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심사 거친 LCC에 3000억 지원…국토부 향후 배분 따라 뒤탈 예고
입력 2020.02.25 07:00|수정 2020.02.26 16:57
    국토부, LCC 신청 받아 3000억 융자지원
    자격심사 과정에서 신용등급 낮은 곳 결격 우려도
    배분기준 모호해 향후 '공정성 논란' 뒤탈 가능성
    • 국토교통부가 저비용항공사(LCC) 업계를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항공사들은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구체적으로는 ‘실효성도 떨어지고 3000억원 지원금을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 것인지 설명도 없다’는 불만이다. 가장 재무여건이 악화한 기업을 우선할지, 코로나19라는 애초 지원 의도를 고려해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이 큰 기업을 우선할지 등 지원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후 항공사별 지원규모가 드러났을 때 항공업계 내 뒤탈도 예상된다.

      국토부는 최근 일본 수출 제재와 코로나19 악재를 만나 매출급감과 환불급증으로 유동성 부족을 겪는 LCC 기업들에 신청을 받아 최대 3000억원의 긴급융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주체는 산업은행이다. 해당 지원금은 국토부가 지난 3주간 LCC들의 중국·동남아 등 항공권 예약취소와 환불금액을 누계해 비슷한 규모로 산정했다.

      우선 이번 지원은 LCC업계의 급한 불을 끌 순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항공 담당 연구원은 “고정비 부담이 큰 항공사업은 매달 지출되는 영업비용 부담이 유독 크기 때문에 특히 고정비와 관련있는 착륙료 감면 지원은 어느 정도 도움은 될 것”이라면서 “LCC 기업들이 당장 몇 달은 보유한 현금만으로 버틸 수 있더라도 이 사태가 장기화하면 보유현금도 바닥나 결국 파산에 이르는 곳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항공업계에 지원 손길을 뻗는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정작 지원을 받는 항공사들 내에선 지원안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도움을 줘도 욕을 먹게 된 국토부 입장에선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항공사들 대체로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몇몇 LCC 기업들 중에선 “정부와 산업은행을 어떻게 믿겠느냐” 혹은 “기대했는데 배신감이 들 정도”라는 반감까지 내보였다.

      가장 큰 불만은 지원의 실효성 문제다. 국토부 지원안에는 사용료 납부와 착륙료 감면도 포함됐는데, 지원 기간과 시기가 항공사들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국토부는 전년 동기대비 여객이 감소한 항공사에 최대 3개월간 공항시설사용료 등 각종 사용료 납부를 유예하기로 했다. 3월분부터 해당된다. 상반기 중으로 항공수요 회복이 되지 않을 경우엔 6월부터 2개월 간 착륙료를 10% 감면할 예정이다.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앞으로 어려울 상황에 대비한 지원이 아니라 최근까지 부침이 심했던 것에 대한 지원이 필요했는데, 국토부 지원은 3월이나 6월부터 시작되지 않느냐”면서 “감면도 아닌 유예인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객 환불 수수료와 인건비 등 당장 처리해야 할 비용이 산적해 허덕이는데 몇 개월 소요될 심사 기간부터 부담이다. 우리는 즉각적인 지원을 기대했다”고 토로했다.

      산은의 긴급 융자도 애초 LCC들만을 위해 새로 책정된 지원금이 아닌 ‘졸속 편성’인 데다 신용평가 절차도 까다로워 아예 지원도 못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이번 긴급지원은 LCC 회사들을 위해 새롭게 편성된 게 아니라 산은의 기존 중소·중견기업 자금지원 편성에 LCC를 포함시킨 것”이라면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항공사들을 돕는다는 게 지원 취지지만 정작 진짜 도움 받아야 할 곳들은 신용등급이 좋지 않아 신용평가 자격심사를 순탄하게 통과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융자 지원이라는 3000억원의 배분 방식도 논란 여운을 남겼다. 국토부는 LCC 기업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자격심사를 거친 뒤 최대 3000억원 한도 내에서 이들에 배분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어떤 기준으로 배분되느냐에 따라 항공사들 간 지원 규모도 달라질 수 있다.

      재무사정이 악화해 가장 자본금이 부족한 기업에 우선순위를 둘 건지, 혹은 애당초 이번 긴급지원이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했다는 점에서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에 우선순위를 둘 건지에 대한 기준이 업계에 충분히 설명이 안됐다는 지적이 있다. 향후 항공사별 구체적인 지원규모가 드러났을 때엔 배분 방식을 놓고 ‘국토부의 공정성 논란’ 등 뒤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