, 유상증자 4000억원, 공모회사채 3000억원, 기타 자금 8000억원 등으로 약 2조원의 인수자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을 둘러싼 기류는 심상치 않다. 일본 불매운동 여파가 사그라들기 전에 신종 코로나 사태가 겹쳤다. 발병지인 중국과 피해자가 늘고 있는 동남아시아 노선 의존도가 40%에 가까운 아시아나항공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달 들어 구이린, 하이커우, 창사 등 중국 노선 대부분을 잠정 운항 중단하기도 했다.

      과거 사스나 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든 후에도 항공 수요가 회복되기까지는 2~3개월이 걸렸다. 당장 사태가 진화돼도 상반기 실적은 물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사태가 사스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면 올해 아시아나항공 매출이 4~5%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로나 사태는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승인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외에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특히 중국 쪽 절차가 늦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원래도 심사가 빠르지 않은 데다 코로나 사태로 행정력이 온전히 기능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회사는 지금 기업결합 경과를 예상하기는 이르단 입장이다.

      한 거래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중국 경쟁당국의 공무원들이 출근을 하지 못하거나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아 언제 승인이 날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M&A 지연 시 당장 자금 사정이 급한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도 차질을 빚는다. 신규자금 유입이 늦어지고 아시아나항공 고금리 차입금 차환이 지연되면 그 금리 차이만큼 손실이 발생한다. 거래액 10%에 이르는 계약금도 쓰임없이 묶여 있어야 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유상증자도 수월하지 않은 분위기다. 1차 발행가액은 지난달 29일 기준가 대비 15%의 할인율을 적용해 1만8150원으로 정해졌으나 이후 공매도가 늘면서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다. 발행 주식 수가 정해져 있어 공매도가 계속된다면 발행가액 하락, 조달규모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달 들어 22~24%를 오가던 공매도 비율은 7일 5%로 줄었다.

      HDC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선 여러 불확실성을 줄일 장치가 필요하다. 적어도 증자 규모가 줄어드는 만큼은 차입을 늘려야 하는데, 당장의 비용 부담도 커진다. 결국은 금융회사들로부터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는 식으로 위험을 전가해야 한다. 이 조건은 장기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이 자금을 빌릴 때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국내 주요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차입금 조달 협상을 진행 중이다. 여러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만큼 구체적인 조달 구조나 규모는 열어둔 채 금융사들의 조건을 받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제안을 저울질(텀 쇼핑)해 유리한 것을 취하는 것이야 일반화됐지만 금융사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실적이 걸려 있으니 관심을 두지 않을 수는 없다면서도 딱히 먹을 것은 없는 거래가 될 수 있다며 우려하기도 한다. 항공업에 대한 불안감이 완전히 걷히지 않았는데 HDC현대산업개발의 기대치는 낮지 않다는 분위기도 있다.

      한 시중은행 인수금융 담당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명확한 요구 사항은 밝히지 않고 금융사들의 조건을 받아보는 단계”라며 “분위기상 3% 중반 이하의 차입 금리를 원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된다면 마진이 나지 않기 때문에 참여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인수자금 조달에 대해 “이미 밝힌대로 유상증자 작업을 진행 중이며 차입 등에 대해서는 금융권과 협의해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