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공매도 금지'가 불러온 코스피 쇼크...아마추어 정책이 폭락 불렀다
입력 2020.03.20 07:00|수정 2020.03.23 10:04
    공매도 금지로 헤지ㆍ숏 수요 선물 시장으로 몰려
    56개월만의 선물 백워데이션...현물 대량 매도 유발
    2008년 공매도 금지때도 지수는 추가로 -30% 하락
    "시장조성자 공매도까지 막으면 코스피 1100 볼수도"
    • "정책이 잘못된 겁니다. 일부 개별 종목의 고평가 리스크를 시장 전체의 리스크로 확대시킨 겁니다. 오히려 지수가 더 위험해졌어요." (한 증권사 트레이더)

      정부가 증시 대책으로 내놓은 '공매도 6개월 금지' 조치가 벌써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반(反) 시장적 공매도 금지 조치로 인해 시장엔 유동성이 말라붙었고, 외국인과 기관의 자금이 선물시장으로 몰리며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를 촉발시켰다는 분석이다.

      공매도 금지는 정작 증시 부양에 큰 도움이 된 적이 없다는 건 이미 증명된 사실이라는 게 증권가의 공통된 평가다. 여론에 휩쓸려 내놓은 엉터리 정책으로 인해 국내 증시의 불안정성만 더 커졌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13일 오후 6개월간의 공매도 금지 정책을 발표했다. 전면적인 공매도 금지는 2008년 10월과 2011년 8월 이후 세 번째였다. 투자자 심리 회복에 도움이 될거라는 일각의 평론이 뒤따랐다.

      막상 16일 장이 열리자 상황은 정 반대로 전개됐다. 코스피지수는 19일 한때 1500선이 무너졌다. 13일 공매도 금지 발표 전 종가 대비 15.3%나 더 하락한 것이다. 1800 탈환을 노리던 코스피는 1500선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공포에 휩싸여있다.

      애초에 공매도 금지는 증시 회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상식'이다.

    • 2008년 10월 공매도 금지 이후에도 코스피는 30% 추가 하락했다. 현지시간으로 1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엔 '공매도 금지가 공황을 키운다'는 오피니언이 실렸다. 공매도 금지가 시장의 스트레스를 오히려 증폭시키며, 유동성을 낮추고 스프레드 비용을 높인다는 것이다. 미국도 2008년 공매도를 금지했는데, 당시 이로 인해 금융시장에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도 지적했다.

      공매도 금지는 오히려 코스피 폭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게 복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선물과 연계된 프로그램 차익거래다.

      개별 종목 공매도가 금지된 지금, 포지션 헤지(위험회피)와 숏(매도 배팅) 수요는 모두 코스피200이 주축이 된 선물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물 코스피200 지수보다 코스피200선물지수가 더 하락하는 '백워데이션'이 발생했다. 선물 백워데이션은 2015년 8월 이후 56개월만에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선물지수는 시간 가치가 반영돼 현물지수보다 높기 마련이다. 현물과 선물의 차이인 '베이시스'가 플러스(+)인 상태를 '콘탱고'라고 칭하며 이를 '정상시장'이라고 한다. 선물이 현물보다 낮은 상태가 되면 베이시스가 마이너스(-)가 되며 이를 백워데이션이라고 한다.

      백워데이션이 발생하면 외국인과 주요 기관은 프로그램매매를 통해 차익거래에 나선다. 저평가된 선물을 대량 매수하고, 고평가된 현물을 매도하는 것이다. 매도차익거래다.

      이런 프로그램 매매가 증시에 극단적인 영향을 준 것이 바로 지난 18일의 증시다. 장중 1% 이상 상승하던 코스피지수는 오후들어 속절없이 밀리며 -4.8%로 거래를 마감했다. 주로 외국인 창구를 통해 쏟아져나온 6100억원의 프로그램 순매도 때문이었다. 막상 외국인 현물 순매도 규모는 -5000억원으로 지난 6일 이후 최소 규모였다.

      19일에도 코스피가 상승 출발했지만, 선물 백워데이션이 4포인트 이상 벌어지자 곧바로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져나왔다. 증권가에서는 선물 백워데이션으로 인한 추가 매도가 1조~2조원 이상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공매도 금지는 선물 백워데이션을 유발하고, 선물 백워데이션이 발생하면 현물 대량 매도가 나온다는 건 교과서에 실려있는 이야기"라며 "현 금융당국이 얼마나 증시에 대해 무지한지 보여주는 결정적인 단면"이라고 비판했다.

      공매도 금지 이후 외국인들이 선물 순매수에 나선 것 역시 이런 매도차익거래에 따른 기계적인 매수일 뿐, 코스피의 상승 가능성을 높게 봐서가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장중 코스피 지수는 크게 두 축에 의해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체적인 투자 심리는 나스닥 야간 선물을 쫒아가고, 시장의 방향은 외국인 매도와 이와 연계된 선물 매매를 따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19일 1.6% 이상 상승 출발했던 코스피는 프로그램 차익 매도와 함께 나스닥 야간 선물이 3%에 이르던 상승폭을 모두 반납하자 거칠게 폭락해 1500선이 위태로울 지경으로 주저앉았다. 강력한 지지선이라던 주가순자산비율(PBR)선이나 2008년 위기에도 뚫린 적이 없다던 코스피 월봉 280월평균선조차 속절없이 뚫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돼야 외국인 투자심리가 나아질 것이고, 공매도 금지가 유지되는 한 백워데이션으로 인한 현물 매도 공세는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 와증에 일각의 주장대로 시장조성자 공매도까지 막는다면 코스피가 1100선까지 밀리는 것도 허언이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